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e컨설팅센터 한종동 센터장
중소기업 기술 문제 원스톱 해결사
“기술혁신형 강소기업 육성이 목표”

눈부신 경제성장을 뒤로한 채, 7년째 국민소득(GDP)이 2만 달러 대에 머무르며 한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다. 산업구조를 혁신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고민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공과대학이 산업계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3월 10일 개소한 SNUe컨설팅센터를 통해서다. 이 센터는 공대 전 학과 교수들이 대거 참여해 기술사업화, 기술자문, 기술교육, 기술감정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력과 자금 부족으로 기술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들의 고민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기술혁신형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산업 구조의 허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초대 센터장은 모교 공학연구소장인 한종동(화학공학 80-84) 교수가 맡았다.

기업에 1:1 전문가 매칭

QS 아시아 대학평가 공학·기술 부문 10위권에 드는 연구 역량, 320명의 교수진과 7,000여 명의 연구원을 보유한 서울대 공대. 이 막강한 인프라가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산업계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5월 27일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한 센터장은 “서울대 공대가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분명히 있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기술 연구·개발에 목말라 있던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개소와 동시에 59개 공대 연구실을 개방한 ‘오픈랩’ 행사에는 100여 개 기업이 참여를 신청했다. ‘매치메이킹 시스템’도 본격 가동되었다. 센터 홈페이지(http://eritech.snu.ac.kr)를 통해 기업이 기술 의뢰를 하면, 각 학부의 코디네이터 교수가 이를 검토해 ‘서울대 공대에서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50건이 넘는 요청 중 4건은 계약을 완료했고, 6건은 검토 중이다. 1차 미팅 성사율도 90%에 달한다.

“중소기업 사장님들께서 ‘그냥 서울대 교수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다. 이런 일이 가능할 줄 몰랐다’며 반가워하십니다. 교수님들도 ‘보람이 크다’며 최소한의 자문비만 받고 참여해주시고 계세요.”

서울대에는 산학협력단과 기술지주회사가 있지만, 센터는 공대 교수진이라는 전문인력을 활용해 현장 수요로부터 출발하는 ‘상향식’ 산학협력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한 센터장은 “국내 주요 대학의 기술이전 수익이 해외 유수 대학의 5% 수준에 불과하다”며 “논문이나 특허 개수 중심이 아니라, 시장 친화적인 연구와 산학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1년 ‘젊은 공학인상’ 수상

한 센터장은 경험이 풍부한 ‘기술사업화’ 전문가다. 화학공정시스템을 전공한 그는 에너지·환경 공정 기술을 통해 다수 국내 대기업에 기술을 이전했고, 높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2011년에는 한국공학한림원의 ‘젊은 공학인상’을 수상했다.

“기술의 사업화에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공대에 입학한 이유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어 성공하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언제나 하고 싶던 일이라, 센터 일도 즐겁습니다.”

6만 5천 명에 달하는 동문 네트워크는 서울대 공대의 또 다른 자산이다. 한 센터장은 “현직 교수 외에도 뜻있는 명예교수, 동문들에게 자문을 구할 예정인데, 벌써 60여 명의 동문이 센터를 돕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더 넓은 차원의 동문 참여도 구상 중이다.

MIT 박사과정을 밟으며 경험한 기술 창업 환경도 참고가 된다. MIT는 대학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 활발한 곳이다. 기술 하나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 기술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동문 네트워크의 지원이 있었다.

“모교의 유망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곧 모교에 기부하는 것이기도 하고, 투자자·학교·창업자 모두가 윈윈하는 일이죠. 동문들의 기술 투자와 지원이 활발해지길 바랍니다.”

“시작은 작지만 목표는 구체적입니다.” 한 센터장은 센터의 미래를 자신 있게 내다봤다.

“서울대 공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60~80년대 산업 발전의 견인차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선진국 문턱 앞에 선 지금, 다시 그 역할을 감당할 때가 왔습니다. 센터가 성공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고,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다른 대학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서울대 공학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