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82호 2018년 5월] 뉴스 모교소식

70년 묵은 가설 ‘뇌의 기억 저장소’ 찾아냈다

강봉균 교수 연구팀 등 4월에 주목받은 모교 연구 성과들

70년 묵은 가설 ‘뇌의 기억 저장소’ 찾아냈다

모교 연구팀 성과 사이언스 게재



지난 4월 모교 연구팀이 생명과학과 전기공학 분야의 묵은 숙제를 시원하게 풀어내는 연구 성과를 잇따라 내놓았다. 세계 최초로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를 규명한 강봉균(미생물80-84) 생명과학부 교수팀과 기존의 1만 배 이상 정확한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한 김성근(화학76-80) 화학부 교수팀, 차세대 태양전지의 열화 원인을 밝혀낸 이창희(물리83-87)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팀이 그 주인공이다.
“인간의 기억은 두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에 저장된다”. 70여 년 전 캐나다 심리학자인 도널드 헵이 제시한 이 가설은 학계에서 유력하게 받아들여져 왔지만 실험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두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지점인 시냅스는 한 신경세포에만 수천 개가 있어 어떤 시냅스들이 기억에 관여하는지를 살피기 어려웠다. 강봉균 교수팀은 시냅스를 종류별로 구분하는 신기술(dual-eGRASP)을 개발했다. 뉴런에 일종의 형광 유전자를 집어넣음으로써 그 뉴런이 활성화할 때 시냅스 말단에서 노란색 형광이 나타나도록 한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기억 중추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뇌 부위인 해마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가 공포 경험을 기억할 때 그 해마 부위에서 기억 저장에 관여하는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가시 말단에 있는 많은 시냅스들에 노란 형광빛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30여 년간 몰두해온 강 교수의 기억 연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이 연구 성과는 치매,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등 기억 관련 질병 치료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 강봉균 교수팀이 신기술을 이용해 시냅스들을 구분해 보여준 예시 이미지. 빨간색 수상돌기 위 노란색 표시 지점이 기억저장 시냅스들의 위치다.

(오른쪽) 해마의 신경세포들 중 기억저장 세포는 빨간색, 그렇지 않은 세포는 하얀색으로 표시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시냅스가 실험에서 노란색 형광표지를 보인 기억저장 시냅스다.



김성근 화학부 교수 


김성근 화학부 교수 연구팀은 미래 유전병 치료의 희망으로 꼽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정확도를 1만 배 이상 높였다.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팀과 진행한 국제 공동연구의 성과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표적이 되는 유전자가 담긴 DNA 가닥만을 선택적으로 잘라내는 효소다. 이 효소는 잘라내야 할 표적 DNA 염기서열을 찾아 달라붙는 ‘가이드 RNA(크리스퍼)’와 절단효소로 구성되는데, 표적 DNA와 비슷한 염기서열을 지닌 유사 DNA까지 잘라버리는 ‘표적 이탈’이 문제였다. 이러한 오류 때문에 암과 혈우병 등 유전 질환을 치료할 차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로 기대를 모으면서도 임상 적용은 아직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공동연구팀이 가이드 RNA의 일부를 가교 핵산(BNA)이라 불리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물질로 치환하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표적 정확도는 기존 대비 1만 배 이상 늘어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BNA는 분자의 구조적인 유연성이 줄어들어 염기서열의 상보성이 완벽히 일치하는 RNA나 DNA 가닥에만 보다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특징이 있다. 뿐만 아니라 BNA를 도입한 합성 가이드 RNA는 체내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기능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온라인 발표됐다.

빛을 잘 흡수해 전하를 만들어 내는 물질인 페로브스카이트로 제조한 태양전지는 가볍고 유연하며 제작비용이 낮아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대체재로 기대를 모은다. 무엇보다 에너지 전환율이 기존 고성능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25%)에 버금가는 22%로 준수하다. 그러나 열화 현상으로 수명이 짧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이창희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왼쪽), 박사과정 이현호 씨 



이창희 교수와 이현호 박사과정 연구팀이 최근 이러한 열화 현상의 원인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일정 시간 동안 열화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전극을 제거하고 새로운 전극을 형성하는 전극 재생 방식으로 열화 원인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의 요오드 이온이 분해돼 확산과정을 거쳐 전극 아래에 축적되고, 전자수송층인 플러렌 분자와 전기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전기적 특성을 저하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열화된 전극을 제거하면 축적된 요오드 이온들도 상당부분 제거되고, 새로운 전극을 형성하면 전력변환효율이 회복되는 것을 입증했다. 이 교수는 “소자의 수명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