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07호 2020년 6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클래식이 흐르는 카페…날마다 맛있는 라이브 공연

윤보영(기악04-08) 살롱 샤콘느 대표 인터뷰

살롱 샤콘느 라이브 공연 전경.

동문맛집
 
클래식이 흐르는 카페…날마다 맛있는 라이브 공연
 
윤보영(기악04-08) 살롱 샤콘느 대표


‘악성(樂聖)’이라 불리는 베토벤은 매일 아침 원두 60알을 일일이 세어 커피를 내렸다. 손님이 오면 120알, 180알을 손수 세었다. 음악에서뿐 아니라 커피 취향에서도 완벽주의자의 면모가 엿보인다. ‘살롱 샤콘느’의 윤보영(기악04-08) 대표가 에스프레소에 ‘베토벤 커피’라 이름 붙인 이유다. 베토벤의 그 고집스러움만큼 진한 커피 향을 머금고 있기 때문. 2018년 12월 부산 해리단길에서 처음 문을 연 살롱 샤콘느는 카페와 클래식 음악을 융합시킨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보영 동문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저희 매장에서 아인슈페너는 ‘모차르트 커피’입니다.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라는 뜻의 아인슈페너는 오스트리아 빈의 마부들이 피곤을 풀기 위해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얹어 마시던 커피에서 유래됐다고 해요. 빈은 모차르트의 출생지기도 해서 그의 이름을 따왔죠. 알코올이 들어가는 깔루아 커피는 ‘브람스 커피’예요. 옥스퍼드 사전엔 ‘브람스와 리스트(Brahms and Liszt)’라는 말이 ‘주당’ 또는 ‘만취했음’을 뜻하는 속어일 정도로 술을 좋아했죠. 커피 한잔이라도 클래식 음악과 함께 즐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세계적인 클래식 작곡가와 연계시킨 커피 메뉴는 아메리카노-바흐, 카페라떼-부르크너, 바닐라라떼-피아졸라까지 6가지에 이른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윤 동문의 애틋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뉴질랜드에서 보낸 유년 시절, 윤 동문은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접했고 현지의 음악 영재들이 모인 연합 오케스트라단에서 한국인 최초로 협연을 했다. 귀국 후 서울예고를 거쳐 모교 음대에 입학, 모교 대학원 졸업 후 10여 년간 ‘코리안심포니’의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육아휴직이 끝나갈 무렵 복직을 고민하던 중 남편의 고향인 부산으로 여행을 왔어요.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죠. 조그만 골목에 ‘음악인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는데, 그때 문득 ‘여기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에 한두 번쯤은 무모해질 때가 있잖아요. 모험인 줄 뻔히 알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죠. 음악만 해오던 제가 커피 내리는 법부터 내부 장식, 청소, 설거지까지 하나하나 몸으로 부딪치며 배웠습니다. 모르는 만큼 겸손해지기도 해서 청결함, 좋은 재료, 정성 등 기본에 충실했던 것 같아요.”

그러므로 살롱 샤콘느의 시그니처 메뉴는 ‘샤콘느 커피’가 된다. 윤 동문의 땀과 눈물, 도전과 노력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커피의 쓴맛과 우유의 부드러운 맛이 섞인 라떼에 그가 직접 만든 수제 자몽 청을 가미한 샤콘느 커피는 시고 떫은 끝맛이 오묘해, 들을 때마다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샤콘느’의 음악적 특색을 떠올리게 된다고.

윤보영 살론 샤콘느 대표

"음악인의 놀이터 만들겠단 꿈 남편 고향 부산에서 이뤘어요"

“샤콘느는 16세기에 에스파냐에서 발생한 4분의 3박자의 느린 춤곡으로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기악 변주곡입니다. 짧은 테마를 반복하는 동시에 다양하게 변주시켜 15분에 이르는 유장한 음악으로 확장되기도 하죠. 사람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일상이 달라지는 삶의 묘미가 샤콘느에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이곳에 머물다 가는 시간은 짧지만, 손님들 저마다의 일상에 변주를 일으켜 더 친근하게 클래식을 접하고 더 자주 즐기게끔 하는 작은 테마가 되고 싶습니다.”

‘카페’가 아닌 ‘살롱’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음료가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누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 그러나 개점 초기엔 공연이 무료였다. 커피값은 아끼지 않아도 공연비는 아깝다고 여기는 그릇된 인식 탓에 음료에 공연을 끼워 팔았던 셈. 하지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고퀄리티 공연이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관객을 불러모았다.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생겨날 정도. 클래식 음악의 진가가 발휘되자 만원의 입장료를 흔쾌히 지불하게 됐다. 

살롱 샤콘느에선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며 공연을 보는 데서 나아가 희망하는 악기를 배워볼 수도 있고 프로의 도움을 받아 작은 연주회를 함께 열어볼 수도 있다. 윤 동문이 창단한 ‘해운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통해서다. 그는 또 ‘바이올린 원데이클래스’, ‘샤콘느 키즈 클래식 콘서트’를 도입해 클래식 음악 향유층의 저변을 넓히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개점 후 1년 6개월 남짓 되는 동안 이만큼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는 부산지역 아티스트들과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피아니스트 김문영 씨와의 협연은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연주했었죠.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아티스트들이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입장료 및 카페 수익금을 아티스트와 나누긴 하지만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저렴한 입장료로 적은 액수밖에 못 드리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많은 아티스트 분들이 기꺼이 함께 해주십니다. 연주는 1시간이지만, 그 1시간을 위해 평생 동안 준비와 연습을 해오신 거라고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해요. 손님들뿐 아니라 음악가 분들에게도 더 요긴하게 쓰이는 살롱 샤콘느가 되겠습니다.”         
나경태 기자

50석 규모의 공간으로 행사 진행에 필요한 마이크, 빔프로젝트 등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주차불가.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1로 38번가길 15
문의 010-4018-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