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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호 2021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동문특강 단골 11학번 이지연 동문 “젊은 인터뷰이 릴레이 추천 어떨까요”

동문특강 단골 11학번 이지연 동문



“동창신문 젊은 인터뷰이 릴레이 추천 어떨까요”

동문특강 단골 11학번 이지연 동문



7월 조찬포럼에서 김형석 명예교수(오른쪽)와 함께.


해외 국제학교 졸업뒤 본교 의대로
관정도서관 자리 벚꽃길 추억 새록


“제가 서서 강연을 듣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7월 8일 열린 본회 조찬포럼. 명찰을 배부하던 프런트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사전예약 없이 갑자기 강연 현장에 온 참석자가 생겼는데 사전 신청이 만석이라 여석이 없는 상황. 마침 곁에 있던 이지연(의학11-21) 동문이 얼른 자신의 자리를 선뜻 내어드린다.

다행히 강연은 자리가 모자라는 일 없이 진행됐지만, 자칫 얼굴 붉힐 수 있는 순간을 부드럽게 넘긴 젊은 동문의 사려 깊음은 인상적이었다. 대선배 가득한 동창회에 20대가 참석한다는 것은 드문 일. 고맙고 궁금해 인터뷰를 청했다.

“‘당연한 건데 왜 감동하시지?’ 라고 생각했어요.” 7월 28일 소공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지연 동문은 반달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의대 임상 실습 덕에 오래 서 있을 수 있어요. 다음에 자리가 부족할 일이 생겨도 그렇게 할 거예요. 얼마나 오래 잘 서 있는지 보여드릴 자신이 있어요. 선배님들을 공경하고 정성껏 잘해드려야죠.”

올해 2월 졸업한 이 동문은 본회 특강의 단골 참석자. 강연 후 열리는 사인회에서 늘 선배들 끄트머리에 줄을 선 모습이 눈에 띄곤 했다. 그날도 “선배님들께서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줄을 서 계시길래, 한 분씩 사진을 찍어드렸어요” 라고 말한다. ‘뻘쭘’하기 쉬운 상황에 어찌 그리 살가울 수 있는지 묻자 수줍게 웃었다.

“원래 어르신들을 좋아해요. 예의 바름이 진정한 인간다운 ‘품위’라고 가정교육을 받아서 공손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졸업하면 동창회에 자주 참석하려고 생각했어요. 동창회(同窓會)란 같은 창 아래서 공부한 사람의 모임이라는 뜻이니 얼마나 소중해요. 졸업하자마자 얼른 평생 회비를 냈어요.”

그는 실제로 의대 재학시절에도 산악부에서 선배님들과 많은 산을 다니면서 끈끈한 유대를 경험했다고 했다. 그리고 동창회 특강 모임은 지식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는 데다, 인생을 잘 살아 내신 선배님의 경험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의대생 시절엔 관악과 혜화를 오가면서 동·서양사, 철학, 고전문학, 논리학 등의 수업을 들으며 학문적 갈증을 해결했다. 특히, 이번에 ‘100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말한 김형석 교수의 강의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나이 들기 전에 좀 더 많은 것을 성취 해야겠다는 조급함이 있었어요. 교수님께서 ‘60세부터 사고력이 더 좋아진다’고 하셔서 용기를 얻었죠. 강의 내용을 필기했는데, 8쪽이나 되더라구요. 친구들에게 감명받은 것들을 얘기해줬어요.”

그는 비동문 연사를 초청한 것도 반가웠다고 했다. “사회에 나와 보니 모교를 더 생각하게 돼요. 많은 서울대인이 부지런하고, 책임감 있고, 정도(正道)를 걸어가며 세상을 유익하게 변화시키려고 하는 모습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렇게 타교의 대 철학자의 인생과 사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니 참 좋아요.”

아쉬운 것은 역시 시간. “동창회 사무총장님인 이승무 선배님께서 제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야 될 텐데’라고 말씀하신 게 마음에 남습니다. 저는 목요일이 휴진일이라 참석할 수 있었지만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회사에서 일하는 제 또래들은 주중 아침에 강연을 듣는 건 어렵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젊은 세대가 도전하고자 할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기업가 선배님들의 경험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라고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인터뷰 전에 동창신문을 다시 봤어요. 워낙 명사들만 나오셔서, 내가 무슨 깜냥으로 나간다고 했을까. 위축되는 느낌이었죠. 어떻게 보면 젊은 사람이 이룬 게 없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래서인데 동창신문에 짧게라도 ‘이달의 젊은 동문’ 같은 코너를 만들어 주시면 어떨까요? 다음 달 인터뷰이는 릴레이로 추천하면 재밌을 것 같고요. 저는 존경하는 안치현(의학14졸 전 의대협 회장) 선배님을 추천하고 싶어요. 대선배님들께서도 후배들의 좌충우돌 사회적응기를 따뜻하게 봐주실 거라 생각해요.”

선후배가 함께하는 독서토론회, 음식문화, 예술 등 소규모 모임도 제안했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해서 저축해야 하는 젊은 동문에겐 살짝 비용 혜택도 있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MZ세대’ 동문 마음 잡으려면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다.

‘아직 젊은 만큼 많은 선배님을 만나 조언을 들으며 인생의 방향을 잡아가고 싶다’는 이 동문. 현재, 미용성형의원 원장으로 근무 중인 그는 미국과 일본 의사면허 취득도 계획 중이다. “김형석 교수님께서 기쁘게 일하면 피곤하지도 않다고 하셨듯이,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현지 국제학교(International School of the Sacred Heart) 졸업 후 모교에 진학, 일어와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재원이다. 책을 좋아해 ‘비비라비북스’라는 출판사도 세웠다.

처음 그에게 문자 메시지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정중한 수락과 함께 이런 답이 왔다. ‘저야말로 학교에 감사하고, 학교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빈말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교의 모든 게 다 아름답고 감사해요. 약대 건물에서 ‘대학국어’ 들을 때, 지금 관정도서관 자리에 있던 벚꽃길에서 동기들과 사진 찍고 자하연 느티나무 카페에서 수다 떨던 기억과, 녹두거리 ‘등대 노래방’에서 혜은이 노래를 불러 옛날 노래도 안다고 놀림 받았던 추억까지….
동창회에서 선배님들을 뵈면 제가 사랑했던 학교 분위기가 나서 마음이 편안해져요. 언제나 선배님들의 사랑을 느끼지만, 이 인터뷰를 보시고 후배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도움 주셨으면 합니다. 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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