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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호 2016년 1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기부문화에 앞장서는 서울대인

김인규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본보 논설위원

우리 딸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란다. 너만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다음 세대 모든 어린이들에 대한 우리의 도덕적 책임감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부를 하고자 한다.”


지난 121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 최고경영자와 부인 프리실라 챈이 딸의 출생을 기념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의 99%를 기부하면서 딸 ‘Max’에게 보낸 편지에 남긴 말이다. 기부 액수는 시가 4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2조원에 달한다.


30대 젊은 부부가 밝힌 다음 세대를 위한 도덕적 책임감과 엄청난 개인재산의 기부행위는 온 세상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2015년 최대의 화제가 됐다.


이와 유사한 통 큰 기부가 국내에서도 있었다. 다름 아닌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지난 817통일운동을 위한 기금으로 개인재산 2천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즉각 재계에서는 재산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한국적 정서에서 이런 대기업 총수가 있다니 놀랍다는 감동과 함께, 곳곳에서 우리나라 기부문화 전반에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이 회장은 1956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동문이다.


2015년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준 서울대 동문이 또 한 분 있다. 지난 124일 타계한 윤홍중 약사다. 1955년 서울대 약대에 입학한 그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서 금강약국35년간 운영하면서 이곳 주민들의 건강지킴이로 한 평생을 바쳤다. 그는 지난해 초 평생 모은 재산의 1/4에 해당하는 8억 원을 서울대동창회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2년전 자신의 재산을 삼남매와 서울대동창회에 1/4씩 똑같이 나눠주기로 한 결심을 생전에 실천에 옮긴 것이다. 조건은 자신이 졸업한 약대상과 국가발전에 중요한 공대생에게 주기 바란다는 것이었다.


2015년 한 해를 마감하면서 세계인을 감동시켰던 주커버그 부부 못지않게 우리들의 마음에 훈훈함을 선사한 이준용 명예회장과 고 윤홍중 선배님께 모든 서울대인들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있다.


병신년 2016년 새해를 맞으면서, 고성장 자유시장경제체제에 심화되고 있는 빈부 격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장애인, 탈북자 등 약자들을 돕기 위한 기부에 보다 많은 서울대 동문들이 앞장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