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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호 2020년 5월] 뉴스 모교소식

고승환 교수 연구팀, 가상현실서 온도 느끼는 전자피부 개발

열전도 감각 차이까지 전달

가상현실서 온도 느끼는 전자피부 개발

유연성 높여 피부 밀착 용이
열전도 감각 차이까지 전달


가상현실(VR) 속에서 얼음물의 차가움과 체온의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 가능할까. 시각과 청각 위주로 발달해온 가상현실 기술에 그동안 부족했던 촉각을 더하는 기술을 모교 연구진이 개발했다. 고승환(대학원00-02)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같은 학부 이동준 교수와 협력해 가상현실에서 뜨겁거나 차가운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전자피부를 개발했다고 지난 4월 3일 밝혔다.

고 교수는 응용 나노 및 열공학 연구실을, 이 교수는 인터랙티브·네트워크 로보틱스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각자의 연구 분야를 활용해 가상의 냉·열감을 자유자재로 구현하는 피부형태의 웨어러블 소자를 만들어냈다. 온도를 감지하는 원격 정보기술(IT)은 있었지만 자유자재로 폈다 줄일 수 있는 스트레처블(stretchable) 소재로 개발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그간 국내외 연구진은 외부 자극을 인식하는 수용체가 고도로 발달한 손의 촉각을 웨어러블 소자로 재현하는 데 몰두해왔다. 거칠기와 단단함, 압력, 온도 등을 인식하는 촉각 중에서도 고 교수 연구진은 온도에 대한 열감에 주목하고 가상현실 상에서 접촉한 물체 표면의 온도를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 소자를 개발했다. 고무처럼 유연하게 늘어나는 형태로 피부에 밀착시키기 좋고, 소자와 피부 간 열전도를 높여 몰입감을 최대화했다.

가상세계에서 사용자가 차가운 맥주병이나 뜨거운 커피잔 등 가상 물체를 만지면 손 피부의 온도가 물체 온도와 상응하게 바뀌도록 했다. 전류 방향과 전압 크기를 달리해 냉각과 가열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펠티에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또 개발한 소자를 손가락의 위치를 실시간 감지할 수 있는 웨어러블 장갑에 삽입해 피부에 손상을 주지 않는 범위(섭씨 10~45도)에서 피부 온도를 조절했다. 그 결과 가상현실에서 온도뿐만 아니라 물질에 따른 열전도 감각의 차이 등 다양한 열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가상현실 열감 소자를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 다양한 온도의 물체를 잡았을 때 온도 변화를 확인했다. 



가상현실 속 냉·열감은 게임을 비롯해 군의 혹한기·혹서기 훈련, 의료 실습, 예비 소방관 훈련 등 폭넓은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세상을 떠난 자녀를 VR로 구현해 화제가 됐던 TV프로그램처럼 가상체험을 하는 데 더욱 풍부한 현실감을 부여할 수도 있다.

고 교수는 “가상현실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보거나 듣는 것에서 나아가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촉각 중 하나인 온도에 대한 감각을 구현한 이번 성과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졸업 후 모교 기계항공공학부에서 석사학위,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 교수는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활용할 수 있는 주요 기술을 연구해왔다. 인체에 부착 가능한 나노와이어 기반 유연 변형센서, 투명하고 잘 늘어나 웨어러블 기기에 사용하기 좋은 히터 등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월 9일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 온라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