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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호 2022년 2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머리부터 꼬리까지 한우 모든 부위 맛보는 재미

변준원 (화학생물04-08) 신사동 ‘설로인’ 대표
동문맛집
 
머리부터 꼬리까지 한우 모든 부위 맛보는 재미
 
변준원 (화학생물04-08) 신사동 ‘설로인’ 대표


 
다양한 풍미의 소고기 미식
점심, 저녁 코스 요리 제공

‘누가 언제 먹어도 똑같이 맛있게’.

변준원 설로인 대표는 비싸긴 마찬가지인 한우가 때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문제에 착안, 산지나 등급, 부위에 연연하지 않고 소비자가 경험하는 맛을 최종 목표로 삼아 한우 유통의 전 과정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새하얀 눈꽃 마블링과 고소한 육향의 고기를 ‘설’, 진한 육향과 담백한 풍미의 암소 고기를 ‘로’, 깊고 농밀한 향을 담은 발효 한우를 ‘인’으로 분류하고 온라인 쇼핑몰 및 오프라인 정육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설로인 다이닝’은 변 대표가 추구하는 한우 미식의 절정을 소비자에게 직접 선보이는 곳이다. 설로인 다이닝에서 변준원 동문을 만났다.

“육류는 신선식품이란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어딘가에 있는 질 좋은 고기를 찾아 최대한 빨리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고 흔히 생각하죠. 그러나 기존 한우 시장은 농가, 도축장, 가공장, 유통 업체와 판매자가 제각각 달라 그 구조상 일관된 맛의 경험을 제공하기가 어렵습니다. 200개가 넘는 한우 브랜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건 없는 이유죠. 설로인은 좋은 소를 가져오는 대신 좋은 맛을 정의합니다. 소의 월령·성별·육색·지방색·성숙도 등 설로인만의 과학적 기준에 부합하는 원육을 전국에서 선별, 공수한 후 독자적 푸드테크 기술을 적용해 최상의 맛을 구현하죠.”

설로인의 기술은 숙성이다. 숙성이란 고기 안의 효소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근섬유질을 분해해 부드러워지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유리당, 글루탐산, 이노신산 등이 생성된다. 유리당은 고기를 익힐 때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마이야르’ 반응을 촉진시키고, 글루탐산은 천연 조미료로써 혀에 착 감기는 진한 감칠맛을 발휘하며, 이노신산은 글루탐산과 결합해 고기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오래 숙성시킨 고기는 색종이를 층층이 이어붙인 듯한 모양을 띠는데, 이는 단백질이 분해돼 근육의 구조가 느슨해진 것으로, 씹기 쉬워질 뿐 아니라 고기의 내부 수분 함량을 더욱 높인다. 결과적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 고기 맛이 배가 되는 것. 


“설로인은 또 같은 산지, 같은 등급, 같은 부위에서도 서로 다른 맛이 날 수 있는 육류의 불균질성을 극복하기 위해 맛과 식감을 표준화했습니다. 부위 및 용도에 따라 손질을 다르게 할 뿐 아니라 습도와 온도, 풍향까지 맞춤형 숙성으로 최적화했죠. 1, 2차 가공을 한 곳에서 해 변질을 막고, 깨끗한 공정으로 해로운 미생물의 증식을 원천 차단하며, 외부로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육류는 특수 진공 포장을 적용해 최대 2주 동안 냉장 보관해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설로인 다이닝은 100% 예약제로 운영되며, 단품 없이 점심 코스 요리를 12만원에, 저녁 코스 요리를 21만원에 선보인다. 메인 메뉴에만 소고기를 쓰는 여느 레스토랑과 달리 디저트를 제외한 모든 요리에 최상급 한우가 들어간다. 곱창 김부각, 진갈비 육회, 내장탕, 우설 만두, 홍두깨살 육편, 안심 스테이크, 소머리 국밥, 차돌박이 햄 등 조리법도 다채로워 “머리부터 꼬리까지 한우의 모든 부위를 최상의 맛으로 구현하겠다”는 변 동문의 집념과 정성이 녹아있다. 
“전공지식은 거의 기억이 안 나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바라보는 눈과 최적화된 형태로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 또는 전략 같은 것을 모교 재학시절 몸에 익혔다고 생각합니다. 핵심 창업 멤버가 같은 과 동기이고, 회사 임원진 중에도 모교 동문이 되게 많아요. 사업 초창기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를 유치할 때도 서울대 덕을 많이 봤죠. 일단 믿고 기회를 주셨거든요. 손님 한 분 한 분을 최고로 모시기 때문에 동문 선후배님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잘 해 드리진 않지만, 설로인에서 즐기는 한 끼 틀림없이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변 동문은 한우에 접근하는 데 활용한 관점과 방식을 돼지고기에 적용, 지난 10월 프리미엄 돼지고기 브랜드 ‘피그로인’을 출시했다. 향후 닭고기 등 더 다양한 육류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방침이다. 설로인 다이닝 영업시간은 낮 12시부터 밤 10시. 단,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단축될 수 있다. 일요일·월요일은 휴무이며 바 형태의 좌석 9개, 8명까지 앉을 수 있는 룸 2개를 포함해 총 25석 규모를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 고기 구매 및 발렛파킹 가능. 문의 02-516-1106 
나경태 기자
 
설로인 다이닝은 점심, 저녁 별로 다양한 풍미의 소고기 코스 요리를 제공한다. 설로인 다이닝 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