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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호 2017년 5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저출산 대책, 난임 환자 지원부터 늘려야죠"

임진호 마리아병원 대표원장
동문을 찾아서 임진호 마리아병원 대표원장

"저출산 대책, 난임 환자 지원부터 늘려야죠"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난임 치료 전문병원인 마리아병원이 주목받고 있다. 마리아병원은 1989년 의원급 최초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에 이어 1990년 동양 최초로 자연 배란주기 이용 시험관아기 시술(약·주사 처방 없이 자연으로 배란되는 난자만으로 배아를 만듦)을 성공하며 현재 국내를 넘어 세계 3대 난임센터로 발돋움 했다. 세계적 난임 전문병원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임진호(의학73-79) 대표원장의 남다른 열정이 있었다. 지난 4월 24일 서울 신설동 마리아병원 본원에서 임 동문을 만났다.

임진호 마리아병원 대표원장



-어떻게 지내세요. 진료를 하나요.
“경영에 전념하며 진료는 안 해요. 후배들이 저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새 정부의 의료 정책에 관심이 많으시죠.
“그렇죠. 난임 시술 건강보험 적용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원범위, 부담금, 보험수가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아는데, 전향적으로 본인부담금을 없애거나 현재 30~50%인 본인 부담금을 현저히 낮춰 돈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부부가 없어야 합니다. 연간 출생아 수가 36만 명대로 주저앉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각한 수준이죠. 전체 출산 중 시험관 시술을 통한 출산은 5% 정도겠지만 비용 대비 가장 확실한 저출산 대책입니다. 구조적 문제 해결과 함께 병행돼야 할 겁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7만8,000여 명의 난임 환자수가 2015년 21만7,000여 명으로 늘었다. 1회 시술 비용은 수백만원에 그치지만 2, 3회 진행하는 환자가 많아 1,0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동안 정부는 난임부부지원 사업을 통해 중산층 이하의 난임 부부에게 일정 부분을 지원했으나 올 10월부터는 시술 관련 제반비용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난임 환자수가 느는 이유는 뭘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늦은 결혼, 맞벌이 등으로 아이 낳는 시기가 늦어지는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나이가 들면 임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여성들은 초기에 난소기능 검사를 해 보면 좋을 듯싶어요. 피 검사이기 때문에 비용도 적고 문제가 있다 싶으면 빨리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학업이나 직장 등의 문제로 당장 임신이 어렵다면 난자 은행 등을 통해 건강한 난자를 보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리아병원의 한 해 시험관 시술 건수는 얼마나 됩니까.
“한국에서 한 해 시험관 시술이 4만~4만5,000건(난자 채취 기준) 이뤄져요. 저희가 1만6,000여 건을 하기 때문에 35~40% 시술을 하는 셈이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술하는 곳이 중국 상야병원으로 연 3만건 정도입니다. 그 뒤로 스페인 IVI센터가 상당한 능력을 갖췄고 세 번째가 우리 병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결이 뭐라고 보세요.
“타 병원들이 여러 분야를 할 때 난임 치료만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기술, 시스템은 국내 최고라 자부합니다. 사실 국내에서 배아줄기세포 배양을 처음 성공한 곳도 마리아병원입니다. 난자 연구에 관한 제한 정책이 강화되면서 그 분야는 깨끗하게 포기했죠. 지방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분원도 제일 먼저 세웠고요. 현재 신설동 본원을 제외하고 전국에 8개의 분원이 있습니다. 약제 등을 대량구입하다 보니 비용도 합리적입니다.”    

세계 3대 난임 치료 병원으로 키워 “절실함이 지금의 마리아병원 만들었다” 

-미국에도 분원을 냈던데.
“뉴욕 맨해튼에 있어요. 수익보다 투자 개념이 큽니다. 미국 의사들과 정보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술법 등을 습득하는 경로이기도 하고요. 이곳 연구원들이 환자들에게 매일 상황 보고 하는 것을 보고 한국 마리아병원 앱을 통해 환자들이 궁금해 할 상황 등을 먼저 알려주기 시작했죠. 한국에서 개발한 환자 관리 시스템을 뉴욕에 알려 미국 사회에서 마리아병원의 이름을 알리기도 하고요.”    
마리아병원은 1987년 임 동문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조그마한 산부인과를 물려받아 명칭 변경 없이 키운 곳이다. 이름에서 가톨릭이 연상되지만 관련은 없다. 

-병원명을 보고 가톨릭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가톨릭은 시험관 시술에 부정적입니다. 자애로운 어머니로 상징되는 마리아의 이미지 정도만 떠올리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이 분야에 들어서게 됐어요.
“부모님이 모두 의사셨어요. 아버지도 모교를 나온 소아과 의사셨죠. 의대 지원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졸업 후 개업의보다는 교수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낙담한 상태에서 어머니 병원 일을 돕게 됐지만 어머니처럼 평범한 산부인과 의사는 되기 싫었어요.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불임 치료를 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은사가 한국에서 첫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한 장윤석 명예교수님이셨거든요.”

그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당시 쟁쟁한 난임 치료 병원들이 여럿 있는 상황에서 자리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무더운 여름날 넥타이를 매고 난임 환자 한 명을 만나기 위해 마산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소규모로 난임 치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 고민하며 미국, 일본, 오스트리아 등으로 난임 치료 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난자채취는 전신마취 후 복강경으로 할 때 초음파로 질을 통해 난자를 처음 채취한 의사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만났다. 작은 의원이었지만 새로운 시술법으로 세계적인 논문이 나온 것에 용기를 얻었다. 이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임펠로우로 캐나다에서 열린 학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다. 

그곳에서 한 프랑스 의사로부터 자연주기로 난자를 채취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 방법이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자연주기로 난자를 채취하면 부작용이 없고 주사 비용이 들지 않는다. 질 초음파 기술로 국소마취가 가능하고 호르몬 검사로 난자채취 시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되니 해볼 만했다. 한국에 돌아와 시술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더욱이 환자도 몇 명 안 될 때 운 좋게 27, 29, 30번째 환자가 자연주기 시술로 성공을 거뒀다. 동양에서는 처음. 임 동문은 “절실하니까 되더라”고 했다. 그때를 기점으로 마리아병원은 승승장구의 길을 걷는다.    

-병원에 후배들이 많죠.
“난임 전문의사가 37명입니다. 그 중 모교 출신 후배가 22명 되는 것 같네요. 은사이신 장윤석 명예교수님이 명예원장으로 계시고요. 아주 큰 힘이죠. 사실 처음 마리아병원 시작할 때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의국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이 없었을 겁니다. 산부인과 펠로우로 있을 때 교수님들이 인공수정센터를 만들어 개인병원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앞으로도 우리 병원에 기대가 큰 게 의사로서 최고의 전성기인 50대 후배들이 어느 병원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프라이드 그 자체? 서울대 의대에 들어오고 싶어서 2차에 타 대학 의대에 붙었는데 재수를 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현재 본원을 리모델링 하고 있습니다. 용인에 10번째 분원을 짓고 있고요. 의대 출신 중에 가천대병원, 인제대백병원, 을지대병원 등을 세운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계시죠. 제가 그 분들 따라가기는 힘들겠지만, 전문병원으로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임 동문은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모교에서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 일본 게이오대 난임센터 및 미국 노프로프 시험관아기센터,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험관아기센터 등에서 연수했다. 세계 개원의시험관아기학회 상임위원,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대학 예과시절 문리대 록밴드 엑스타스의 보컬로 활동했다. 온화한 성격에 뛰어난 친화력이 강점. 취미는 골프.              김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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