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호 2014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도쿄 사이카보 오지선 부사장 미스코리아 출신 요리연구가 겸 CEO “한국에 일본 가정식 요리 문화 전파”

도쿄 사이카보 오지선 부사장
미스코리아 출신 요리연구가 겸 CEO
“한국에 일본 가정식 요리 문화 전파”
‘아버지는 일본에서 한식을, 딸은 한국에서 일본 가정식 요리 전파.’
일본 최대 한식 체인점인 ‘사이카보(妻家房)’를 운영하고 있는 ㈜영월의 회장 오영필(영문학과) 동문과, 한국에서 일식당 ‘도쿄 사이카보’를 운영하고 있는 오지선(식품영양 99-04) 부사장 부녀 이야기다. 오 동문은 일본 일식당 일색이던 국내 외식업계에 2009년 8월 일본 현지 주방장 3명을 데리고 ‘도쿄 사이카보(처가방)’를 오픈해 화제를 모았다.
더욱이 모교 출신 미스코리아라는 경력과 박지성 축구선수와의 친분 등으로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오 동문은 대학 1학년이던 1999년, 미스 재일교포 선으로 미스코리아 본선에 진출했다. 김지혜(체육교육 97-01), 이하늬(국악 02-06) 동문의 미스코리아 선배이기도 하다.
지난 2월 19일, 서울 청담동 도쿄 사이카보에서 만난 오지선 동문은 키 170cm에 서글서글한 눈매의 전형적인 미인이었다. 남자친구를 사귈 틈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예전엔 결혼 늦게 하라고 하시던 부모님께서 요즘은 언제 하느냐고 물으신다”며 밝게 웃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오 동문은 다섯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도쿄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이사가야 제7소학교와 한인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아버지가 한식업을 시작하면서 장녀인 그녀가 사업을 도와주길 바랐고, 그 결과 선택한 전공이 식품영양학이었다. 일본이 한국보다 음식 관련 학문이 더 발달했는데 왜 모교를 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섯 살까지는 한국에서 살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기왕이면 최고 학부에서 공부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음식 이론을 쌓은 후 요리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일본 최고 요리학교 중 하나로 꼽히는 핫토리영양전문학교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2년간 일식·중식·양식은 물론 제과·제빵까지 마스터했다.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도 취득했다. 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은 그는 누구보다 빨리 기술을 익혔다. 오 동문의 어머니는 일본 ‘처가방’의 모든 메뉴를 개발할 정도로 음식 솜씨가 뛰어나다.
2년 과정을 마친 후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도쿄의 음식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고, 이어 1년간 뉴욕에 머물며 50여 개의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해 세계 식당 트렌드를 익혔다. 일본 TV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관련 서적까지 출판하며 요리연구가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9년 8월, 아버지와 함께 서울 청담동에 1·2층 495㎡(150평) 규모의 일식당 ‘도쿄 사이카보’를 오픈했다. 당시 많은 이들이 회와 초밥을 일식의 메인으로 인식하던 분위기에서 ‘일본 가정식 요리’를 콘셉트로 스키야키, 오야코동, 고로케, 디저트 푸딩 등 다양한 일본 요리를 선보인 것이 특징이었다. 그는 “한국 일식당에서 나오는 곁반찬(츠키다시)이 정체불명인 경우가 많았고, 디저트도 과일 일색이라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년 15~20% 성장세
아버지는 딸에게 메뉴 선정부터 직원 관리까지 전권을 맡겼다. 당시 29세였지만, 이론과 기술, 감각까지 갖춘 딸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오 동문은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직원들의 잦은 이직, 일본 방사능 여파 등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35명의 직원을 관리하며 매년 15~20%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적당한 가격에 제대로 된 일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며 첫해 하루 매출 500만 원에서 최근엔 1,500만 원까지 끌어올렸다. 한국 주재 일본 회사원이나 외교관 직원들도 단골이다. 2011년 대구점, 2012년 청주점도 오픈했고, ‘도쿄 사이카보’를 벤치마킹하는 업소도 늘고 있다. 오 동문은 “새로운 메뉴판을 40개 만들면 20개는 금방 사라진다”고 말했다.
“하루 매출 2,000만 원이 목표”
올해 8월, 개업 5주년을 맞는 오 동문의 단기 목표는 일일 매출 2,000만 원 달성, 장기 목표는 일식과 한식을 접목한 식당을 뉴욕 등 해외에 창업하는 것이다.
“몇 해 전 뉴욕의 유명 한식당 ‘우래옥’이 문을 닫았죠. 이제는 새로운 스타일의 한식으로 승부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일본의 아기자기한 데커레이션 기술에, 한식의 손맛을 더한 요리라면 세계 외식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거라 믿어요.”
오 동문은 스쿠버다이빙과 골프를 좋아하며, 잘하는 요리로는 찌개와 생선조림을 꼽았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4월 13일까지 사이카보에 예약(전화 02-517-0108)하는 동문들에게 10% 할인 혜택을 드리겠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