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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호 2023년 10월] 뉴스 단대 및 기과 소식

와인은 나눠 마셔야 제맛이죠

[ 소모임 탐방 ] 의대동창회 와인동호회

[ 소모임 탐방 ] 의대동창회 와인동호회

와인은 나눠 마셔야 제맛이죠

915일 열린 의대동창회 와인동호회 정기모임에서 참석 동문들이 잔을 들어 포즈를 취했다.


78
학번 동문 18명 모여

분기에 한번 6년째 친목


똑같은 술이지만
, 와인은 좀 다르다. 건배는 해도 원샷은 하지 않으며, 함께 마시는 상대방의 페이스에 맞춰 완급을 조절한다. 잔을 들어 술을 받는 대신 잔의 베이스 위에 손가락을 살짝 올려 표시하는 예의는 수직적이지 않고 친근하다. 다른 술과 달리 하사하는 어떤 것이 아닐뿐더러 마시고 취하자는 식의 음주 문화와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의대 78학번 동문들은 와인의 이러한 매력을 일찍부터 깨닫고 2017년 가을부터 3개월마다 한 번씩 6년째 와인 모임을 열고 있다. 지난 915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열린 3분기 정기모임에 참석해 총무를 맡고 있는 진태훈 동문으로부터 와인동호회 이야기를 들었다.

“2014년 졸업 30주년 무렵부터 동기 모임에 양주와 폭탄주가 완전히 사라지고 와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50대 중반이 넘어가는 나이에 독한 술은 무리였고, 다양한 음식과 궁합이 좋은 와인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죠. 개원을 했건 대학병원에 있건 의사라는 직업은 단조롭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탓에 정신적 환기가 절실합니다. 졸업 후 각자의 전공과에서 앞만 보고 달려가다 문득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을 맞기도 했고요. 동기들과 만나 식사하며 대화와 함께 와인 한 잔을 나누는 이유죠.”

78학번 와인 동호회는 회장, 회칙, 회비가 없는 ‘3()’ 모임이다. 모임을 총괄하는 총무와 참석하는 회원이 있을 뿐이다. 과음을 피하기 위해 와인의 수량을 참석자 2명당 1병으로 제한하고, 음식값을 참석자 수로 나눠 똑같이 부담한다. 아껴뒀던 좋은 와인을 지참해 나눠 마셔도 동기들이 맛있게 즐기는 것에서 보람을 느낄 뿐 별도의 혜택은 없다. 와인은 혼자 한 병을 다 마실 수도, 몰래 마실 수도 없으며, 나눠 마실 때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1병당 8잔 정도 나오는 와인 특성상 한번 모임엔 8, 넉넉히 잡아도 12명을 넘지 않는 게 적당한 것 같습니다. 모임 규모가 너무 크면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기 어렵거든요. 후배 기수를 영입하는 등 동호회의 외연을 확장하지 않는 이유기도 하죠. 대신 때에 따라 한 명 정도 게스트를 초청합니다. 정기모임 외 회원이 자택으로 초대하는 수시 모임도 종종 있고요. 자신 있는 요리를 직접 조리하기도, 케이터링에 와인까지 풀코스로 준비하기도 해요. 초대받은 회원은 정성스러운 포트럭(potluck)과 좋은 와인으로 화답합니다.”

의대동창회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진태훈 동문은 서울의대 와인을 기획해 동창회 발전기금 조성에 기여하기도 했다. 행사용과 선물용으로 연간 약 400병의 와인을 구매하는데, 그때 반응이 좋은 와인을 3종 선정해 2병 또는 3병 세트로 구성했다고. 세트 구성은 흔치 않은 세일 가격을 접했을 때 구매자가 느낄 실망감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귀띔했다.

와인엔 스토리가 있습니다. 때문에 와인 공부는 인문학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죠. 그 이름에 담긴 스토리를 찾는 것도 와인의 매력입니다. 음식을 먹는 순서에 따라 샴페인은 식전주로, 화이트와 레드는 메인 요리와 함께, 디저트에는 달콤한 와인을 곁들여 마실 수 있어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식사를 더욱 즐겁게 해줍니다. 동문 여러분들도 귀한 와인이 있다면 인색해지지 마시고 친구들과 나눠 마시라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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