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호 2013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효정 대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기틀 마련에 최선 삼성 임원·여성리더십연구원 대표 등 지내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효정 대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기틀 마련에 최선
삼성 임원·여성리더십연구원 대표 등 지내
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법인으로 출범한 지 올해로 8년째를 맞아, 안팎으로 내실을 다지며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오케스트라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서울시향은 아시아 오케스트라로는 최초로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반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장기 계약을 체결해 세계 시장에 4장의 음반을 냈고, 2011년부터는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및 단체들과 콘소시엄을 이루어 세계적인 작곡가들에게 신작을 위촉해 오고 있다.
최근 서울시향은 세계적인 교향악단들과 함께 현대음악 발전에 선도자 역할을 수행하고자, 세 번째 대표로 박효정(교육 80-84) 동문을 선임했다.
직원 역량 강화·경영 체계 정비
모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과정을 마친 뒤 귀국한 박효정 대표는 17년간 삼성화재에서 근무하며 손해보험 업계 여성 최초 임원을 지냈다.
1993년, 삼성은 신경영을 선언하며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여성 대졸자를 대규모 공채했지만, 수백 명의 여성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내부적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삼성그룹 인력개발원에 파견된 박 대표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조직 구조, 조직 문화, 여성과 남성의 삶과 조직 내 행동, 일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 등을 연구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한껏 확장할 수 있었다.
퇴직 후인 2011년 가을, 그는 ‘여성리더십연구원’을 설립했다. 이후 1년간 ‘대기업 내 여성 관리자’에 관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수행하며 관련 연구를 이어갔다. 박 대표는 “20년 전, 그다지 내키지 않던 업무를 마지못해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제 돈을 들여 연구하고 싶을 만큼 애착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대표로 일한 지 3주가 지났는데요. 음식을 먹을 줄만 알던 사람이 식당 사장이 된 기분입니다. 민간과 공공부문의 차이는 정말 크고, 문화계는 제가 살아온 세상과도 많이 다르더군요. 특히 일하는 방식, 목표에 대한 개념, 비용에 대한 관점, 평가 기준 등에서 큰 차이를 느꼈고, 문화계는 다소 내부 지향적인 성향이 있어 세상과 단절돼 있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문화상품으로
서울시향이 음악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이를 뒷받침할 경영 인프라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박 대표는 이에 따라 공공기관에 투명성, 효율성, 합리성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0년 후 서울시향이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되었을 때, ‘기틀이 그때 마련됐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임기 3년 동안 전체적인 경영체계를 정비하겠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음악 역량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서울 시내의 공연장은 제한적이다. 음향 시설과 경제성 등을 고려하면 2,000~2,500석 규모가 적당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은 3,000석의 다목적 홀로 설계되어 오케스트라 공연에는 적합하지 않다. 사실상 서울 시내에서 클래식 전용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뿐이다. 서울시향의 유료 객석 점유율이 92%에 이르고, 인기 프로그램은 공연 횟수를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지만, 이미 연간 한 달 가까이를 예술의전당에 의존하고 있어 대관 기간을 늘리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표는 “해외 유명 연주자의 경우 2~3년 전부터 스케줄을 확정해야 하는데, 대관 일정을 미리 잡기 어렵다는 점이 고품질 공연 기획에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며 “서울시에서도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관객 접근성과 비용 문제 등을 함께 고민하고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을 세계 주요 도시 중 하나로 이야기하지만, 러시아의 볼쇼이 발레, 베를린 필, 빈 필처럼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각 나라 혹은 도시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는 그 사회의 문화적 역량이 집결된 총체적 결과물입니다. ‘아르스 노바’와 ‘마스터 클래스’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시향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키우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시민에게 사랑받는 오케스트라로
서울시향은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와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 제공을 목표로, 연간 80여 회의 무료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소외 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악기 교육 프로그램 ‘우리동네 오케스트라’**도 진행하고 있다.
박효정 대표는 시민에게 사랑받는 오케스트라로서 서울시향의 정체성과 책무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