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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호 2018년 1월] 문화 신간안내

저자와의 만남: '가거도 어민생활의 연속과 변화' 한상복 모교 인류학과 명예교수

최서남단 가거도 어민들의 54년간 생활 변화 담아
저자와의 만남

최서남단 가거도 어민들의 54년간 생활 변화 담아


가거도 어민생활의 연속과 변화

한상복 모교 인류학과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학술연구총서03)

‘대한민국 인류학의 대부’로 통하는 한상복(사회56-61) 모교 인류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가거도 어민생활의 연속과 변화’라는 민속지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1963~2017년 가거도 주민의 생활 모습의 변화 등을 생생한 취재기로 담았다. 학술서라 제목, 편집 등은 딱딱해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현장감이 넘쳐 300여 페이지가 술술 읽힌다. 우리나라 어업에 대한 풍부한 상식까지 얻게 되는 것은 덤이다.

책에서 만나는 가거도는 흥미로운 섬이다. 지금은 알만한 강태공들은 한 번씩 방문한 낚시 천국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가거도는 ‘중국 상해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중국과 가까이 있는 한국 최서남단 섬이다. 중국 어선들을 감시하기 위해 해경들은 밤낮 긴장 상태다. 지정학적 중요성과 함께 태풍 등의 날씨를 관측하는 주요 포스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가거도 방파제와 항만 건설에 수백억원 이상의 돈을 들이고 있다.

지금은 목포에서 2시간여 배를 타고 갈수 있는 곳이지만 1963년 한 교수가 처음 이 곳을 방문했을 때는 1박2일 에 걸쳐 들어가야 하는 오지였다. 지난 12월 16일 서울 낙성대 자택에서 만난 한 교수는 “대학시절 부터 우리나라의 고립된 지역 연구에 흥미가 컸다”며 “많은 인류학자들이 고립된 사회 연구를 통해 그 사회의 원형을 살펴보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이 책의 첫 출발은 1968년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코리안 피셔맨(Koreaa Fisherman)’이다. 이후 2011년 종교생활의 변화에 초점을 둬 재조사를 했고 2017년에는 세 차례에 걸쳐 전체 생활의 변화를 살펴 출간에 이르렀다.

‘가거도 어민생활의 연속과 변화’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은 1960년대 가거도 어민의 생활양식, 풍경과 현재의 변화 양상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전반적인 어촌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남해 함구미 어촌, 동해 석병 어촌과의 비교 연구도 곁들인다. 죄를 지었을 경우 벌을 주는 ‘덕석몰이’, ‘화지개’ 제도, 선주와 어부들이 생산한 미역, 멸치 등을 나누는 방식 등은 흥미롭다.





한 교수는 대한민국 ‘지역연구(Area Studies)’ 분야의 시초다. 1960년대 전임 강사 시절부터 현지조사 실습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했다. 당시 제자였던 이건무(고고인류65-69) 전 국립박물관장 동기들이 조사했던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 학동(현재 강남 학동)의 생활 모습은 귀중한 자료가 됐다. 발로 뛰는 연구방법 덕분에 한 교수는 보통 임기가 2년인 세계보건기구(WHO) 자문위원을 8년간 지내기도 했다. 이전의 자문위원들은 서적과 보고서로 연구를 했지만 한 교수는 직접 풍토병 예방주사를 맞고 아프리카, 남미, 남태평양 등 현장에 들어가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연구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한다는 것이 평소 신념”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모교에서 석사를 마친 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인류학 박사를 받았다. 1960년대까지 국내에서 학문적 존재 의미를 인정받지 못했던 인류학을 사회학의 이론적 기초 위에서 논리적으로 정립하는 데 앞장섰다. 모교 인류학과를 1975년 설립해 초대 학과장을 맡았다. 미국 하버드대 하버드-옌칭연구소 연구원, 모교 비교문화연구소 초대 소장, 사회과학대 학장, 한국문화인류학회 회장,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대표위원을 지냈다. ‘Korean Fishermen’, ‘평창 두메산골 50년’ 등을 집필했고 한국문화인류학공로장, 대한민국옥조근정훈장, 제27회 인촌상 등을 받았다. 자녀인 한성림(식품영양83-87) 모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 준(사회84-88)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모두 동문이다. 문리대 산악회, 인류학과 등산모임 내산회의 정신적 지주로 등산과 음주를 좋아한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