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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호 2018년 6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동문맛집: 한강진역 ‘바오27’ 오너 셰프 김현성 동문

대만식 만두 바오 한국서 맛볼 수 있는 세 곳 중 한 곳

대만식 만두 바오 한국서 맛볼 수 있는 세 곳 중 한 곳





한강진역 ‘바오27’ 오너 셰프 
김현성(체육교육04-10) 동문 



“너무 작아서 놀라셨죠?”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리를 안내받을 때 김현성(체육교육04-10) 오너 셰프가 물었다. 아닌 게 아니라 6호선 한강진역에서 내려 ‘바오27’에 도착할 때까지 꽤 화려한 길을 걸었다. 해외 유명 패션브랜드와 고급 수입자동차 매장을 지나왔다. 대한민국 부호들이 모여 산다는 한남동 아닌가. 그런데 그 골목 한켠에 다소곳이 자리잡은 바오27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다락방 같았다.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데 어쩐지 신발을 벗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바오’는 대만식 만두로 바오27은 국내에서 바오를  맛볼 수 있는 단 세 곳의 레스토랑 중 하나다. 주메뉴는 포크바오와 쉬림프바오이며 제철 식재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계절 메뉴를 선보인다. 지난 5월 24일 작고 아늑한 비밀아지트 같은 식당 바오27에서 김현성 동문을 만났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저를 정말 행복하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마음 한 구석에만 있던 요리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죠. 요리를 정말 잘 하시는 어머니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일찍부터 미식의 즐거움을 일깨워주신 셈이죠. 대학에 합격하고 본가인 부산을 떠나 자취를 시작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요리를 하게 됐습니다. 사먹는 음식은 만족스럽지 않았고 삼시세끼 맛있는 것만 먹고 싶은 욕심은 여전했거든요. 어머니께 레시피를 여쭙고 직접 만들어 먹었어요. 회사에 다닐 땐 도시락을 싸갖고 다녔죠. 그렇게 ‘혼밥’을 먹으면서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요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대기업 계열 패션회사에 근무하던 김 동문은 처음부터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국내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홀 서비스부터 배워나갔다. 8개월이 지난 후에야 주방 막내가 됐고, 10살 어린 선배들에게 혼나가며 칼질과 요리 용어를 익혔다. 화장실 청소와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도 김 동문 몫이었다. 급여는 전 직장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퇴사 직후 요리학교에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학비 내는 만큼 많이 배워올 거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벌이를 떠나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유학을 떠나기 직전 부산의 프렌치 레스토랑 ‘메르씨엘’에서 참 많이 배웠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요리학교를 나온 프랑스인 수셰프가 차근차근 가르쳐줬거든요. 나이는 저보다 한참 어렸지만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어요. 지금은 파리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안부 인사를 주고받고 있죠.”

김 동문은 120년 전통의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의 영국 분점에서 정통 프랑스 요리를 배웠다. 9개월 교육과정을 6개월로 압축시켜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고3 시절을 방불케 하는 강행군이었지만 주말에도 쉬지 않았다.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 ‘포틀랜드’에서 무급으로 일하며 실전 연습을 병행했던 것. 하루도 손에서 칼을 놓지 않은 김 동문이었지만 유학기간은 런던의 유명 레스토랑을 경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했다.

“벤처사업가, 파일럿, 대학교수 등 먼저 자리를 잡은 선후배와 동기들이 현지 레스토랑의 맛과 서비스를 경험해보라는 뜻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보내줬습니다. 서울대 동문 친구들의 지원에 힘입어 셰프로서뿐 아니라 손님으로서 유럽의 미식 문화를 배우고 익힐 수 있었죠. 이 자리를 빌려 정성을 모아준 친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바오27의 슈림프 바오 



인터뷰 중에도 양해를 구한 후 거래처 사장과 인사를 나누는 김현성 동문, 식당 밖에서 카메라 앵글을 잡을 땐 지나가던 어르신도 한 마디 건넸다. “좋은 청년이야. 사진 잘 찍어줘요.”

인연을 소중히 하는 친화적 성품 덕분일까. 지난해 1월 개업해 이제 갓 1년 된 7.5평 규모의 작은 식당이 이미 여러 매체에 소개됐다. 채널A 인기예능 ‘하트시그널 시즌2’와 SBS 시사교양 ‘생방송투데이’에 잇따라 방영됐고, GQ·아레나·올리브매거진 등 잡지에도 실렸다. 

전 직장 동료들과 동료의 동료들, 모교 선후배 동기들과 그 친구의 친구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입소문을 타다 보니 특별한 홍보나 마케팅 없이도 꾸준히 단골손님이 늘고 있다. 매출도 개업 초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몸으로 하는 고된 직업이라는 인식 탓에 요리에 관심은 많지만 직업으로 삼기엔 주저하는 후배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아직 크게 성공하진 않았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쌓아올린 5년 노하우가 있습니다. 셰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멘토가 되어주고 싶어요. 나아가 외식업에 종사하는 모교 동문들이 더 많아져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의:02-6052-4354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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