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윤 제주 초콜릿박물관 회장
세계 10대 초콜릿박물관 위상 굳건히
“미국에 기호식품 전문대학 설립이 꿈입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세계 10대 초콜릿박물관에 선정된 제주 초콜릿박물관의 주진윤(항공공학 66-70) 회장을 서면으로 만났다.
그는 현재 미국 나이아가라에 ‘월드 초콜릿 헤리티지 박물관’ 설립을 준비 중이다.
기존 박물관이 주로 유물이나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라면, 초콜릿박물관은 처음 구상부터 달랐다.
어린이를 좋아하는 주 회장 부부는 박물관의 주요 대상도 어린이로 삼았다.
“제주에 오면 어른들은 골프, 낚시, 생선회를 즐기며 신이 나지만, 아이들은 소외되기 쉽습니다.”
초콜릿박물관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초콜릿을 주제로 과거로, 또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는 ‘정신 여행’을 제안하는 ‘메디테이너(Meditainer)’ 박물관이 바로 그것이다.
초콜릿 박사, 카카오 원산지까지 연구
지난 2월 15일, 그는 단국대에서 국내 최초로 초콜릿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원래 대우실업에 있다가 1970년대 말에 독립해 아가방을 창업했습니다. 경영하면서 초콜릿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실망을 안긴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에 먼 나라들을 다니며 카카오와 초콜릿을 공부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과자인 줄 알았던 초콜릿은, 그가 파고들수록 생화학, 육종학, 분자생물학, 유지공학 등의 융합 지식을 필요로 하는 고차원 식품이었다.
“심장에 좋은 항산화제 성분이 가장 많이 함유된 식재료도 초콜릿입니다. 인간 수명이 늘면서 앞으로 더 넓은 연령층에서 소비될 것으로 봅니다.”
이미 2007년부터 그는 ‘싱글 오리진 빈투바(Single Origin Bean-to-Bar)’ 분야에 진입했다. 카카오 원산지와 품종을 특정해 고유한 풍미의 초콜릿을 만드는 작업이다.
주 회장은 젊은 인력과 기계를 갖추고 세계적 수준의 초콜릿을 생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마라도에 해외개척자 박물관도 준비 중
박물관은 부인 한희자(AIP 43기) 관장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주 회장은 제주 마라도에 ‘한국 해외개척자 아회박물관’도 준비 중이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해외에서 성공한 이들에게 ‘이름의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한국의 끝, 마라도에 ‘한국의 끝은 세계의 시작’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작은 공간이지만 뜻깊은 장소를 마련하려 합니다.”
초콜릿박물관은 버추얼투어리스트닷컴이 선정한 세계 10대 초콜릿박물관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정부 지원 없이 이뤄낸 성과다.
“초콜릿, 우리가 롤모델이 되어야”
그는 벨기에, 스위스 등을 초콜릿으로 부러운 나라로 꼽는다.
“프랑스의 미셸 크루이젤, 미국의 허쉬스, 지라델리, 시펜버거 등 수많은 기업들이 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길로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초콜릿의 조건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카카오 원산지가 분명하고, 공정마다 정성을 들여 선별하며, 설탕이 적게 들어간 것. 이것이 좋은 초콜릿입니다.”
기호식품 전문대학 설립이 마지막 꿈
아가방 경영자에서 물러난 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그 도전의 바탕에는 **“죽는 날까지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살겠다”**는 철학이 있다.
현재 그는 세 가지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나이아가라 박물관, 마라도 박물관, 에콰도르 카카오 원종 보호 농장이다.
“이후에는 미국 내에 기호식품 전문대학을 설립하는 데 남은 생을 바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