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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2020년 8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24시간 여는 18년 조개구이집…인터넷 통해 자영업 노하우 공유합니다

오이도 조개구이집 '정동진' 대표 박세범 동문

24시간 여는 18년 조개구이집…인터넷 통해 자영업 노하우 공유합니다


박세범(물리천문06-10) 정동진 대표



반도체기업 퇴사 후 가업 이어

마케팅 독학 유튜버 활동 병행



“와.” 주문한 해물칼국수가 테이블 위에 놓이자 기자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왔다. 세숫대야만 한 그릇에 키조개, 홍합, 가리비, 전복, 새우, 낙지 등 갖가지 해산물이 푸지게 담겨 있었던 것. 박세범(물리천문06-10) ‘정동진’ 대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슬며시 미소 지었다.

서해 바다를 가로지르는 방죽을 맞은편에 두고 횟집, 조개구이집이 3㎞에 걸쳐 거리를 이루는 곳 오이도. 정동진은 찾아드는 관광객만큼이나 열고 닫는 식당도 많은 이곳에서 18년을 이어온 맛집이다. 지난 7월 21일 시흥 오이도 정동진에서 박세범 동문을 만났다.

“정동진은 2002년 저희 어머니가 개업한 식당입니다. 제가 군 전역을 앞두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어려워진 집안 형편을 일으키고자 직접 창업 전선에 뛰어드셨죠. 인근 가게에서 1년 동안 일하면서 노하우를 터득하셨고 워낙 음식솜씨가 좋아 곧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는 걸 건물주가 보고선 권리금 한푼 안 주고 쫓아냈어요. 뒤이어 음식점을 운영했지만 얼마 못 가 망했죠. 음식 맛은 물론 직원 관리와 서비스, 마케팅 노하우까지 겸비해야 됩니다. 돈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정동진 맛의 비결은 신선함이다. 바닷가 앞 식당인데 어느 곳이든 다 신선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테이블 회전과 수산물 공급 및 소비가 서로 잘 맞물려 돌아가야 최상의 신선함이 유지되기 때문. 이윤을 남겨야 하는 상인의 입장에선 아주 싱싱하진 않아도 ‘이 정도면 손님상에 올려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유혹을 수시로 받는다. 그 유혹을 뿌리쳐야 당장은 손해가 되더라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싱싱함은 정직함의 척도이기도 하다.



해산물이 푸짐하게 담긴 해물칼국수


“맛있게 드시고 웃으며 나가시는 손님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음식점을 오래 운영하다 보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는지, 아닌지. 이유가 무엇이든 떨떠름한 얼굴로 식당을 나서는 손님을 보면 돈을 벌어도 괴롭습니다.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것 또한 반갑지만은 않아요. 맛과 서비스 둘 다 충족시키려면 신선한 재료가 충분히 준비돼 있어야 하고, 저희 직원이 친절히 응대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된 이후부턴 되레 홍보를 자제하는 이유죠.”

개업 초기부터 틈틈이 가게 일을 돕긴 했지만, 박 동문은 자신이 가업을 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것이 직업관의 전부였던 것. 그에 따라 모교 물리천문학부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외국계 반도체 회사에 취직했다. 입사 3년 만에 억대연봉자가 됐으나 ‘이렇게 일하다간 일찍 죽겠구나’ 싶어 퇴사했다고. 당시엔 좀 쉬었다가 다시 준비해 취업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취업보다 사업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러나 정동진이 마냥 잘나간 것은 아니었다.

“2015년 2월 반도체 회사에서 퇴사하고 식당 일을 거들 당시엔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었습니다. 맛과 서비스는 변함이 없는데, 손님은 확 줄어 직원들이 손 놓고 있기 일쑤였죠. 가게 앞에서 소리 질러가며 호객행위도 해보고, 잘되는 집은 어떻게 하나 하루종일 곁눈질하기도 했어요. 돌이켜 보면 그때가 인터넷 마케팅의 융성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엇을 사든, 어디를 가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죠.
자영업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차례 광고기획사의 영업 전화를 받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일일이 응대해가며 요즘 트렌드를 익혔어요.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하고 SNS를 활용한 마케팅에도 심혈을 기울였죠. 방금 해물칼국수가 나왔을 때 와, 하셨잖아요? 그런 감탄이 자연스럽게 사진 촬영으로 이어지고 SNS에 업로드돼 마케팅 효과를 발휘합니다. 정동진 성공의 또 다른 비결이죠.”

아닌 게 아니라 점심을 살짝 비낀 오후 2시, 정동진을 찾은 손님들은 연신 셔터를 누르느라 바빴다. 테이블 위에 음식을 놓고 한 컷, 바다를 배경으로 또 한 컷. 그렇게 찍힌 사진들이 지인들과 공유될 것이고 이곳을 홍보할 것이다. 덕분에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이 더 어려워진 요즘 상황에서도 정동진은 꾸준히 높은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정동진에선 노을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다


박 동문은 정동진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세무 노무 회계 및 인터넷 마케팅 노하우를 ‘자영업의 모든 것’이란 이름의 인터넷 카페, 유튜브 채널, 네이버TV 등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엔 전국 6만1,000여 명의 ‘사장님’이 가입했으며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4만3,000여 명에 달한다. 투여된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는 소득을 ‘선형소득’으로, 투여된 시간과 노력에 상관없이 증대될 수 있는 소득을 ‘비선형소득’으로 정의 내리는 등 자신만의 독특한 경제 안목으로 돈 버는 법을 설파하고 있다.

“어릴 때 돈 때문에 무척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가난에 대한 공포 내지는 트라우마 같은 게 생겼죠. 식당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거기에 안주해도 좋았지만, 그러한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또 다른 소득원을 창출하기 위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소상공인 경영 컨설팅 플랫폼 자영업의 모든 것은 그 고민의 결과였죠. 거의 매일, 거의 잠을 안 자고 일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줄였던 게 무척 아쉬워요. 불면증·만성 소화불량으로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요. 돈도 좋지만, 앞으론 건강과 가정을 위해 더 노력할 겁니다. 동문 여러분도 너무 성공만 좇지 마시고, 일과 건강·가정의 균형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활어회를 포함한 다양한 세트 메뉴를 갖추고 있으며 조개구이가 24시간 무한리필 된다. 총 240석 규모. 포장 및 발렛파킹 가능.

주소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로 151-1
문의 031-497-0895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