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89호 2018년 1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아듀 2018, 분노는 넘쳤고 성찰은 모자랐다

방문신(경영82-89) SBS 논설위원·본지 논설위원



2018년이 간다. 국내외 10대 뉴스로 올해의 대한민국, 올해의 세계를 정리하는 때다. 뉴스로 본 2018년은 ‘스트롱맨’의 해였다.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 김정은 등 ‘힘’의 신봉자들이 뉴스를 지배했다. 독재 또는 독선적 성향의 지도자들이다. 그래서 세계는 시끄러웠다.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했다. 형태는 무역 분쟁이었지만 본질은 정치이고 권력다툼이다. 과거에는 좋은 말로 했는데 지금은 거친 말과 멱살잡이까지 간 것이다. 북-미관계도 역사적 진전을 지향하지만 본질은 트럼프와 김정은 두 스트롱맨의 치열한 손익계산이다.


어떤 합의도 가능하고 어떤 합의도 파기될 수 있다. 그게 스트롱맨의 특징이고 스트롱맨이 지배하는 세상의 룰이다. 한국과 일본은 외나무 다리에서 충돌 중인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시진핑과 아베는 중-일 관계를 정상화시켰다. 스트롱맨들의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는 ‘닭 쫓던 개’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냉혹한 판에서 ‘선의’의 접근은 어디까지 통할까? 누군가 사기를 당하면 처음에는 사기꾼을 비난하지만 같은 일이 두 번, 세 번 계속되면 사기 당한 사람을 바보라고 비웃는 것이 세상이다.


올해 뉴스의 또 다른 키워드는 분노와 증오였다. 통치자들이 정치적 의도로 분노를 이용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숨김 없이 대놓고 한 것은 트럼프였다. 상대편을 ‘악’으로 낙인찍고, 끊임없이 적대감을 부추겼다. 사회의 분열은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이다. 서울의 외교가에서는 “미국 정치가 한국 정치 닮아가는 중”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의 앞날이 걱정된다는 뜻과 지금의 한국도 예외가 아니지 않느냐는 뜻으로 들렸다.


성찰을 할 때 개인적으로 짚어보는 기준이 치, 분, 척, 회 4가지이다. 恥(부끄러움), 憤(분노), 척(두려움), 悔(아쉬움)이다. 옳지 못한 일에 부끄러워했는지, 의롭지 못한 일에 분노했는지, 비판을 두렵게 받아들였는지, 오류를 제대로 뉘우쳤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지금의 시대는 이 4가지 중 분노는 넘치는 반면 부끄러움, 두려움, 뉘우침은 모자라 보인다. 그래서 한 세대 뒤의 역사가들은 2018년 세계를 이렇게 기록하지 않을까?


“21세기 들어 진전돼 왔던 다원화 흐름에 어울리지 않게 2018년은 정치권력이 다시 중심에 섰다.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과 독주가 앞섰다. 권력이 증오를 부추기면서 지식인조차 잘잘못 대신 내 편, 네 편을 따졌다. 사회는 분열되고 힘없는 자는 더 소외됐다. 세계의 국민들은 분노보다는 배려, 증오보다는 통합의 리더십을 갈구하기 시작했고 2020년대 혁신 리더들이 탄생하는 단초를 제공한 한 해였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