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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호 2025년 2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삶의 방식과 제도 뒤흔들 것”

암호자산 전문가 박종백(사법81-85)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삶의 방식과 제도 뒤흔들 것

암호자산 전문가 박종백(사법81-85)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암호자산 일평균 거래규모 6조원

법인 암호자산 계좌 개설 허용

 

그림자 규제 많은 한국, 인재들 떠나

시스템 바꾸고, 국회의원들도 공부해야

 

한국은 개인 암호자산 거래량으로 1위 국가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의 ‘2024년 상반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상자산 일 평균 거래 규모가 6조원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553000억 원이고, 암호자산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 이용자 수는 778만명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법인의 암호자산 계좌 개설을 단계적으로 허용해 암호자산 시장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암호자산 시장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빌게이츠를 비롯해 많은 유명 인사들이 암호자산을 실체가 없는 폰지사기에 비유한다. 암호자산은 사기일까, 새로운 기술 혁명일까. 매일경제에 가상자산 시장 제도 혁신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 중인 박종백(사법81-85)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만나 이에 대해 들었다. 박 동문은 암호자산 제도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통하며, 지난해 크립토 사피엔스와 변화하는 세상의 질서’(세종서적)라는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입문서도 발간했다.

 

-암호자산은 사기입니까, 혁신입니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 밈코인을 발행해 자산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죠. 빌 게이츠의 발언도 그렇고요. 가상자산업계는 끊임없이 투기와 사기 사건, 해킹 사건, 불법 자금세탁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20225월 스테이블 코인 테라 블록체인의 붕괴, 같은 해 11월 급성장 중이던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와해 등도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주고 각국이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 사건들이죠.

그러나 이런 사고와 범법행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암호자산과 생태계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근본적 가치까지 무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혁신은 혼란 속에서 옵니다. 일본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웹3.0 도입 정책을 적극 내세우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적극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육성하고 그에 걸맞은 제도를 수립하겠다고 예고했고요. 한국도 넓고 긴 시야에서 제도화를 고민해야 합니다.”

-암호자산 시장을 이야기하기 전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의 설명을 들으면 알듯 모를 듯하죠.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기술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기술이라고 봐야죠. 물리적으로 설명하면, 노드(Node)가 전제되고, 노드는 형식적으론 컴퓨터 단말기를 말합니다. 그 뒤에 사람들이 블록체인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한 기록을 확정하고 저장하며 블록을 형성해 신뢰도를 높입니다. 그 과정에서 암호화 작업으로 신뢰도를 높인 사람(노드)에게 보상으로 비트코인 등이 주어지고요.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에서 시작됐습니다. 탈중앙화는 누구든지 데이터 저장 보관시스템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개념이죠. 개개인이 정부, 은행, 대기업의 중앙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산 거래를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의 거래를 11, 쉽고 신뢰도 높게 만든 것이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돈거래도 은행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핸드폰의 전자지갑으로 보내면 수수료도 없고, 계좌를 개설할 필요가 없죠. 한마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많은 자산, 지위, 권리 이런 것들이 블록체인에 기반해 토큰화되고 그게 모두 거래가 될 수 있는, 그 확장성으로 인해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은 AI기술보다 훨씬 클 수 있어요. 개인의 자산, 권리 등과 연결돼 있으니까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암호자산 시장은 업비트나, 빗썸 등의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런 면이 있죠. 사실 국내서는 아직 부동산, 회사채, 펀드 등 실제자산기반토큰(RWA)이 허용된 게 아니라서요.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도 열려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그에 기초한 토큰 생태계의 구축, 여러 현상의 양적 규모와 진행속도를 살펴보면, 이른 시일 내에 삶의 방식과 제도 전체에 거대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32월 독일에 기반한 글로벌 회사 지멘스가 독일의 유가증권법 규정에 따라 주관증권사나 중개자 없이 6000만 유로 규모의 회사채를 폴리곤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 형태로 발행해 은행 세 곳이 직접 인수한 것도 그런 판단의 근거입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가 241월 약 1경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포함한 미국 11개 자산운용사의 실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ETF의 발행을 승인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고요.”

-변호사님은 어떤 코인을 갖고 계세요? 투자 조언을 해주신다면.

글쎄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솔라나, 체인링크 등 시총이 높고 기술적 기반이 확실한 코인이라면 변동성이 덜해, 중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요.”

-암호자산의 거래는 국경을 넘어설 수 있어 법률 적용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앞으로 암호자산 거래를 위해서는 거래 당사자에 대한 ID체크가 훨씬 정교하게 발전할 거라 보여집니다. 전체 거래시스템은 국제적으로 제도화 논의를 할 거라 보고요. 이미 국제사법위원회에서 각국이 민사법 제정시에 참고할 사항도 발표했습니다. 향후 수천조 원 이상 자산 체계의 근간으로 활용하는 법체계를 만들려면 궁극적으로는 민사법·형사법·자본시장법 등을 모두 아우르는 노력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유럽연합(EU)이 암호자산 규제 관련 포괄적 법률 미카(MiCA)’를 제정했는데 우리도 현재 암호자산이용자보호법을 아우르는 더 포괄적인 입법이 필요합니다.”

-탈중앙화된 가상자산이 마약 거래, 돈세탁 등 검은 자금으로 이용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자금세탁 방지제도가 있죠. 암호자산 업자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항상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악용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토큰의 근본적 가치, 효용을 폄하하거나, 잘못된 예의 하나로 묶어서 백안시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죠.”

-법조인인데, 블록체인, 암호자산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2007년 우연한 기회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게 됐습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이용자 룰을 담고 있는 대표적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찾아 읽어보았더니 어렵게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세상에 공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용자는 경제적 대가를 치를 필요는 없지만, 법적으로는 준수해야 할 사항을 라이선스 계약으로 동의하게 해서 저작권은 여전히 보호된다는 점이 법률가로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소프트웨어와 IT분야 사람들을 만나고 그쪽 언어와 이슈들을 알게 되면서 오픈소스 뿐 아니라 IT 관련 법과 제도 이슈에도 새롭게 눈뜨게 됐죠. 오픈소스의 공유와 개방의 철학이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기대가 직감적으로 들더군요. 2016, 10년간 기대해 온 큰 변화가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느낌이 확 왔습니다. ‘경제적 가치를 만들고 거래하는 인터넷이 크게 확장되리라는 직감으로 블록체인의 세계에 빠져 들어갔죠.

제가 사회와 제도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알기 전후 그리고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을 알기 전후로 나뉩니다. 오픈소스가 이전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자본주의 경제 하의 재산권 체계와 인센티브 시스템에 의문을 품게 해주었다면,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은 사회 발전을 중앙화를 통한 고도화와 효율화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시각이 밑바닥부터 뒤흔들리는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이 미래를 보는 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한 일을 말씀해 주신다면.

블록체인, 암호자산과 관련해 다양한 유형의 사건에서 수많은 국내외 회사와 프로젝트에 법률자문을 했습니다. 국내외 가상자산 공개(ICO)와 토큰거래,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플랫폼의 구조, 스왑계약과 유동성 제공 계약, 대체불가토큰(NFT) 발행구조와 마켓플레이스 운영, 토큰증권(STO)의 샌드박스 지정에 관한 법률 자문도 제공했습니다. 한국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모의실험 법률 검토, 국회의 가상자산산업권법 초안 작성, 정부의 분산신원확인(DID)에 대한 용역, 소위 블록체인기본법안 제정용역 등도 보람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국회, 각종 협회, 연구회와 해외의 전문가 그룹에서 많은 발표와 토론을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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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블록체인 분야를 선도해 나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부산시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 운영되지만, 기대만큼 꽃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자본시장법 등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았죠. 한국이 리테일 마켓이 워낙 뜨겁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굉장히 역동적으로 보거든요. 또 한국에 대한 선호가 높으니까 진짜 명실상부한 특구를 실험해 보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서 블록체인과 관련되어 기업과 기관투자자가 제도를 실험해 볼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어떨까 싶어요. 우린 리스크를 없애고, 평균적 투자자의 보호와 안전에 너무 매몰돼 있고 포지티브 규제가 강해서 명시되지 않은 그림자 규제도 많은 상황입니다. 오히려 블록체인, 암호자산 관련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상황입니다. 네거티브 규제로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국회의원들이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시장에 대해 깊이있게 공부했으면 좋겠고요.” 김남주 기자

 

박 동문은

2007년부터 오픈소스 라이선스에 관한 자문 업무를 시작, 2016년부터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에 관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자문해 왔다. 국내 블록체인 법학회와 전문 변호사들의 국제 연구모임인 GBC 회원으로서 국내외 암호자산 시장 컨퍼런스에 수차례 발표자로 참가했다. 암호자산법 전반에 관한 법제를 수립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블록체인·암호자산 팀을 이끌고 있으며 주된 업무 분야는 블록체인, 암호자산, 핀테크, 개인정보보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컴플라이언스, 정보통신산업, 국경 간/국내 금융거래, 자산운용 및 부동산투자, 자본시장, 기업금융 및 사모투자 자문이다.

모교 법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제18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으며, 1992년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다. 1999년 영국 외무성의 취브닝 장학금(Chevening Scholarship)을 받아 런던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LL.M.(국제금융법 전공)을 취득하고, 영국 로펌인 리차드 버틀러(Richards Butler)의 런던 본사와 홍콩지사에서 약 1년간 근무했다. 영국 정부 장학생 모임인 취브닝 동문회장으로 동문회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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