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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호 2016년 7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해외경제학자의 한국 경제 진단1

日 와세다대 경제학과 박상준 교수



박상준 와세다대 경제학과 교수



“90년대 일본보다 청년실업률 너무 높다”
해외경제학자의 한국 경제 진단1
일 와세다대 경제학과 박상준 교수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세계경제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한국은 조선·해운 산업 불황에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등 구조적인 문제까지 겹쳐 출구를 찾기 어렵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들린다. 2회에 걸쳐 해외에서 경제학자로 활동 중인 동문에게 밖에서 보는 한국경제의 문제와 해법을 들어봤다.


이달에 인터뷰를 진행한 동문은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불황터널 : 진입하는 한국, 탈출하는 일본(매경출판)’을 쓴 와세다대 경제학과 박상준(경제84-88) 교수이다. 박 동문은 2005년부터 와세다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시아 경제’, ‘환율’, ‘경제주체의 비합리성’ 등을 주요 연구 테마로 ‘차이나 리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학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해외 학계에서 주목받는 학자다. 박 동문은 이메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배울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브렉시트가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했다.


“현재로서는 2008년의 금융위기 정도의 파급효과는 없으리라 예상된다. 다만 2007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보다 거기서 파생된 2008년 리만브라더스의 파산이 세계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듯 브렉시트가 또 다른 위기의 시발점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는 있다.


한편 위기가 올 때마다 엔화가치가 상승하는 현상이 이번에도 발생했다. 이는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올리는 효과가 있겠지만 2009~2011년 정도로 국내 수출기업의 영업실적을 향상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당시는 엔화가치가 달러 당 75엔까지 올라갔지만 브렉시트의 영향력으로는 그 정도의 급격한 엔화가치 상승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 ①청년실업 ②출산율 저하 ③노후대책의 빈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일본을 답습할까.


“성장률만 보자면, 일본처럼 20년 세월 연간 평균 0%에 가까울 정도의 낮은 성장률을 겪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은 버블이 붕괴된 후에 온 불황이고, 버블기에 쌓인 기업의 부채나 그 후의 부실채권이 생산 활동을 위축시켰다. 현재 한국은 버블이 형성되어 있다고 보이지 않고, 기업부채와 부실채권이 90년대의 일본은 물론 현재의 일본에 비해서도 나은 상태다.


그러나 청년실업이 높고, 노후대책이 미흡하며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에는 혹독한 불황이 될 수 있다. 90년대의 일본에 비해 청년실업이 상당히 심각하고 연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일본은 청년실업률이 9%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반면 한국은 2014∼2015 2년 연속 9%를 넘어섰고, 올해 더 높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라 우려스럽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들자면.


“고령화가 급격히 진전되고, 경력직 사원의 직장 간 수평이동이 극히 제한돼 있는 것에 비해 비정규직의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이 공통점이다. 수출위주의 경제가 공통점이 아닌가 하는 분들도 있지만 한국은 수출이 GDP의 60%인 것에 비해 일본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내수시장의 규모가 한국과 일본 경제의 중요한 차이다. 일본은 관공서와 종업원 500인 이상 규모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취업자의 비중이 34%인데 반해 한국은 종업원 300인 이상 규모의 직장에서 일하는 취업자의 비중이 9%에 불과하다. 한국은 이 통계에서 관공서 종사자의 비중을 따로 발표하지 않는다. 한편, 일본은 정부부채가 많고 가계부채가 적은 반면 한국은 정부부채가 적고 가계부채가 많은 것도 요즘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90년대에는 저성장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판단으로,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금융정책을 펴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경기가 조금 살아나자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지금에 와서 평가하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정책실패로 여겨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정책의 실패는 복지와 재정수입의 괴리다. 연간 4∼5%에 이르는 고도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연금 등이 너무 후하게 책정됐다. 지금 일본 정부부채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그 점이다. 정부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고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고령화로 변화하는 사회구조를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예산 낭비가 심했다. 유력 국회의원의 지역구에 쓸데없는 도로를 건설한다거나, 지자체가 결국은 방치되고 말 편의시설을 짓거나 하는 일이 많았다. 현재 한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일본의 경험은 증세 없이 복지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융정책에 대해 부언하자면 90년 중반은 물론이고 2008∼2010년의 불황기에도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점은 일본은행의 실책으로 여겨진다. 2001∼2006년의 양적완화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지만 주로 엔저로 인한 수출의 증가가 당시의 경기회복을 견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시의 양적완화는 디플레이션을 종식시키지는 못한 채 종결되고 말았다. 2013년 이후의 경기회복도 엔저에 기댄 면이 많다. 따라서, 최근의 엔고로 양적완화의 효과가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일본, 소극적인 금융정책· 복지와 재정수입 괴리로 화 키워
정부, 지출은 청년실업·육아대책에 맞추고 월세 시장 활성화


-아베노믹스로 일컬어지는 양적완화 정책을 우리도 취해야 할까.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도록 예의주시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양적완화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 우선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양적완화는 통상적인 개념의 양적완화가 아니다. 현재처럼 기준금리가 1.25%인 상황에서는 그 기준금리를 지키기 위해 통화량을 조정해야 한다. 거의 무제한적으로 본원통화를 늘리는 양적완화와는 거리가 있다. 양적완화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경제에 대한 처방이다. 한국은 아직 디플레이션 상태로 진입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는 것이 필요하고 따라서 양적완화는 아니지만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당장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정부가 쓸 수 있는 유효한 정책수단이 정부지출 뿐이다. 정부지출을 늘려 경기를 자극하되,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 것은 청년실업과 육아대책이다. 우리의 장래를 결정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적절한 대책으로 경기를 자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다음은 노후대책이다. 일본에서 소비가 위축된 원인은 노후와 연금에 대한 불안, 고용 불안정성 등이었다. 현재 우리도 똑같이 겪고 있는 이 문제들이 좋아져야 경기도 살아날 수 있다. 무작정 연금을 퍼주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되는 연금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부채비율이 늘 수밖에 없지만 정부도 부채비율이 느는 것에 너무 심한 부담을 갖지 말고, 정치권도 심한 저항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정부지출이 정말 필요한 분야, 위에서 지적한 분야에 투입되느냐 하는 것이다. 일본처럼 쓸데없는 도로건설 등에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한국에서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청년실업을 완화시킬 수 없다. 기업, 특히 대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도 기업의 협조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수단에 대해 고민해야겠지만, 대기업의 고용불안이 소비위축으로 그것이 내수시장의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기업에게도 재앙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 임금 총액을 늘리고 정년을 보장하되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의 예를 들어 한국 부동산 시장을 전망한다면.


“인구가, 특히 젊은이의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아파트의 전반적인 가격은 올라갈 수 없다. 더욱이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가 계속 지어지면 더욱 그렇다.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은 상승하지 않겠지만, 입지에 따라 등락이 갈릴 것이다. 일본의 부동산 경기가 좋진 않지만 그나마 나은 곳이 수도권이고 그 중 가장 경기가 좋다고 할 수 있는 곳이 도쿄 23구다. 그 원인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중에도 도쿄의 인구는 증가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이 사라지자, 외곽으로 나갔던 경제활동인구가 직장이 가까운 도쿄로 다시 이동함으로 도쿄의 인구가 증가했다. 한국의 부동산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전세가격의 상승이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집을 사기를 겁내고, 전세를 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세 자금 대출 등이 전세수요를 자극하면서 전세가격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요를 자극하는 지금의 정책을 조정해서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펴야한다.


주의할 것은 아파트를 더 지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 인구감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사람들은 집을 사는 것을 겁낸다. 집을 살 유인도 많이 줄어든다. 임대주택이 늘면, 월세(임대료)가 금리와 비교해 정상수준으로 형성될 것이다. 지금은 임대주택이라 하면 정부에서 관리하는 공공임대나 개인이 내 놓는 월세집을 생각한다. 건설회사들이 분양에만 매달리지 말고 입대업을 하거나 임대전문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월세 시장이 활성화·선진화 되고 월세와 관련된 각종 분쟁도 줄어들 것이다. 임대업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임대업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월세의 공급을 늘려 월세를 정상수준으로 내리는 것이야말로 한국 부동산 정책의 기본이 돼야 한다.” 김남주 기자



박상준 교수 프로필


모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일본 국제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2005년 일본 와세다대학교 부교수로 부임했다. 2008년 이후 와세다대학교 국제학술원 정교수로 재임 중이다.


2010년에는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1년간 한국경제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아시아 경제’, ‘환율’, ‘경제주체의 비합리성’ 등을 주요 연구 테마로 ‘Journal of economic dynamics and control’, ‘China Review’, ‘Journal of the Japanses&International economies’ 등의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일본 경제에 관한 국문 연구서로는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와 한국 경제에의 시사점’,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시장의 변화와 진출전략’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