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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호 2014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국립중앙치매센터 김기웅 센터장 ‘치매 이겨낼 수 있다’ 희망 전파 전국 보건소서 무료 치매검진 실시

화제의 동문


국립중앙치매센터 김기웅 센터장
‘치매 이겨낼 수 있다’ 희망 전파
전국 보건소서 무료 치매검진 실시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나라’, ‘치매로부터 가장 먼저 자유로워지는 나라’. 2012년 치매관리법 시행에 따라 국가 치매관리사업의 컨트롤타워로 개소한 국립중앙치매센터의 목표다. 분당 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김기웅(의학 83-89) 교수가 초대 센터장을 맡아 이 목표 실현을 이끌고 있다.

치매관리법에 따라 국가는 5년마다 치매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센터는 이 같은 계획과 관련 서비스·연구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일종의 ‘싱크탱크’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은 민간 차원에서 천천히 대응할 수 없기에 국립 센터의 역할이 매우 크다.

지난 3월 25일 경기도 성남시 국립중앙치매센터에서 만난 김 센터장은 “마음 같아선 더 빠르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한국형 치매 사회안전망을 확립하는 계획은 차근차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과음 잦으면 치매 위험 높아

“현재 진단 인프라가 많이 정비되어 전국 치매안심센터나 보건소에서 만 60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무료로 1차 치매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이미 치매 진단을 받은 분들을 위한 서비스도 빠르게 강화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약제비 지원사업을 통해 저소득층 치매 환자에게 약값 일부를 지원하고, 간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7월부터 장기요양보험 제도에 ‘치매특별등급’이 신설돼 더 많은 혜택이 제공됩니다.”

센터는 간단한 자가 치매 검진 도구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및 PC 버전 ‘치매체크’를 개발했다. 누구나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지만, 특히 독거노인이나 초고령층 등 진단 취약계층에게는 대학생 파트너를 파견해 사용법을 안내하고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25년에서 2035년 사이, 치매로 인한 사회적 고통이 급격히 커질 것입니다. 환자는 100만 명을 넘고 노동 인구는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예요. 그때 사회의 중심이 될 세대가 지금의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이기 때문에 병에 대한 이해를 지금부터 교육하고 인식시켜야 합니다.”

오늘날 치매관리 전략은 과거처럼 좋은 요양시설을 짓는 데 집중하기보다, 시설에 들어가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그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조기 치료를 통해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부담도 덜자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병원을 찾은 환자 대부분이 치매 중기 단계였지만, 요즘은 70% 이상이 첫 단계인 ‘초경도 인지장애’ 시기에 병원을 찾는다”며 “그만큼 초기 증상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고,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졌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치매, 희망을 이야기합시다’를 주제로 10년 넘게 이어 온 강연에도 최근 40~50대 청중의 참여가 부쩍 늘었다.

조기 진단이 최선의 예방책

그가 치매 연구를 시작한 1993년 무렵만 해도 미국에서 첫 치매 치료제가 개발되긴 했지만, 부작용이 많아 치료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약물로 진행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25년까지 완치법을 찾겠다”고 선언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수년 내로 병의 진행을 완전히 멈출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될 수도 있습니다. 그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조기 진단과 뇌 건강 유지가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기자를 24시간 치매 상담 콜센터(1899-9988)로 직접 안내했다. 이곳에서는 36석 규모의 상담 부스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연중무휴 상담을 진행 중이다. “본인이 치매인지 궁금한 전화부터 보험·제도 관련 문의, 간병이 너무 힘들다는 보호자의 절박한 호소까지 다양한 전화가 걸려옵니다.” 번호는 ‘18세의 기억을 99세까지, 그리고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산다’는 뜻을 담아 기억하기 쉽게 정했다고 덧붙였다.

잘못된 인식 바로잡는 것도 역할

“치매는 기억을 잊는 병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뇌에 저장하지 못하는 병입니다. ‘어제 일은 기억 못해도 예전 일은 잘 기억하니 괜찮다’고 넘기는 건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그는 이렇게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일 또한 센터의 주요 임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치매 전문의로서 동문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30분씩 걷는 생활을 하시고, 과음은 반드시 피하십시오. 이 두 가지는 치매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생활습관입니다.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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