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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호 2011년 7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패션디자이너 심설화 동문 제2회 '패션 아시아 어워드’ 대상 영예 “글로벌 브랜드로 세계시장 공략할 것”


화제의 동문



패션디자이너 심설화 동문 제2회 '패션 아시아 어워드’ 대상 영예 “글로벌 브랜드로 세계시장 공략할 것”

지난 4월 25일 중국 저장에서 열린 제2회 패션 아시아 어워드 프레타포르테(기성복 부문)에서 베라카 심설화(의류 77-81) 대표가 대상을 받았다. 심 동문의 수상은 그동안 아시아 패션시장을 주름잡아온 일본과 중국의 유명 디자이너들을 제치고 받은 거라 더욱 의미가 크다.

국내 기성복 1세대 디자이너로서 ‘사라 심’과 ‘피스비사라’라는 독자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심 동문은 “아시아 중심시대에 예술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나의 디자인 철학이 인정받아 기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일할 때는 시간 가는 것조차 아깝다”는 심 동문을 지난 6월 28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그녀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멘토랄까, 롤모델이 될 만한 패션 디자이너가 마땅히 없었어요.”

모교를 졸업하면 디자이너보다는 ‘교수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던 그 시절, 심 동문도 다른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유학과 함께 교수를 꿈꿨다. 그러나 대학 4학년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집안 형편상 취업을 해야 했던 그녀는 과감히 꿈을 접었다.

반도패션 공채 1기 디자이너

그 무렵 국내 굴지의 패션기업인 ‘반도패션’에서 디자이너를 최초로 공개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전국에서 디자이너로 이름났다는 사람들이 1천여 명 정도 몰렸는데 단 4명만이 뽑혔고, 그 중 한 명이 바로 심 동문이었다.

“고무신 신고 학교 다녔다는 얘기는 70년대 초반을 두고 한 말 같고, 77학번은 과외를 해서 들어간 1세대였어요. 가정대에 특히 잘사는 친구들이 많았죠. 비싼 부티크를 입고 다니는 애들이 많았는데 저는 돈도 없었고, 그런 게 싫어서 제가 직접 옷을 만들어서 입고 다녔어요. 만들다보니 엄마와 언니 것도 만들게 됐고요. (웃음)”

시험 요강에 자기가 직접 만든 옷을 가져오라는 것이 있었는데 심 동문은 평소 만들어 입던 옷을 그대로 가져갔다. 작품용으로 만드는 옷과 실생활에서 입기 위해 만드는 옷은 그 시작부터 다르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치열한 경쟁을 통과했지만 막상 입사해 보니 의류학을 전공한 대졸자는 심 동문뿐이었다. 그만큼 회사의 기대는 컸고 입사하자마자 신규 브랜드 개발이라는 중책이 맡겨졌다.

“명동에 나가면 내가 디자인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여요. 신기하기도 하고 일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퇴근 시간과 주말이 싫을 정도로 밤낮 없이, 정말 미친 듯이 일했지요. 개인적으로 그때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이후 ‘코오롱’ 디자인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소재 개발을 맡았다. 심 동문이 직접 디자인하고 기획해 만든 투습·방수 소재의 옷은 캐주얼 업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며 1년 동안 100억 원 매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독자적으로 패션을 선도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갖는 게 꿈이었던 심 동문은 안정적인 대기업 생활을 버리고 1990년 5월 디자인 기획사인 ‘베라카’를 창립했다. 이곳에서 그녀는 ‘심설화베라카’와 ‘사라 심’ 등의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삼성물산, 코오롱, 국제상사 등에 디자인 기획을 제공했다.

이후 2002년부터 2005년까지 CJ홈쇼핑의 후원을 받아 파리컬렉션에 참가하며 국제적인 감각을 익혔고, 서울컬렉션에도 참여해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쪽으로는 대기업을 상대로 컨설팅을 하면서 디자인 기획을 팔아 디자인 연습을 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파리컬렉션 등을 통해 해외시장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심 동문은 회고했다.

2005년은 ‘사라심’으로 명품을 디자인하던 그녀의 패션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롯데마트와 제휴해 자체 상품인 ‘UL’을 개발하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중저가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게 된 것이다. 심 동문으로서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 셈이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세계의 패션시장은 유럽 중심의 명품이 주도했어요. 그러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가 교환되고 중국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값싸고 품질도 좋은 상품을 찾기 시작했죠. 상품을 직접 기획하고 제조, 유통까지 하는 ‘ZARA, H&M, 유니클로’ 같은 제조 직매형 의류매장인 SPA(Special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시장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에요.”

때마침 한류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상황이라 심 동문은 주저 없이 그간의 노하우를 살려 SPA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9년 8월 브랜드 ‘피스비사라’를 론칭해 현재까지 롯데백화점 잠실, 노원, 창원, 상인점에 입점한 상태다.

“SPA 시장을 공부하다보니 제가 꿈꿔왔던 글로벌 브랜드를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저는 명품을 디자인해온 감성도 갖고 있지만 그간의 다양한 활동으로 판매, 유통까지 해봤으니 기본적으로 디자인만 아는 일반 디자이너와는 달라요.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상품을 만들려면 상품기획자가 프로세스 전체를 알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제가 좀 더 유리하죠.”

착한 가격의 명품 디자인 내놔

그러나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SPA를 기업이 아닌 개인이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국내에 진출해 있는 해외 유명 SPA 브랜드와 경쟁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심 동문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시아의 ZARA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디자인과 트렌드를 리드하는 글로벌 브랜드, 새로운 패션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어요.”

이런 열정이 통했던 걸까. 세계적인 SPA 브랜드인 ZARA에서 ‘5년 안에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한국 브랜드’로 ‘피스비사라’를 꼽았다. 심 동문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

“파리컬렉션에 참가할 때만 해도 내가 과연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어요. 유럽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계란으로 치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환경도 많이 변해서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에서도 곧 나올 것 같아요. 세계 패션의 중심이 중국으로 바뀌고 있으니까 중국 시장에서 좀 더 입지를 다져서, 우리나라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게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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