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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호 2010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청국장 전도사, 호서대 김한복 교수, 18년간 청국장 연구… 신약 개발 도전





청국장 전도사, 호서대 김한복 교수
18년간 청국장 연구… 신약 개발 도전

청국장 전도사, 호서대 김한복 교수
18년간 청국장 연구… 신약 개발 도전

‘청국장 전도사’로 유명한 호서대 김한복(미생물 78-82) 교수가 지난해 ‘마르퀴즈 후즈 후’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지난 4월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의 ‘국제 아인슈타인 과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IBC의 ‘플라톤 국제교육자상’ 수상자로도 선정되며 과학과 교육 분야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미국에서 발행하는 ‘마르퀴즈 후즈 후’와 IBC 인명사전은 세계 3대 인명사전으로 통한다.

지난 7월 21일 호서대 아산캠퍼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외국인에게 생소한 청국장을 주제로 오랫동안 꾸준히 연구해 온 점을 평가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조용한 목소리로 18년 청국장 인생을 들려주었다.

국제 아인슈타인 과학자상 수상
김 교수는 1992년 호서대 생명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이듬해인 1993년부터 청국장 연구를 시작했다. 청국장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를 분자 수준에서 연구하며 항산화, 혈압 강하, 면역 조절, 항암 효과, 셀룰로스 분해효소 작용 메커니즘 등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청국장 먹기 운동, 『청국장 다이어트&건강법』 출간, 신문·방송 출연 등을 통해 ‘청국장 전도사’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2006년에는 고혈압 환자에게 특효가 있는 ‘혈압 강하 청국장’을 개발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분자생물학으로 청국장 접근
유전공학을 전공한 그가 청국장을 연구하게 된 이유는 “남들이 하지 않은 독특한 소재를 찾다가 청국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기존 유전공학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어요. 분자생물학을 접목할 수 있는 몸에 좋은 소재를 찾다가 청국장을 선택하게 됐죠. 세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즉 DNA, RNA, 단백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방식입니다. 식품학자들의 접근법과는 다르죠. 유전자가 2만 5천 개쯤 되는데, 한 번에 연구하려면 DNA 칩도 필요하고, 통계학·전산학적 데이터 처리도 병행해야 합니다. 발효식품을 분자생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죠.”

청국장은 원래 겨울 음식이었지만 최근엔 사계절 내내 즐겨 먹는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미생물과 효소, 생리활성물질 덕분이다. 비타민B도 풍부해 간 기능을 돕고, 혈관 내 콜레스테롤 분해와 혈압 저하, 항암 효능도 주목된다.

“발효는 원재료에 없던 물질을 만들고, 흡수가 어려운 성분을 쉽게 흡수되도록 해요. 특히 펩타이드와 이소플라본은 혈압을 낮추고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건강식품·신약 개발로 확대
김 교수는 앞으로 청국장의 생리활성물질을 추출해 건강기능식품이나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서두를 마음은 없어요. 신약 개발은 오래 걸리니까, 과정 중 건강식품을 만들거나 청국장을 더 먹기 쉽게 상용화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치나 된장 같은 다른 발효식품이 있음에도 청국장을 연구한 이유는 염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암에 잘 걸리는 이유 중 하나가 짠 음식 때문이죠. 된장처럼 염분이 많은 발효식품은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어요.”

그가 권하는 청국장은 무염 생청국장이다.

“끓이면 미생물과 효소가 파괴되죠. 저는 처음부터 무염 생청국장을 먹자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의 ‘낫토’ 같은 거죠. 맛은 별로지만 생청국장으로 먹어야 효능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요.”

자연 발효와 나또의 차이
일본의 낫토는 인위적으로 균주를 넣지만, 우리 청국장은 자연 발효 방식이다.

“정부 허가 균주를 쓰는 낫토는 표준화된 제품이지만 인위적이에요. 반면 우리 청국장은 자연 상태에서 발효되니까 지역·계절에 따라 균도 달라지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다양하죠.”

김 교수는 20년 전 퉁퉁한 얼굴의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생청국장을 장기 복용해 체중을 20kg 감량했다”고 했다. 가족들도 청국장을 즐겨 먹는다는 그는 “청국장은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몸과 잘 맞는 식품이라 꾸준히 섭취하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한복 교수는 1958년 대전 출생으로 관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생물학과(78학번)에 입학했다. 서울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199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캡슐형 청국장을 개발했으며, 청국장 발효균주 개발 및 기능성 연구 등 청국장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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