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27호 2022년 2월] 문화 신간안내

바다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류의 역사

'바다인류' 주경철 모교 서양사학과 교수
화제의 책
 
바다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류의 역사

주경철(경제79-83) 모교 서양사학과 교수

세계 패권 향방 결정한 
바다에 대한 역사적 이해



‘대항해 시대’는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선정 대한민국 CEO 필독서까지 학술적 성취와 실용적 인사이트까지 모두 겸비하며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주경철(경제79-83) 동문의 역사를 읽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시선에 환호했던 독자들에게 근대 시기만이 아니라 인류사 전 시기를 다룬 ‘바다 인류’는 그간의 갈증에 응답하는 역작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대륙 문명, 농경 문명에 지나치게 집중됐다. 그렇다면 지구 표면의 71%나 차지하는 바다는 인류에게 깊고 고요한 암흑, 삶을 제약하는 장벽이기만 했을까? 실제로 인류는 세계로 확산하는 첫 출발부터 바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호모 사피엔스가 세계 각 대륙과 대양의 수많은 섬에 이주해가는 과정에서 육로만큼이나 해로가 핵심적인 통로 역할을 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지구의 지배적 종이 되는 데는 항해 능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나아가 지중해 고대 문명권의 확대, 이슬람 상인과 당송 제국의 교류,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항시(港市) 국가들의 경제·문화적 중개, 몽골의 해상력 발전과 명의 남해 원정, 증기선과 운하를 통한 세계 경제의 연결과 성장, 막강한 전함을 통한 제국주의적 침탈 등 바다를 빼놓고는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을 기술할 수 없다. 놀라운 바다의 역할을 생생하고 치밀하게 기술한 ‘바다인류’는 그동안의 역사에서 빠져 있던 ‘바다’의 위치를 되찾아 준다.

주 동문은 “문명 발전 경로에 대한 지난날의 설명들도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흔히 수렵 및 채집으로부터 출발하여 농업을 거쳐 문명으로 나아가는 경로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내륙 지역의 고고학에 근거한 추론이었다”며 “새로운 연구는 해안 환경 또한 대규모 정주 공동체를 뒷받침하고 복잡한 문명 활동을 촉진시켰을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책에는 세계 역사학계에서 다룬 최신의, 엄선된 연구 성과가 오롯이 담겨 있다. 나아가 바다의 근현대사를 다루기 위해 군사학, 경제학, 해양과학 등 다양한 인접 학문의 동향을 반영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참고문헌에 밝힌 것만도 700여 편의 논문과 저서 및 각종 보고서가 망라돼 있다. 독자들이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방대한 학문적 성취를 이 한 권에 모두 담았다. 더불어 변화해온 해상 세계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200여 컷의 도판과 지도를 실어 장구한 역사를 항해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주 동문은 “새로운 시각으로 인류 역사 전반을 정리하는 것은 역사가의 꿈이지만, 사실 이루기 힘든 목표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썼다”며 “장래 유능한 후배들이 훨씬 더 우수한 연구를 수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발간 동기를 밝혔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