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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호 2021년 7월] 기고 에세이

동문기고: 예약과 취소

장순근 동문 기고문
예약과 취소



장순근

지리65-69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 명예연구위원


총동창회 6월 수요특강 며칠 전 문자가 왔다. 수요특강이 예정대로 진행되니 예약한 사람들은 꼭 참석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문자는 “참석통보 후 당일 불참하시면 다음 모임 참석이 어렵습니다”라는 문자로 끝을 맺었다. 참석하겠다는 사람이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이 없이 참석하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 모임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일종의 경고이다.

그 특강에 41명이 예약했고 실제는 6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동창회사무실에서는 예약하지 않고 오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여유 있게 준비하느라 책을 50부 준비했다. 여기에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을까?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문제점은 참석하겠다고 예약했으나 “참석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하지 않고 참석하지 않는 문제이다. 이 문제점은 비용을 미리 납부한다는 점에서 금전의 손해를 일으킨다. 특강도 그렇지만 골프모임이나 호텔모임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 든다. 예약한 숫자에 따라서 비용을 예납하기 때문이다.

둘째 문제점은 예약하지 않고 참석하는 문제점이다. 그들에게도 책이 배부되었으니 예약을 하고도 늦게 온 사람들은 책을 받지 못했다. 이도 바람직하지 않다. 예약한 사람이 책을 받아야 한다. 책은 그를 위해 준비되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첫째 문제점은 약속을 이행하면 되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사무실로 그 사실을 반드시 알려주면 된다(알려주지 못할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으나 그런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경고성 문자를 보낼 일도 없고 받을 일도 없다. 그러나 우리 일은 워낙 복잡하고 예상하기 어려워 연락을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둘째 문제점은 예약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책을 배부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 그러려면 사무실 직원이 그들에게 그 경위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설명하는 시간이 걸리고 설득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감정이 상한다(그러므로 예약에 관계없이 오는 순서대로 책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예약을 했지만 늦게 온 사람이 책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예약하지 않아 책을 받지 못한 사람은 불쾌하겠지만 할 수 없다. 강의를 듣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예약하지 않고 예약한 사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겠다면 염치없는 일이다.

몇 년 전 롯데호텔에서 있었던 모임에 예약하지 않고 갔다가 한 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오지 않은 사람의 자리에 앉았던 적이 있다. 그때에도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하지 않아, 빈자리가 확실할 때까지 기다리느라 오래 바깥에 있었다(만약 불참한다고 통보했다면 일이 훨씬 쉬워졌고 빨라졌을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꼭 예약하고 못 가면 못 간다고 연락한다.

“예약”이니 “취소”니 하는 것이 아직은 우리의 몸에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약할 때 예약하고 취소하면 취소한다고 연락해야 한다. “안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고 나 혼자 살지 않고 여러 사람과 함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