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호 2013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세계 첫 ‘빨간 배추’ 개발… 성인병 예방 유럽 등 해외서 시험 재배 본격 착수
권농종묘 권오하 대표

세계 첫 ‘빨간 배추’ 개발… 성인병 예방
유럽 등 해외서 시험 재배 본격 착수
“긴 연구 끝에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빨간 배추를 전국에 보급해 국내 시장을 석권함은 물론, 해외 종자 수출량을 더욱 늘려 세계인의 입맛을 공략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세웠습니다.”
지난 12월 2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풍년로에 위치한 권농종묘 본사에서 만난 권오하(농학 82-86) 대표는, 직원들과 8년여 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빨간 배추를 세계인의 식탁에 올리겠다는 포부와 설렘으로 들떠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상추 육종가인 권 대표는 “지금 돌이켜보면, 1989년 종자 시장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고수하던 종묘 업체였던 홍농종묘에 연구원으로 입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오직 상추 육종에만 매달렸고, 그것이 오늘날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고유의 쌈 문화 발전에 한몫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 중 하나가 바로 쌈입니다. 이 흐름에 맞춰 권농종묘가 설립됐습니다. 저희 회사는 쌈 채소 전문 업체로서 인기 품종이 많지만, 그중 1998년에 육종한 첫 작품 ‘선풍’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선풍’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농가에서 가장 많이 재배돼 여전히 인기작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의 육종 목표는 △농가가 재배하기 쉽고 △수확량이 많으며 △유통인을 위해 수송성이 좋아야 하고 △소비 확산을 위해 아삭한 맛이 나야 한다는 네 가지 원칙이다. 이 목표에 맞춰 피눈물 나는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고, 실패의 연속 끝에 개발한 등록 품종만 50여 가지에 달한다.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나오는 상추의 상당수가 그의 손에서 태어난 품종이다.
그는 1964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덕을리의 농사짓는 가정에서 다섯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김천중을 거쳐 지역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안동고를 졸업했고, 이후 모교에서 석사 학위를, 충북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근 그가 일반 배추와 양배추를 종간 교잡해, 유전자 조작이 아닌 전통 육종법으로 세계 최초 개발한 빨간 배추가 학계와 업계는 물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빨간 배추는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인 항산화 물질 안토시아닌을 다량 함유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영국·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도 시험 재배에 착수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처음부터 일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권농종묘를 처음 개업한 몇 년 동안은 수입이 전혀 없었습니다. 소득 신고를 관리하던 직원이 전화해 ‘어떻게 소득이 없을 수 있냐’고 묻는 등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습니다.”
세계 최초 개발에 담긴 집념
국내 쌈 문화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그이지만, 개인 육종가로서의 시작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995년 홀로 시작했을 당시 직원 하나 없었고, 4년간 집에 생활비 한 푼 못 가져다줬다. 권 대표가 개발한 상추를 아내 장진 씨가 직접 따서 여러 품종을 섞어 마트에 납품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육종 의지가 확고했던 그는 농가와 가락시장을 찾아다니며 육종 방향을 정했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세계 최초로 빨간 배추를 개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공로로 그는 2010년 농업인의 날 국무총리 표창, 2012년 제8회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대회에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영예를 안았다.
일본 등 해외 진출… 올해 목표 200만 불
“2025년에는 일본·중국 등으로 연간 200만 불 규모의 빨간 배추 종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먹거리를 만드는 만큼 국민의 신뢰와 기업의 정직함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백 년을 내다보는 가족기업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
“농업과 농촌의 현재 어려움을 타개하고 밝은 앞날을 여는 해답은, 다름 아닌 ‘작은 씨앗의 가치를 아는 것’에 있다”고 말하는 권 대표. 그는 국민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농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해 온, 그야말로 농업의 새 시대를 여는 선구자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