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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호 2022년 3월] 뉴스 본회소식

“중국의 힘 허풍 아니다, 새 정부 외교 신중할 필요”

조영남 모교 국제대학원 교수 조찬포럼 특강 


“중국의 힘 허풍 아니다, 새 정부 외교 신중할 필요”

조영남 모교 국제대학원 교수 조찬포럼 특강 




2035년 이후 국가 경제 목표
수치계산 않고 질적성장 추구

G2 사이에서 외교 시험대
한국, 산업 경쟁력 높여야


“한국을 포함한 14개 선진국 국민은 평균 73%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이 서서히 침몰해 가는 국가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어요. 그러나 지난해 중국의 GDP가 달러화 기준으로 15조100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을 제1 무역 교역국으로 꼽는 나라가 미국의 두 배가 넘고요. 무조건 때리고 보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해야죠. 그런 측면에서 중국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살펴보는 일은 중요합니다.”

3월 10일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본회 조찬포럼에 조영남(동양사85-89) 모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시진핑 정부의 국가발전 전략’을 주제로 연단에 섰다. 모교에서 중국 현대사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조영남 동문은 40년 가까이 중국을 연구해 왔다. 조 동문은 긴 시간 중국을 지켜본 결과 “미국이 그렇듯 중국도 쉽게 망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외교의 상수(常數)로서 존재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국정 목표로 ‘공산당 영도(領導)’, ‘혁신(創新) 경제’, ‘소강사회(小康社會)’, ‘핵심(核心) 이익’ 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 전략의 80% 이상은 2002년 결정돼 20년째 지속하고 있죠. 소강사회는 절대 빈곤층이 없는 사회를 뜻합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에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단기목표지요. 그런데 이를 2019년에 조기 달성하자, 2049년 건국 100주년 목표인 ‘중화민족의 중흥’을 15년 앞당겨 2035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곤 새롭게 ‘현대화된 강국 건설’을 2050년 목표로 설정하죠. 미국을 능가하는 강대국이 되겠단 선언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전면적인 경제 전쟁을 선포하고 제재에 들어간 게 2018년 3월. 2017년 10월 시진핑 정부가 새로운 미래 비전을 공언한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미국은 여러 연구소를 통해 중국의 비전이 괜한 허풍이 아님을 확인했고,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중국은 위협’이라는 합의를 이뤄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고도 트럼프 정부 때의 대중국 정책이나 목표가 바뀌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중국은 끄떡하지 않았다. 대외의존형에서 내수중심형으로 성장방식을 전환했고, 미중 경제 전쟁과 탈동조화에 대비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난항을 겪을 때도 중국은 성장을 거듭했다.

“중국은 2035년 이후 목표부턴 수치를 계산하지 않습니다.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죠. 학자들의 내부 논의론 현재 1만2500달러 수준인 1인당 국민소득을 2만5000달러로 두 배 올리겠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향후 하향 국면을 맞더라도 어렵지 않게 달성할 거예요. 외국인의 관점에서 중국은 ‘거지가 갑자기 재벌이 됐다’고 표현하는데, 중국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역사상 가장 막강할 때가 당나라 때거든요. 학자들이 추산하기로 당시엔 전 세계 GDP의 40%를 중국이 차지했습니다. 조상들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갑자기 출세한 게 아니라 원래의 중국으로 가고 있다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조 동문은 인종·민족·신분의 차별 없이 오로지 능력과 성과로 평가받는 당나라의 개방성을 높이 평가했다. 오늘날에도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것으로는 한국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릴 수 없고, 일본 국적을 가지고는 한국에 행정고시나 사법시험을 볼 수 없는 것에 비해, 당나라에선 신라인 최치원이 고위 관리로 임용되고 그가 다스렸던 지역에 기념관까지 설립돼 있다고. 소위 군기 빠진 군대를 ‘당나라 군대’라고 비하하지만, 사실은 높은 개방성과 능력주의에 힘입어 다양한 민족이 군에 자원한 측면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조 동문은 덧붙였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하에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계획 경제를 하고 있습니다. 공산당 영도는 민주주의 안 하겠다는 뜻이에요. 그러나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 정부에 대한 지지는 80~90%로 일관될 뿐 아니라 매우 높습니다. 매년 국가 경제가 고성장하고 자기 삶이 점점 더 나아지는데 지지 안 할 수가 없죠. 더구나 시진핑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당과 국가의 생사존망이 걸린 문제로 선포하고, 지위 고하는 물론 자기 측근도 예외 없이 엄벌했습니다.”

중국의 경제기조는 혁신을 뜻하는 창신과 창업 즉 쌍창(雙創)이다. 신성장 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꾀하는 것. 4차 산업혁명기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10개 분야 중 미국이 5개, 중국이 4개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대학졸업자가 2018년 800만명에서 2020년 874만명으로 늘었고, 대학생 창업률도 8%로 한국의 0.8%에 비해 열 배 높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IT 회사가 비교적 근래에 창업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가장 우려되는 게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한,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군사 외교적으로 미국에 의존한 일본은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크게 뒤지게 됐죠. 2035년쯤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지금 같지 않을 거예요. 우리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면서 신중한 외교를 펴나가야 합니다.”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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