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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호 2018년 12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동문식당: 라이브공연에 퓨전한식 곁들여 와인 한잔 같이 하실래요?

양지훈 강혜원 옥탑방부엉이 공동대표


라이브공연에 퓨전한식 곁들여 와인 한잔 같이 하실래요?

양지훈 강혜원 옥탑방부엉이 공동대표




날렵한 콧날, 크고 둥근 안경, 깃털을 연상시키는 길고 뾰족한 수염까지. 홍대 다이닝펍 ‘옥탑방부엉이’의 양지훈(경영91-95) 대표는 정말 부엉이를 닮았다.

드라마와 연극으로 워낙 유명해 ‘옥탑방고양이’를 떠올리며 한 계단씩 올랐지만,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을 때 고양이는 사라지고 부엉이만 오롯했다. 두세 마리씩 짝을 이룬 부엉이 인형이 나뭇가지 위에 앉은 듯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었고, 적갈색 계통의 인테리어와 조명은 새의 둥지처럼 아늑하고 포근했다. 그러고 보니 가게도 3층 건물의 꼭대기 층이었다. 진짜 부엉이는 어디 있느냐고 묻는 외국인 손님도, 옥탑방고양이로 잘못 알고 찾아드는 한국인 손님도 없지 않다고. ‘지금 이대로가 너무 좋아 앞으로도 죽 이렇게 살고 싶다’는 양지훈 동문을 지난 11월 20일 그의 가게에서 만났다.

“옥탑방부엉이는 작고 다양한 인디문화를 지향하는 공간입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퓨전한식에 술 한잔 즐기면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죠. 가수 포지션, 개그맨 윤 택, 언론인 신예리(영문87-91) 동문 등 유명인사가 찾아와도 사진을 같이 찍거나 사인을 받아 걸지 않습니다. 그분들에게도 저희 가게가 편안한 휴식처가 되려면 여느 손님과 똑같이 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두가 대등하게 소통하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도 흔합니다. 어떤 손님은 저희 가게에 어울릴 것 같다며 나름의 술을 제조해왔고, 또 어떤 손님은 저의 미국생활 이야기를 듣고 ‘라라랜드 여행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뜻하지 않은 뭔가가 만들어졌을 때 무척 즐겁습니다.”

알고 보면 옥탑방부엉이의 개업 자체가 이러한 시너지의 결과물이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음악활동에 몰두하는 양 동문의 모습에서 아내 강혜원(의류95-99) 동문 또한 연봉을 떠나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탐색하게 됐고 그 결과가 외식업이었던 것. 컨설팅업계에서 오래 일했던 강 동문은 남의 사업에 훈수를 두면서 ‘내 콘텐츠는 뭘까’ 하는 물음을 피할 수 없었고 와인을 가미한 퓨전한식집 운영에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았다. 맛있는 음식에 술이 곁들여지는데 음악이 빠질 수 있나. 남편 양지훈 동문이 직접 공연을 펼치는 것은 물론 인디밴드, 재즈트리오, 미국인 힙합듀오, 창작국악그룹까지 ‘미친 인맥’을 동원해 매일매일 다른 노래를 들려준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메뉴 자체에도 다른 술집엔 없는 독특한 음식이 많습니다. ‘애플 바비큐 보쌈’, ‘바삭 누룽지 닭강정’, ‘갈비찜 떡볶이’ 등은 입맛 까다로운 홍대 손님들을 상대로 2년 동안 살아남은 저희 가게 대표메뉴죠. 애플 바비큐 보쌈은 돼지고기와 같이 먹는 김치의 신맛을 사과로 대체해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습니다. 2만원대 중반으로 가격도 착해요. 인공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고 신선한 재료로만 맛을 내고 있어요. 아내는 항상 새로운 메뉴를 고민 중이죠.”

양 동문은 데뷔 26년차 뮤지션이다. 모교 재학시절 아카펠라 그룹 ‘인공위성’을 통해 가수로 활동했던 것. 1집 타이틀곡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가 히트 치면서 1993년 베스트셀링 음반 5위 안에 드는 위업을 달성했다. 전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음악, 특히 팝송에 심취해 2011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엠아이(Musician’s Institute)에서 보컬과 프로듀싱을 공부했고 이후 6년간 외국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인디문화의 공존을 체감, 그러한 공존의 분위기를 구현하고자 강 동문과 함께 40여 명 수용 규모의 옥탑방부엉이를 열었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도 큰 어려움 없이 인디문화를 향유하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세를 키우고 2, 3호점을 만들면 돈은 더 벌 수 있겠지만 생각이 복잡해질 겁니다.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크고요. 그냥 이대로 죽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지배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갔으면 합니다. 그게 꼭 음악일 필요는 없지만 저는 팝송을 좋아하니까 팝송을 좋아하는 보통사람들과 더 활발히 교류하고 싶어요. 그들의 인생 팝송이 무엇인지 듣고 즉석에서 라이브공연을 펼치는 ‘20세기 팝송연대기’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문의 02-332-6603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