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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호 2019년 4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정선기 동문의 '딜리셔스 아트카페'

그림 보고 커피 마시고 ‘맛있는 예술’이 있는…
동문맛집

그림 보고 커피 마시고 ‘맛있는 예술’이 있는…

정선기 동문의 딜리셔스 아트카페 


높다란 천장, 그 끝에서 길게 내려오는 둥그런 전등,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커다란 그림과 고풍스러운 느낌의 탁자 의자들. 부산히 오가는 행인들로 하루 종일 분주한 서울의 중심, 명동에서 마치 다른 시공간 안에 들어선 듯 차분하고 아늑해졌다. 중세 어느 귀부인의 응접실이 이렇지 않을까. 부드러운 커피 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채광이 자연스럽게 벽에 걸린 그림들로 시선을 이끌었다. 17세기 꽃 정물화의 일인자 암브로시우스 보스하르트의 ‘명나라 화병에 담긴 꽃들의 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카를로 돌체, 얀 반 아이크, 장 앙투안 바토의 작품들로 천천히 옮겨간다. 그저 카페라고 하기엔 너무 고상하고 그렇다고 미술관이라고 하기엔 너무 친근한 ‘딜리셔스 아트 카페’ 명동점에서 정선기(기악73-77·작은 사진) 인피니스 대표를 지난 3월 27일 만났다.

“인피니스는 라이센싱 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해외브랜드의 이미지를 한국화시켜 새로운 종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죠. ‘트럼프 호텔’의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침구류에 도입하기도 했고, 수입차 브랜드 ‘지프’를 캐주얼 패션에 접목시켜 성공을 거두기도 했어요. 딜리셔스 아트 카페는 ‘예술적 체험을 일상의 차원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해보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한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미술관 작품 감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드는 카페에서 가능하도록 융합시킨 거죠.”

그림은 물론 음료와 디저트의 특징 하나하나에도 ‘그냥’이 없다. 195년 전통의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협업해 작품을 선정하며 작품의 색감, 작품을 그린 화가의 취향, 화가가 태어났거나 작품활동을 했던 지역의 식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음료 및 디저트의 맛과 색을 결정한다. 게다가 한 번의 완성으로 끝나지 않고 내셔널 갤러리가 매월 발표하는 ‘이달의 그림’에 맞춰 꾸준히 새롭게 단장한다. 이러한 가변성은 2,300점이 넘는 내셔널 갤러리 소장 명화들을 한정된 공간의 카페 안에 담는 묘책이기도 하다.

딜리셔스 아트 카페 명동점 내부.



“그림뿐 아니라 계절과 트렌드, 매장이 위치한 지역 특색도 반영해 카페를 꾸몄습니다. 명동점과 잠실점 두 곳을 운영 중인데 명동이 더 오래된 도심이라는 점에 착안, 13세기 중엽부터 약 600년 동안의 작품들을 소화하려고 합니다. 잠실점을 통해선 인상파와 19세기 후반 이후의 작품들을 소개하고요. 그렇다고 딱 고정된 건 아니예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반응이 좋은 아이템은 남기고 그렇지 않은 건 거르면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명동이 더 오래된 도심이지만 딜리셔스 아트 카페 1호점은 잠실점이다. 2014년 개점 후 4년 만에 ‘고흐 덕후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던 ‘반 고흐 카페’가 딜리셔스 아트 카페의 시초였다. 통유리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이 고흐가 말년을 보낸 프랑스의 소도시 ‘아를’을 연상시켰던 반 고흐 카페는 고흐의 대표작을 활용해 실내를 꾸미는 것은 물론 그가 즐겨 마셨던 술 ‘압셍트’를 가미한 ‘반 고흐 드링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고흐뿐 아니라 인상파 관련 서적도 다수 비치돼 있었으며 컵, 냅킨, 부채, 장갑 등 ‘고흐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반 고흐 뮤지엄’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개점한 반 고흐 카페는 기대 이상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스타일링 강연과 아카펠라 공연, 고흐를 모티브로 한 패션쇼까지 개최했었죠. 그렇게 노하우가 쌓이면서 더 많은 작가, 더 많은 작품들을 소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내셔널 갤러리도 이러한 경험을 높이 평가해 딜리셔스 아트 카페로 거듭나게 됐죠. 카페에 걸리는 그림뿐 아니라 음료와 디저트에 응용할 수 있는 요소들도 훨씬 다양해졌어요. 앞으론 한국의 맛과 멋을 해외에 선보이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딜리셔스 아트 카페의 대표메뉴는 아인슈패너와 마스터피스. 아인슈패너는 아메리카노에 생크림을 얹은 커피의 일종이고 마스터피스는 고갱, 반 고흐, 세잔느의 색감을 칵테일로 옮겨온 음료다. 디저트 류에도 예술적 풍미가 가득하다. 나경태 기자

문의  잠실점 02-3213-4181 명동점 02-6310-1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