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원(기계항공 04-11) 선수
한국인 최초 유러피언 F3 우승
“한국 모터스포츠 위해 경험 축적할 것”

“우승 자체도 기쁘지만, 제 안에 간직해 온 확신과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했다는 안도감이 더 큽니다.”

지난 7월 13일,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열린 유러피언 F3(Formula 3) 경기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둔 임채원(기계항공 04-11) 동문이 밝힌 소감이다. 스페인의 Millio de Vilotta 팀 소속으로 활동 중인 그는, 지난 4월 프랑스 개막전에서 준우승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드러낸 지 3개월 만에 모터스포츠의 본고장 유럽 무대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5세에 입문, 3개월 만에 유럽 정상에

임 동문은 2009년, 25세의 나이에 레이싱에 입문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국내 대회에서 우승과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고, 일본과 중국을 거쳐 단숨에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늦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오랜 꿈과 열정이 응축된 폭발력이었다.

F3는 세계 24명만 뽑히는 F1으로 향하는 필수 관문이다. 유럽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카트 선수로 훈련하며 경험을 쌓는 반면, 임 동문은 짧은 경력을 극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다.

“어릴 때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접었어요. 대신 무언가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탈출구를 찾고 있었고, 모터스포츠가 저에겐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느껴졌습니다. 20년의 열정을 5년에 쏟아부은 셈입니다.”

“모든 연습은 공학 문제 푸는 과정”

‘늦깎이 드라이버’이자 ‘수재 카레이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임 동문은, 매 연습과 경기에 공학도의 자세로 임한다. 제한된 예산과 시간 속에서 단 1분도 허투루 쓸 수 없기에, 모든 주행을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준비해왔다.

“조건이 주어진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서킷을 어떻게 달려야 하고, 거기에 맞춰 차는 어떻게 세팅해야 할지, 0.1초라도 더 빠르게 주행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과정이죠. 전공 지식 덕분에 팀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고, 공대생의 사고방식 자체가 큰 도움이 됩니다.”

그는 “모터스포츠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일부이자 치열한 자기 극복의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자체 영입, 자체 후원… 지원은 아직 ‘불모지’

임 동문은 자신의 능력만으로 스페인 팀에 직접 연락해 계약을 따냈다. 연습 라운드마다 700만~800만 원, 경기당 수천만 원이 드는 F3 무대에서 한 시즌 전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수억 원에 달하는 경비가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부모님의 헌신적인 지원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F1 등 더 큰 무대를 꿈꾸기 위해서는 기업 및 산업계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

“드라이버는 자동차 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선수에 대한 신뢰나 투자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불모지에서 **드라이버라는 직업의 신뢰성을 입증해 보이고 싶습니다.”

그는 모터스포츠가 단지 경기가 아니라 첨단 기술의 집약체이자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하며, “국내에도 엄청난 잠재적 관심이 있지만 아직 생소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박지성이 나올 때까지 버틴다”

“축구로 치면 박지성 선수처럼, 큰 무대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선수가 한국에도 반드시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유럽에서 최소 2~3년은 더 경험을 쌓아야 하며, 저는 그때까지 잘 버티며 실력을 쌓는 게 1차 목표입니다.”

향후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하는 드라이버로서, 한국 모터스포츠와 자동차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유러피언 F3는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7개국에서 총 16라운드로 진행되며, 현재까지 10라운드를 마친 임 동문은 한 달간의 휴식기를 거쳐 9월부터 후반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는 11월에는 F1 드라이버의 등용문인 마카오 그랑프리 출전도 계획 중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동문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한국 드라이버가 유럽 무대에서 의미 있는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 자체가 산업과 문화에 주는 영향도 분명히 크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