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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2018년 4월] 문화 신간안내

저자와의 만남: '건널 수 없는 강' 펴낸 정소성 소설가

“사랑, 밥 먹는 것 이상으로 절실한 문제”




‘아테네 가는 배’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정소성(불문64-68 단국대 명예교수) 작가가 최근 장편소설 ‘건널 수 없는 강(실천문학사)’을 펴냈다. 소설 ‘설향’ 이후 6년 만이다. 소설의 소재가 된 대학원생과 교수의 사랑이야기가 ‘미투 운동’과 맞물려 화제가 되고 있다.


소설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찾는 한 여성의 여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대학 교수를 비롯해 여러 남성을 만난다. 이 때문에 자유로운 여성의 남성 편력기로도 읽힌다. 방민호(국문84-89) 모교 국문과 교수의 해설에 의하면 이 소설은 남여를 떠나 ‘인간은 어떻게 자유로워져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하면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 묻는 소설이다.


지난 3월 30일 만난 정소성 동문은 “남여가 도달할 수 있는 지고지순한 사랑은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온다는 인생의 깨달음을 썼다”고 했다.


“사랑은 인간의 자아실현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지고지순한 사랑이 실제 있느냐, 사실 의문인데, 소설에는 있다고 썼죠. 그런데 그 지고지순한 사랑이라는 것은 영혼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여의 사랑은 정신과 물질이 서로 채워져야 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순수함은 어떤 형태를 주고받음에 의해 공고화 되지요”
소설은 노 교수의 유서로 끝을 맺는다. 재단 이사장에게 쓴 유서에는 자신의 교수 자리를 사랑하는 여 제자에게 물려주라는 부탁이 나온다. 물질의 채움인 것이다. 사랑에 대한 정 동문의 통찰이다.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는 정 동문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서도 사랑과 관계 지어 남다른 견해를 비쳤다.


“프랑스에서는 남녀 간의 섹스를 지상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라고 여깁니다. 프랑스 대학 기숙사가 엄격하게 1인 1실 규정을 두고 있지만 애인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허용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여권 신장 측면을 넘어 남녀 간의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오한 토론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사람에게 사랑의 갈구는 밥 먹는 것 이상으로 절실한 문제입니다.”


소설은 사랑에 대한 철학적 문제의식 뿐 아니라 소소한 정보를 준다는 측면에서도 읽는 재미가 있다. 여 주인공이 만나는 각 분야별 전문가 남성 등을 통해 불교, 자개 예술, 일본 역사 등을 들려준다. 여행을 다니거나 사람을 만날 때 늘 다음 소설거리를 염두에 두고 메모한다는 정 동문은 “아무리 정통을 추구하는 순수 문학을 한다고 하지만 독자의 외면을 받으면 안 된다.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정 동문은 문리대 64동기회 회장을 십수 년간 맡을 정도로 동문 모임에 애정이 각별하다. 모교에서 석박사 과정 수료 후, 프랑스 그르노블 문과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단국대 명예교수로 정년퇴임했다. 중편소설 ‘아테네 가는 배’, ‘뜨거운 강’, ‘말’로 동인문학상과 윤동주문학상 그리고 박영준문학상을 수상했고, 대하소설 ‘대동여지도’로 월탄문학상을, 장편소설 ‘바람의 여인’으로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동서문학사 세계사상전집)’ 등을 번역하기도 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