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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호 2013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강화고려역사재단 박종기 대표, 지자체 최초 고려사 연구재단 출범 “초·중·고 역사 인식 높이는 정책 절실”

강화고려역사재단 박종기(국사 71-75) 대표

지자체 최초 고려사 연구재단 출범
“초·중·고 역사 인식 높이는 정책 절실”

지난 7월 5일, 인천광역시는 국내 최초의 지자체 주도 고려사 연구기관인 **‘강화고려역사재단’**을 설립하고, 초대 대표로 박종기(국사 71-75) 국민대 역사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한 역사연구재단은 여럿 있었지만, 본격적인 고려사 전문 연구재단은 국내 최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우리 역사에서 고려사가 가장 소외돼 있었다”며 “정치인이나 정책 담당자가 아닌, 전공 연구자가 재단 대표를 맡은 것은 처음이라 부담이 컸지만, 고려사라는 한국사의 중요한 축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수락했다”고 밝혔다.

강화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박 대표는 3년 임기 동안 중점 추진할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고려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및 조사.
둘째, 고려 왕조의 수도였던 강화지역을 중심으로 한 역사 교육과 홍보.
셋째, 분단으로 단절된 개성 역사유적과의 남북 교류를 통한 고려사 연구 재개이다.

단기 과제로는 ▲강화역사유적지구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추진 ▲국립박물관 유치 ▲국립문화재연구소 설립 등을 꼽았다.

박 대표는 “고려사는 다종교·다문화·다사상의 복합 구조를 지닌 다원론적 역사로, 대한민국의 미래 모델이 될 수 있다”며 “500년 고려사의 개방성과 역동성은 현재 우리 사회와도 맞닿아 있으며, 미래 한국을 위한 중요한 역사 자원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학문·인문학 경시, 역사의 위기 초래

박 대표는 초·중·고교의 역사 교육이 점차 약화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6·25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제도와 정책의 실패입니다. 아무리 교육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도, 배움의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역사와 인문학이 교양의 일부로만 여겨지는 지금의 흐름은 분명히 잘못됐습니다.”

그는 특히 실용 중심의 입시 제도와 정부의 인문학 홀대가 역사교육 약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한 수험생 비율은 7.1%**에 불과했으며, 선택과목제로 바뀐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인문학과 기초학문을 홀대해서는 안 됩니다. 역사 교육 약화는 결국 인문학 경시에서 비롯된 문제이며, 기초학문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인식 전환 없이는 해결책도 없습니다.”

“모교는 한국사 필수 응시 과목 고수해야”

최근 서울대가 2015학년도 입시부터 수능 필수 응시 과목에서 한국사 제외를 검토했다는 보도에 대해, 박 대표는 단호한 목소리로 의견을 밝혔다.

“서울대는 한국사 필수 과목을 고수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주는 상징적인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2008년, 서울시내 10개 사립대 입학처장이 모여 입시에 한국사를 의무화하자고 합의한 전례가 있습니다. 실현되진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서울대를 중심으로 주요 대학들이 다시 논의해준다면 수험생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박 대표는 교수이자 역사학자로서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를 **“역사의 대중화”**라고 밝혔다.
“역사학자들끼리만의 역사가 아닌, 연구를 통해 밝혀진 역사적 진실을 대중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사학이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문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를 전했다.
“모교 출신들이 훌륭한 오피니언 리더임에도 불구하고, 동문 의식이 약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보다 큰 시야로, 기초학문과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리더에게 어울리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회적 모범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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