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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호 2023년 11월] 뉴스 본회소식

한·일 미래 세대 위해 머리 맞댄 서울대·도쿄대


한·일 미래 세대 위해 머리 맞댄 서울대·도쿄대

본회·도쿄대 교우회 친선 교류
양국 사회 각계각층 소통 확대




11월 10일 도쿄대 혼고캠퍼스 산상회관에서 본회와 도쿄대교우회의 제3차 친선교류회가 열렸다. 2018년 3월 2차 교류회가 열리고 5년 8개월 만의 만남이다.


서울대학교총동창회·도쿄대학교우회 제3회 친선교류회가 11월 10일 오후 일본 도쿄대학 혼고 캠퍼스 산상회관에서 김종섭 총동창회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 무네오카 쇼지 도쿄대교우회장,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 윤덕민 주일본대사, 김덕길 재일본서울대동창회장 등 양측 관계 인사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일 미래세대를 위하여’라는 주제 아래 개최되었다.

유 총장은 주제 강연에서 “소통만이 위대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미 철학자 존 듀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일 양국 미래 세대들이 함께 소통과 탐구를 이어 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리들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 총장은 “미래세대들이 서로 이해와 존중을 키워가고 결국에는 ‘공통의 이해와 관심’에 함께 힘을 모으게 될 것”이라며 “양교 동문들이 그 과정을 응원하고 지원할 수 있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 하단에 강연 요지>

김 총동창회장은 개회사에서 “과거 한·일 두 나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였지만 앞으로는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제3회 친선교류회를 계기로 양국의 청년들이 교류하고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일대 전환점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후지이 도쿄대 총장은 “서울대와 도쿄대는 이미 2016년에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었으며 금년 3월에는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5회 ‘도쿄대·서울대 포럼’을 본교에서 개최했다”고 소개하고 “앞으로 양교 졸업생들 간의 친선교류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 폭넓고 친밀한 교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후지이 총장은 오는 2027년 개교 150주년을 맞는 도쿄대는 지구촌의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대학이 될 것이라며 오는 11월 30일~12월 1일에는 “‘사회적 분열과 디지털 전환의 한 가운데에서 휴머니티의 고양’이라는 주제로 국제토론회를 가질 계획이니 온라인으로라도 서울대인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무네오카 교우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양교 동문 친선교류회가 2015년 11월 처음 도쿄대에서 개최된 이래 2018년 3월 제2회 교류회를 서울에서 열었고, 5년 8개월 만에 이번 제3회 교류회가 열렸다”며 “양교가 깊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매 2년마다 친선교류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일 젊은이들 스포츠 경기로 친목할 수 있는 기회 제공하자”

양국 힘 합치면 세계 최고 시너지



11월 10일 서울대총동창회·도쿄대교우회 제3회 친선교류회에는 김종섭 총동창회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 이희범 명예회장, 이부섭 관악경제인회 회장, 총동창회 김인규 수석부회장, 이경형 상임부회장, 송우엽 사무총장, 김덕길 일본총동창회 회장, 윤덕민 주일본대사, 서울대 발전재단 김기현 부이사장, 이준환 상임이사, 소인철 총장 비서실장, 일본측에서는 무네오카 쇼지 도쿄대교우회장,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총장,아츠시 츠다 이사 부학장, 타케시 탄게 부학장, 히데키 시로야마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간자와 순수케 도쿄대교우회 사무국장, 치추 부노 일미교육교류진흥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11월 10일 열린 서울대학교총동창회·도쿄대학교우회 제3회 친선교류회에는 윤덕민 주일대사도 참석했다.

윤덕민 주일대사는 건배 제의에 앞서 “한일관계는 국제무대에 나가면 국가이익이 98% 정도 일치된다”면서 “양국이 힘을 합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사는 “서울대·도쿄대 동문들도 서로 손잡고 양국의 미래세대를 지원해 나가기를 기원한다”면서 건배를 제의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양교 동창회의 가교역할을 맡은 김덕길 일본총동창회 회장은 “앞으로 교류회에서 양국의 공통 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비롯해 그 어느때보다도 높아져가는 국가 간의 긴장, 분쟁과 핵을 둘러싼 안보 문제, 기후 변화 등 직면한 글로벌 현안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도쿄대교우회 무네오카 회장은 김종섭 총동창회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 김덕길 일본총동창회장에게 감사패와 기념패를 전달했다. 서울대총동창회 김 회장은 도쿄대교우회 무네오카 회장, 후지이 도쿄대 총장, 간자와 도쿄대 교우회 사무국장에게 역시 감사패와 기념품을 전달했다.



김종섭 본회 회장(왼쪽)이 도쿄대교우회 무네오카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한국측 일행들은 공식회의에 앞서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도쿄대의 19세기 유럽풍 건축양식의 건물과 교정을 둘러보았다. 이어 도쿄대 측 주요 인사들과 서울대측 인사들은 강당 특별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각자 소개와 양측의 우의를 다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도쿄대교우회 측 무네오카 교우회장, 후지이 도쿄대 총장, 아츠시 츠다 이사 부학장, 타케시 탄게 부학장, 히데키 시로야마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간자와 순수케 도쿄대교우회 사무국장, 치추 부노 일미교육교류진흥재단 이사장이, 서울대총동창회 측 김 회장, 유 총장, 이희범 명예회장, 이부섭 관악경제인회 회장, 김인규 수석 부회장, 이경형 상임부회장, 송우엽 사무총장, 서울대 발전재단 김기현 부이사장, 이준환 상임이사, 소인철 총장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뷔페식으로 베풀어진 만찬 석상에서는 산발적으로 서울대와 도쿄대 재학생들 간에 현재 동아리 수준의 양교 바둑대회는 수년째 개최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양국 젊은이들이 운동장에서 함께 땀을 흘리면서 스포츠 경기를 하는 기회를 갖도록 협의해나가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거창한 정책·선언보다 공통 문제부터 차근차근 논의하자

유홍림 총장 강연 요지




세계 난제, 일국 차원서 해결 안 돼
미래세대 소통할 발판 마련해야


한국과 일본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것으로 민주주의와 공동번영의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양국 모두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예외적인 사례에 속합니다. 이 성취는 분명 축하할 만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국의 민주주의가 산적한 갈등을 해결하고 장기적인 의제들에 미래지향적으로 대응하는 데에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습니다. 그간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제도와 규범이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세계인들은 이른바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양국이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의 문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양국 간 관계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또한 두 나라의 민주주의가 공동으로 마주하고 있는 숙제입니다.

다음으로는 공동번영의 문제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강국입니다. 하지만 그간의 성취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 사실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인구 문제와 지방 소멸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또 경제 선진국으로서 자신의 성장 경험을 세계와 함께 나누고 이들의 성장을 지원해야 하는 도덕적, 국제적 책무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다만 제가 오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양국이 서로의 경험을 더 넓게 공유하고, 또 서로에게서 더 적극적으로 배울 때 더욱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교육연구기관인 서울대학교와 도쿄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이 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이러한 교류와 배움의 장을 넓혀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촉진하는 것이 바로 서울대학교총동창회와 도쿄대학교우회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시간을 다소 거슬러 올라가서, 20세기 초중반 미국 사회의 지적, 정치적 전통의 형성에 큰 영향력을 미친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의 메시지를 잠시 살펴보려고 합니다. 듀이의 중요한 저서 ‘공중과 그 문제들(The Public and Its Problems)’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인 1927년에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하지만 듀이의 맥락과 고민은 오늘날 우리의 맥락과 고민에 깊이 닿아 있습니다.

듀이는 당시 통신, 교통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산업구조의 변동이 일상의 삶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 주목합니다. 모든 것이 가속화되고 인간관계의 양상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듀이는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사회를 ‘the Great Society’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개념에 담겨 있는 뜻은 ‘Great’라는 영어 단어가 주는 긍정적인 의미와는 사뭇 다릅니다. 듀이의 걱정은 이처럼 사회관계의 양상이 변화하면서 우리가 더이상 이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거대한 힘에 휩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집단적 무력감과 냉소주의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듀이는 이런 상황을 ‘공중의 소멸(the eclipse of the public)’이라는 표현으로 집약합니다.

공통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는 공동체가 와해되어 가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각자가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인으로서만 살아가면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스스로를 감각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하고 이른바 ‘위대한 공동체(the Great Community)’를 형성할 수 있을지가 듀이가 평생 고민한 질문입니다.

위대한 공동체를 찾아가는 여정을 설명하는 듀이의 키워드는 바로 ‘소통(communication)’과 ‘사회적 탐구(social inquiry)’입니다. 듀이는 이 책에서 “소통만이 위대한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각자의 경험과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고 설득하는 사회적 탐구의 과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듀이에게서 민주주의는 좁은 의미의 정치체제이기 이전에 하나의 삶의 방식이자 에토스로 이해됩니다.

듀이가 말하는 ‘공중’과 ‘소통’의 개념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줍니다. 듀이의 ‘공중’은 복수성과 다원성을 그 핵심적인 속성으로 갖습니다. 즉 하나로 통일된 정체성이나 획일적인 가치가 구성원들에게 부과되는 모습이 아닙니다. 그 반대로 각자가 자신의 삶의 경험에 기반하여 공통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공적 공간으로 나오는 과정을 통해 형성됩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공동 행동을 도모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듀이는 획일적이고 때에 따라서는 심지어 억압적인 함의를 가질 수 있는 ‘공동선(common good)’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습니다. 대신에 ‘공통의 이해관심(common interest)’에 대해서 말합니다.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공중이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형성된 공중이 모든 문제에 대해 통일된 의견을 가질 리는 없습니다. 전체를 위해 부분이 희생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도 아닙니다.

핵심은 계속되는 소통과 탐구의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활력을 북돋는 것입니다. 듀이에 대해 다소 길게 말씀드린 것은 바로 서울대학교총동창회와 도쿄대학교우회, 그리고 서울대학교와 도쿄대학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의 단초를 여기서 찾아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양국 간의 관계를 포함해서 한국과 일본이 각자 혹은 함께 마주하고 있는 여러 난제들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손쉬운 해답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름길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양국의 미래 세대들이 함께 소통과 탐구를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 출발은 거창한 정책이나 선언이 아니라, 서로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여러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교류와 논의의 접점을 차근차근 넓혀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앞서 강조하였듯이 양국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것이 바로 양국의 ‘공통의 이해관심’입니다. 이에 대한 소통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생각도 다양하고 때로는 경쟁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키워가고, 결국에는 함께 힘을 모으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 과정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것을 우리 동문들의 사명으로 삼을 것을 이 자리를 빌려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