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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호 2019년 12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화덕에 구운 빵, 쿠주 피르졸라, 한국서 맛보는 터키 맛”

오시난 케르반 대표

“화덕에 구운 빵, 쿠주 피르졸라, 한국서 맛보는 터키 맛”

오시난 케르반 대표




10년 만에 직영점 16곳 오픈
탁월한 미감으로 신메뉴 개발
사업가 모임 ‘GBA’ 회장 맡아



1997년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터키의 자동차 부품회사가 부업으로 자사를 돕던 한 청년을 모교에 장학생으로 보냈다. 선진기술을 배워 고국으로 돌아와 산업 발전의 역군이 되기를 바랐겠지만, 청년은 한국인 여자와 만나 곧 결혼했고 아예 눌러앉아 버렸다. 가난했던 터키의 유학생은 2008년 귀화해 사업가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오시난(산업공학97-01 터키명 시난 외즈투르크) 케르반 그룹 대표의 이야기다.

2009년 ‘미스터 케밥’을 시작으로 외식업에 뛰어든 그는 외국 대사들이 찾아와 맛볼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자, 2011년 ‘큰 상인’이란 뜻의 터키시 레스토랑 ‘케르반’을 열었다. 서울역·코엑스몰·이태원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16곳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며, 베이커리 카페를 추가 개점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이태원 케르반 본점에서 오시난 동문을 만났다.

“터키 음식은 프랑스,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꼽힙니다. 지중해부터 중동, 캅카스를 거쳐 중앙아시아까지 포함하던 옛 오스만 제국의 방대한 영토 안에 각 지역의 음식문화가 융합되고 발전한 결과죠.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점에 위치한 터키의 지정학적 특징을 바탕으로 다양한 민족의 식습관을 수용했으니 ‘주방 부자’가 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국경을 초월해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죠.”



케르반 메뉴 사진 




터키의 요리는 지역에 따른 특징도 다양하다. 동쪽 지역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다. 음식이 나오면 맛을 보기도 전에 고춧가루부터 넣는다고. 서쪽 지역 사람들은 담백한 육류와 화덕에서 구운 빵류를 좋아한다. 향신료를 적게 넣고 채소 스튜와 가지 요리를 많이 먹는다. 유럽에 가까워지는 만큼 음식의 성향도 서구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북쪽 지역은 흑해와 인접해 있어 생선을 비롯한 해산물 요리가 풍부하고, 남쪽 지역은 모든 음식에 올리브 오일이 들어간다. 고기든 밥이든 그 밑에는 토마토와 오이를 넣은 샐러드가 깔려 차려진다.

“터키 음식하면 흔히 케밥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케밥은 음식이 아니라 조리법의 명칭이에요. 고기든 생선이든 그릴 위에 놓고 굽는 모든 요리를 케밥이라고 부르는 거죠. 터키 사람한테 ‘나 케밥 먹었어’ 하면 뭘 먹었는지 모릅니다. 그 종류가 130여 가지나 되니까요. 케밥 하나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데 터키 음식 전체는 오죽하겠습니까.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라 겉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요. 세계 어디를 가든 터키 요리가 통하는 이유죠.”


케르반 이태원점 전경 




추천메뉴를 묻자, 한국인에겐 아직 생소한 양갈비구이 ‘쿠주 피르졸라’와 자신이 개발한 신메뉴 ‘랩’을 꼽았다. 소 닭 돼지고기는 이미 익숙하니 안 먹어본 걸 먹어보라는 게 추천의 이유. 쿠주 피르졸라는 부드럽고 담백한 육질이 일품이었고, 랩은 터키식 빵과 쫄깃한 치즈가 어우러져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기호에 따라 소스를 찍어 먹을 수도 있는데, 치고 빠지는 매콤함의 칠리소스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저는 요리는 못 하지만 먹으면서 분석은 잘합니다. 인도 이탈리아 멕시코 브라질 레바논 등 한 달에 한 번은 해외 음식을 직접 맛보며 새로운 메뉴를 구상하죠. 저희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메뉴의 4분의 1은 터키 현지에는 없는 케르반 고유의 메뉴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인 입맛에 맞게 현지화한 것은 아니에요. 짜고 기름지게 먹는 식습관만 순화했을 뿐 정통 터키 음식에 바탕을 두고 있죠. 앞으로도 묵묵히 터키 요리의 전통을 이어갈 것입니다.”

전국의 매장을 통해 케르반을 찾는 손님은 연평균 100만명에 달한다. 그중 40%가 외국인, 60%가 한국인이다. 보수적인 한국인의 입맛에도 터키 음식이 통했다는 게 오 동문의 자평. 그는 케르반의 성공 요인으로 터키 음식 자체의 강점과 이태원의 특색을 살린 매장 위치, 자신의 경영 역량과 터키의 국가 이미지 등을 꼽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터키 축구대표팀의 연락관 역할을 맡았던 오 동문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벅찬 감동을 기억했다.

“한국과 터키가 맞붙은 3, 4위전은 승부를 떠나 양국 모두의 축제였습니다. 한국 축구응원단 붉은 악마는 태극기보다 더 큰 초대형 터키 국기를 들어 올려 터키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해 줬어요. 터키 국민들은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저 또한 운명처럼 한국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한국을 떠나지 못할 것임을 그때 직감했죠.”

오시난 동문은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얼라이언스’(Global Business Alliance 이하 GBA)라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설립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외국인 CEO와 주한 외교사절단 그리고 리더급 외국인 유학생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업 아이디어를 상호교환하고 창업을 장려한다는 취지다.

“22년 전 한국에 온 후 사업가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내·외국인 사업가 간의 인맥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GBA는 사업가와 사업가를 꿈꾸는 우수 인재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서울대 동문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나경태 기자


케르반 홈페이지 www.kerv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