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호 2014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효원 교수 공안검사서 국내 첫 통일법 교수로 변신 “통일 머지않아… 법제도 빈틈없이 준비해야”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효원 교수
공안검사서 국내 첫 통일법 교수로 변신
“통일 머지않아… 법제도 빈틈없이 준비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과 ‘드레스덴 선언’ 이후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모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이효원(공법 83-87) 교수가 ‘통일법 전문가’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국내 ‘통일법 교수 1호’로, 2007년 모교 교수로 부임하며 통일법을 전공 분야로 제도화하고 관련 강좌를 개설했다. 2010년에는 그의 주도로 헌법·통일법센터가 설립됐으며, 지난 3월에는 『통일법 총서: 통일법의 이해』를 발간하고, 학부생들의 요청에 따라 공개 강좌도 열었다.
통일법,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지난 4월 22일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이 동문은 막 독일 출장을 마친 직후였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반갑게 기자를 맞이했다. “북한 문화재 관련 워크숍이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열려 다녀왔습니다”라며 그는 통일법 연구자로서의 일상을 전했다.
“최근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학문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기쁘지만, 남북 현실이 그렇게까지 진전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지금은 오히려 한 템포 쉬어가면서 통일법 연구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가 말하는 ‘통일법’은 정확히 어떤 분야일까. 『통일법의 이해』에는 ‘남북관계와 평화통일을 규율하는 일련의 규범 체계’로 정의되어 있다. 그는 “통일법은 남북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법적 쟁점을 법치주의에 따라 해결하는 수단이자, 통일 이후 사회를 설계하는 기준이 되는 규범 체계”라고 설명했다.
“통일 과정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분단 상태에서 교류·협력, 통일 이후 법률 통합, 사회심리적 통합까지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필요한 법과 제도가 모두 통일법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예를 들면 남북합의서, 개성공업지구 관련법, 북한이탈주민 보호법, 북한 인권법,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법적 과제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통일 후 토지 문제는 어떻게?
이야기를 듣던 중, 문득 6·25전쟁 당시 남북을 오간 사람들의 토지 소유권은 통일 이후 어떻게 처리될까 궁금해졌다.
“독일은 통일 후 원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가 붕괴하던 시점에 우리에게 독일은 가장 현실적인 통일 모델이었고, 그래서 당시에는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독일과는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겪었고, 근대국가로서의 공통 기반이 없었다는 점에서 독일식 해법이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의 경우 일제 청산 과정에서 토지대장이 대부분 소멸되었기 때문에 소유권 회복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현재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공안검사에서 통일법 교수로
이 동문이 통일법 연구자가 된 과정도 특별하다. 대학 졸업 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8년 통일부의 ‘통일 대비 기획요원’으로 선발돼 체코에서 ‘공산당 치하 피해 국민의 회복 지원’에 관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검찰 복귀 후에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으로 연수를 떠나 ‘독일 통일 10년의 법적 통합’을 주제로 1년간 연구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03~2006년 법무부 특수법령과(현 통일법무과)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다. 공안 검사로서 10여 년을 지내던 그는, 남북합의서와 교류협력법 등 다양한 협의서 체결을 위해 북한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남북 문제를 법치주의 틀에서 다뤄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당시 통일법 연구자가 거의 없던 터라, 그는 직접 학문적 기반을 닦기로 결심했다. 모교 김철수·성낙황 교수의 지도를 받아 통일법 관련 논문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학자의 길에 들어섰다.
“통일, 반드시 온다… 준비는 지금부터”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 동문은 “통일법 관련 연구 성과를 주제별로 정리해 계속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떤 정권이든 핵이나 식량 지원만으로는 국가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머지않아 북한에도 변화가 올 것이고, 그때 우왕좌왕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제도적으로 준비해둬야 합니다. 『통일법 총서』는 그러한 준비를 위한 밑그림입니다. 누군가는 그 책을 통해 ‘이런 것도 법적으로 준비해야 하는구나’, ‘이건 몰랐네’ 하는 계기를 얻게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용히 덧붙였다.
“통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입니다. 법은 현실에 힘이 되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