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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호 2023년 3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관악사 재건축해 1학년 전원 기숙, 학부대학 도입할 것”  

유홍림  모교 신임 총장 인터뷰
“관악사 재건축해 1학년 전원 기숙, 학부대학 도입할 것”  

유홍림 (정치80-84) 
모교 신임 총장



1975년 관악 이전은 하드웨어 종합화
50주년 맞는 2025년은 소프트웨어 종합화
 
도쿄대의 절반 안되는 예산, 확충 시급 
평창캠퍼스에 의대, 간호대, 공대도 참여


2월 1일 유홍림 동문이 서울대 28번째 총장으로 취임했다. 총장 임기 중인 2025년 서울대는 종합화 50주년을 맞는다. 1975년 동숭동, 종암동 등에 산재해 있던 단과대학들이 관악캠퍼스로 모이기 시작했다. 종합 서울대학교의 출발이다. ‘누가 조국의 가는 길을 묻거든 관악을 보게 하라’(정희성 동문)는 시구는 이런 배경에서 태어났다. 

3월 9일 모교 총장실에서 만난 유홍림 총장은 “1975년은 관악 정체성의 출발점”이라며 “종합화 50주년을 준비하며 서울대가 진정한 겨레의 대학으로 다시 발돋움하기 위해 교육, 연구, 공헌 분야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펼쳐나갈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유 총장은 이날 아침 총동창회 조찬포럼, 점심 농협 고향사랑 기부금 전달식, 오후 국제백신연구소 행사 등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도 피곤한 기색 없이 총동창신문과 1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취임 한 달여를 맞은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고 들었다. 


-인적 개편은 완료됐습니까. 신설된 조직이 있는지 궁금하군요. 
“부총장 등을 비롯해 40여 학내기관 보직자의 인선을 완료했습니다. 총장 직속 특별위원회로 ‘서울대학교 신뢰와 혁신 위원회’를 설치하려 합니다. 법인화 10년이 지났지만, 고등교육법부터 서울대 내부 규정까지 여전히 안팎으로 규제가 많습니다. 혁신위원회 논의를 통하여 의견수렴, 조직 개편 등의 수요를 발굴하고 서울대 행정 현실에 맞는 조직, 인사 개편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히 혁신위원회에는 두 가지 미션이 있습니다. 하나는 학내 규정들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해 정비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상위 법령을 고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는 일입니다. 더불어 학내 거버넌스, 행정 지원 체계, 학사 제도 등의 개선도 ‘신뢰와 혁신 위원회’에서 할 것입니다.”

-취임사에서 서울대 인재상을 재정립하겠다고 하시면서 학부기초대학 설립을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형성 과정에서 20대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진로가 결정될 뿐 아니라 가치관, 품성까지 형성됩니다. 대학은 일꾼을 양성하는 ‘트레이닝 캠프’를 넘어 새로운 배움과 경험의 장이 돼야 합니다. 10대 교육개혁과제와 함께 경계를 넘나드는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학부대학 설립 기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다양한 배경과 관심사를 지닌 신입생들이 학문 단위를 초월하여 어우러져 배우는 혁신적 교육환경 조성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하여 우리 대학은 영국 옥스퍼드대, 캠브리지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 수준으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인문학 및 공학, 과학 등 공통 핵심 교육과 함께 소통, 협업, 비판 능력, 창의성, 공공성 등을 함양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또한, 토론과 프로젝트 중심의 ‘Veritas Seminar’ 강좌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현실문제 및 국가·인류 사회의 난제와 관련된 융합 주제에 대한 토론 중심의 강좌입니다.”

-기숙대학을 하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현 관악캠퍼스에 그런 공간이 있을까요.
“‘LnL(Living and Learning)’ 시범사업을 통해 신입생 중심으로 274명의 학생들에게 교육을 실시하는데, 관악사 한 개 동을 신입생 기숙대학으로 활용합니다. LnL시범사업을 바탕으로 학부대학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운동하고, 공부하면서 다양한 배경 등을 지닌 학생들이 서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정식 교과목 2개 강의는 물론 비교과로 소규모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며, 향후 관악 기숙사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점진적으로 1학년 전원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산·관·학 연구혁신 플랫폼 구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셨습니다. 
“일본은 2015년부터 다섯 개 국립대에 1조 원을 지원하면서 혁신 생태계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도쿄대 등 여러 국립대에 산학부총장제도가 신설됐습니다. 대학 중심의 산학 시스템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우리 대학도 연구 결과를 대학 울타리 너머로 확장하고, 현장과 꾸준히 교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별 연구자 수준에서 한정되었던 그동안의 산학협력에서 탈피하기 위해 대학-기업-정부를 연결하는 산·관·학 연구혁신 플랫폼을 만들 계획입니다. 

대학과 전문 연구소, 기업, 정부간 협력 거버넌스(산-학-관 플랫폼) 구축으로 산학협력체제를 혁신하고, 학내 10여 개 창업 관련 기관 간 거버넌스를 정립할 것입니다. 나아가 모험·창의·미래도전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중견학자와 시니어 연구자 등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산학관 플랫폼 구축을 통해 청사진과 비전 등을 제시하면서 연구펀드 조성도 추진해 갈 것입니다.”  

-산·관·학 플랫폼이 잘 구축되면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 대학 예산이 1조6000억 원 정도 됩니다. 싱가포르대, 도쿄대, 홍콩대 등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며, 미국 유수 대학 등에 비해 크게 부족한 수준입니다. 그동안 학내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열악한 재정 여건에서도 세계 30위권 수준으로 도약했습니다. 

 장기발전계획에서 2040년 20위권 수준 도약을 목표로 했는데, 그 시기를 더 앞당기고자 합니다. 학내 재정 시스템의 효율화와 통합재정관리, 발전기금 모금 확대, SNU홀딩스 운영 등을 통해 재정확충의 기반을 탄탄하게 해나갈 계획입니다. 물론 정부의 재정지원도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에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이 구축됐습니까.
“올해 구축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를 통해 재정의 효율성이 한 단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담 : 이경형 (사회66-70) 본지 편집인


-재정에서 발전기금 모금도 중요한데,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
“콘텐츠를 갖고, 능동적으로 발전기금을 모금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만만한 기부’, ‘든든한 기부’ 등 다양한 모금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의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학부대학과 산관학 연구플랫폼 등 중장기 비전과 청사진에 기반한 발전기금 모금을 추진해갈 계획입니다. 동문, 학부모를 넘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발전기금의 통로를 넓혀갈 생각입니다.”  

-발전기금 확대를 위해서는 서울대의 공헌 활동이 더 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1950년대 미국 미네소타 프로젝트로 서울대가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가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 등의 대학들을 도와야 할 때입니다. 기존의 ‘글로벌 사회공헌단’을 서울대 사회공헌의 허브로 강화하여 중·장기적으로 사회공헌과 교육을 포괄 및 연계하는 사업을 체계화하고, 교과 및 비교과 활동을 통한 전문지식 기반 사회공헌을 확대해 갈 계획입니다. 원조 수원자에서 공여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기존에 운영중인 ‘SNU in the World Program(SWP)’이나 ‘Study Abroad Program(SAP)’ 등과 유사한 형태의 국제 교육 프로그램(SNU Borderless) 시범 운영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총장님 임기 중인 2025년 서울대 종합화 50주년을 맞습니다. 
“서울대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시점이 1975년 종합화 시기입니다. 종합화 50년을 맞는 지금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패러다임 대전환을 통해, 대학의 지식이 국가와 사회로 흘러나가 인류 사회의 난제 해결 등의 공적 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미래 지향적 캠퍼스 특성화 전략 및 네트워크 구축 등을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을 수립해 갈 것입니다. 

 특히 ‘SNU Commons’ 조성을 추진하여 캠퍼스 중심을 배움, 교류, 문화소통의 공간으로 재구성할 계획입니다. ‘문화관-행정관-학생회관’ 축과 ‘도서관-잔디광장’ 축으로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여 학부대학 및 학생 종합서비스 공간으로 재탄생하도록 하고, 학과(부), 전공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적 교육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강원도 평창군과 서울대병원은 모교 평창캠퍼스 인근에 ‘평창건강스마트도시’ 건설계획에 관해 MOU를 맺고 추진중에 있습니다. 총동창회도 이 계획과 연계해 시니어 타운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총동창회 프로젝트는 멀티캠퍼스 발전전략과도 연계 가능하며, 지역사회 활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평창캠퍼스가 얼마 전 10주년을 맞으며 생명-웰니스 클러스터 조성을 중장기 계획으로 세웠습니다. 과거 농생대 중심에서 수의대, 의대, 간호대, 공대까지 참여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평창캠퍼스의 숙제가 상주 인구가 적다는 것인데.  
“대학원생, 연구원 등 1000명이 안 됩니다. 84만평 부지에 비해 너무 적은 수죠. 평창캠퍼스에 서울대 학생들이 방학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서울대 자원을 활용한 평창문화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을 이어갈 것입니다.”

-학술림 등 미양여 국유재산, 교원 처우개선도 과제입니다.
“학술림 양여 문제는 지역사회와 협력하면서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관악산부터 광양 학술림까지 순차적으로 풀어갈 생각입니다. 교원 처우와 관련해, 우리 학교 급여가 낮은 게 사실입니다. 서울대 이름만으로 훌륭한 분들이 오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적절한 대우를 해줘야 우수한 교원을 모실 수 있습니다. 연봉 성과급제 도입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입생, 새내기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책이 있다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이렇게 세 권의 책을 읽기를 바랍니다. 요즘 자유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존 스튜어트 밀과 이사야 벌린의 자유사상을 꼭 한번 음미해 보길 권합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통해서는 우리의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겁니다.”정리=김남주 기자


유 총장은
 
1961년 충북 청주시에서 출생했다. 청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0년 모교에 입학했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홍구 교수의 지도를 받아 정치철학 전공으로 동 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 1994년 럿거스 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윤리 담론의 정치를 주제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모교 정치학과에 교수로 임용됐다. 교육 및 연구 분야는 서양정치사사상, 현대정치사상이다. 특히 공동체주의, 공화주의 등으로 요약되는 현대 정치사상을 깊이 탐구해 왔다. 모교 정치외교학부장, 사회과학대학장, 한국정치사상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