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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2018년 7월] 문화 작가의 정원

작가의 정원 <7>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텃밭

여기서 400미터, 다 빈치가 잠들어 있다


작가의 정원 <7>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텃밭

여기서 400미터, 다 빈치가 잠들어 있다



글·사진 문현주(농가정74-78) 가든 디자이너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20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는 마을 앙부아즈(Amboise)에는 클로 뤼세 성(Le Chateau du Clos Luce)이 있다. 이 성은 유네스코가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프랑스 루아르 계곡에 있는 여러 고성(古城)들 가운데 하나이다. 클로 뤼세 성은 이탈리아 출신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예순 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3년을 보낸 곳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빈치라는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사생아였기 때문에 아버지의 성을 받지 못한다. 대신 마을 이름을 성으로 취하였으니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빈치 마을의 레오나르도’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가 낳은 위대한 천재 예술가이며 미술, 건축, 과학, 의학 등 다방면에 걸쳐 인류사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그는 말년에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의 초청으로 앙부아즈에 있는 클로 뤼세 성으로 이주하며 궁정화가로 활동한다. 이때 다 빈치는 수기로 정리한 방대한 양의 과학적 연구 자료와 그림 ‘모나리자’, ‘세례 요한’, ‘성 안나’를 갖고 프랑스로 갔다고 한다. 이 중에 미완성의 초상화인 ‘모나리자’는 왕에게 4,000에큐(ecu, 당시 공예가 연봉 200~300에큐)에 팔아 지금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최고의 그림으로 전시되어 있다.

다 빈치는 클로 뤼세 성에서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계속하였으며 왕의 수석 화가, 기술자, 건축가로 활약하였다. 성 안에는 다 빈치의 침실, 발명품을 전시하는 공간, 데생 작업실 등 그에 대한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성 앞에 자수화단이 깔린 작은 정원이 있으며, 그 주위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원이 넓게 펼쳐진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원에는 우선 그의 유명한 ‘인체 비례도’를 커다랗게 그려서 벽에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발명품인 나사 형태를 이용하여 물을 끌어 올리는 기계, 날개 짓을 하며 나는 비행 물체, 노를 대신하여 수동 프로펠러를 이용한 배, 장갑차 등이 실물 크기의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의 스케치들이 큰 캔버스에 복사되어 곳곳에 걸개 그림으로 걸려 있다.

그리고 공원 한쪽에 정갈한 텃밭이 나온다. 텃밭은 단순한 문양으로 정돈되어 있고 밭 사이로 길을 내어 수확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주변은 채소들이 자라지 않는 기간에도 삭막하지 않도록 화단을 조성하였다. 창고로 가는 길에는 터널을 이룰 수 있는 파고라를 설치하여 어린 포도 덩굴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터널 끝에 농기구가 들어 있어야 하는 창고에서 어린 아이들이 그림 수업을 받고 있다. 아마 이 텃밭은 채소를 수확하는 목적보다는 그를 기억하기 위해 조성하여 놓은 것 같다. 즉 다 빈치가 채식주의자라는 이야기를 전시하는 듯하다.

클로 뤼세 성과 다 빈치 공원을 둘러보다보니 이곳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방문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진다. 사실 다 빈치는 이탈리아 사람이니 당연히 이탈리아에도 그의 박물관이 있다. 밀라노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박물관이다. 1953년 그의 탄생 500주년에 대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그것을 계기로 다 빈치의 과학적 사고와 이탈리아의 공업 기술을 소개하는 규모 총 4만㎡ 면적의 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프랑스도 인류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말년을 클로 뤼세 성에서 지내고 그곳에서 400여 미터 떨어진 앙브와즈 성에서 영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