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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호 2021년 4월] 뉴스 본회소식

수요특강: 포스트 코로나 시대, 휴머니즘이 답이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한세대 교수


포스트 코로나 시대, 휴머니즘이 답이다

안종배 (독어교육81-85)
국제미래학회장·한세대 교수

변화·도전·기회 차차차 전략 제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늦어서 실패하는 사람이 있고, 너무 빨라서 일을 망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속도에는 욕심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점으로 나눈 BC와 AD가 Before Corona, After Disease로 불릴 만큼 코로나19는 전 인류의 문명에 대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안종배(독어교육81-85) 국제미래학회장은 3월 24일 열린 본회 수요특강에서 위와 같이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안 동문은 코로나 팬데믹 선언 직후 예견된 뉴 르네상스가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고 짚으면서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와 비교했다.

“유럽의 르네상스는 흑사병으로 불리던 페스트가 창궐한 게 결정적 동인이었습니다. 흑사병 팬데믹으로 인해 14세기 중반 유럽은 당시 총인구의 30%를 잃었고 기존 사회구조가 붕괴됐죠. 교황의 절대권력은 약화됐고, 봉건영주 체제의 경제가 도시자본제로 바뀌었습니다. 창의와 인성이 중시되는 휴머니즘 예술문화가 활성화됐고요. 코로나19 역시 기존 사회 시스템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됐습니다.”

21세기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하나가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세계 경제를 일제히 멈추게 했다. 멈춤은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대한 회의를 가져왔고,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게 했다. 안 동문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속도를 우선시한 물질 문명적 가치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조금 느리더라도 인간의 삶의 목적과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 멈춤에서 우리는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경험했다. 인류의 문명이 환경에 끼친 악영향을 실감한 동시에 인류의 결정과 실천에 따라 자연을 보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본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 하에선 부유층도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돈 있어도 어디 마음대로 여행도 못 하고, 감염병으로 인해 한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질주의 속도주의 사고에 근본적 회의가 일어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과거 르네상스 시대 때처럼 휴머니즘 즉 인성과 영성,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되살아날 거라 전망합니다.”

안 동문은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를 긍정과 부정으로 나눠 설명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연계돼 있었다. 대면 모임이 위축된 만큼 연대감·공동체에 대한 요구는 강화되고, 기존 교육시스템이 혼란을 겪는 만큼 스마트 원격교육이 신속히 도입되며, 종교 활동이 제한을 받는 만큼 영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과학기술 분야서도 감염병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기술 R&D 투자가 둔화된 반면 인공지능, 바이오 헬스 분야의 개발은 빨라졌고, 과학기술 낙관론이 타격을 입은 데 반해 인류와 지구를 함께 위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부각됐다. 소상공인과 스타트업이 위기에 내몰리고 국내 경기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혁신 벤처를 진흥하고 디지털 경제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서도 변화의 이정표는 휴머니즘이다.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이 확산되면 정직하게 일하고 스스로 필요한 역할을 하여 팀워크를 강화하는 인재가 더욱 필요해집니다. 다시금 인성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죠. 소비자도 가성비만 따지지 않고 환경보호와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을 선호하게 되고요.

해외 유명 미래학자들은 우리나라가 ‘리부트’의 기회를 맞았다고 평가해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 역량과 전통 유교주의에 기반한 휴머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차차차(CHA CHA CHA) 전략 즉 미래 변화(CHAnge)를 예측하고, 바람직한 미래 전략을 입안하여 도전(CHAllenge)하며, 위기를 변화의 기회(CHAnce)로 만든다면 대한민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본회는 이날 강연에 참석한 동문 전원에게 안 동문의 책 ‘미래학원론’을 증정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