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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2018년 4월] 문화 작가의 정원

작가의 정원<4> 셰익스피어의 처갓집

소박한 듯 화려한 앤 해서웨이 코티지 가든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생가는 코츠월드(Cotsworld) 지역의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Stratford-upon-Avon)에 있다. 코츠월드는 잉글랜드 중부에 위치하며 벽돌로 지어진 중세풍의 건물, 비옥한 초원, 아름다운 숲 그리고 나지막한 언덕으로 이어지는 지역이다. 그중에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은 에이번강 상류에 자리 잡고 있으며 버밍엄에서 남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전원풍의 아담한 마을이다.


마을로 들어서니 셰익스피어의 고향답게 마을 전체가 그의 이야기이다. 셰익스피어 생가, 셰익스피어가 은퇴 후 노년기를 보냈던 뉴 플레이스, 손녀가 살았던 내쉬의 집, 딸 수잔나가 살았던 집, 셰익스피어가 세례를 받았으며 그의 묘지와 딸, 아내도 함께 묻혀있는 홀리 트리니티 교회(Holy Trinity Church), 그의 처가인 앤 해서웨이의 집(Anne Hathaway’s cottage)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어머니가 결혼 전 살았던 메리 아덴의 농장 등이 있다.


이 중에 정원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앤 해서웨이의 집이다. 셰익스피어는 18세에 여덟 살 연상의 연인이었던 앤 해서웨이와 결혼한다. 그녀가 결혼하기 전까지 살았던 집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이 정원은 아직도 옛 모습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으며 지금 영국의 정원 양식인 ‘잉글리시 플라워 가든’ 또는 코티지 가든(Cottage Garden)을 대표하는 정원이다. 코티지란 소작인들이 사는 작은 시골집이었다. 큰 토지를 갖고 있는 농장 주인이 사는 팜 하우스(farm House)와 달리 거의 농토가 없는 가난한 농민들이 사는 작은 집이다. 대부분 단층집이며 다락방이 있어 그곳에 침실을 두기도 한다. 그리고 코티지 가든은 이 집에 딸린 정원을 말한다.


코티지 가든의 기원은 문헌에는 나오지 않으나 역사학자들은 1340년대 흑사병이 유럽 대륙과 영국을 휩쓸었을 때, 이 전염병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집 주위에 향기 나는 식물을 심기 시작한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또한 농민들은 코티지 주변에 감자, 콩 그리고 과실 등을 심어 식량으로 충당할 수 있는 작은 텃밭도 함께 조성했다. 그 후 20세기 초, 주택 정원이 발전하면서 이런 정원의 모습은 비타 색빌 웨스트의 시싱 허스트 정원과 로렌스 존스톤의 히드코트 메너에 화려하고 세련되게 적용되면서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초화류 중심의 정원 양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앤 해서웨이 코티지는 시내 중심부에 있는 셰익스피어의 생가에서 고풍스러운 마을 길을 따라 2km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대문은 길가에 접한 생울타리 사이에 있으며 쪽문 정도로 작고 낮다. 안으로 들어서니 오른쪽에 건초를 이어 덮은 두툼한 초가지붕과 목재 골조가 노출되는 건물이 소박하고 포근해 보인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중세 복장을 한 안내인이 설명을 하고 있다.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된 가구, 벽의 장식, 부엌의 조리기구 등 16~17세기 양식을 깔끔하게 재현해 놓았다.


정원으로 나왔다. 잔디밭은 없고 통로를 제외하고 정원 전체가 화단이다. 허브식물을 키우는 채소밭과 다년초로 혼합 식재한 화단이 어우러져 있다. 정원의 길은 자연스러운 부정형의 판석으로 포장되어 있다. 화단 끝에서 서너 단을 오르면 테라스가 있고 목재로 만든 앉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주변은 장미 덩굴이 올라가고 그 위로 산사나무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옆으로 관리사가 있으며 그 뒤로 넓은 과수원이 펼쳐진다. 코티지의 서쪽에 위치한 과수원은 1920년 복원했으며 당시 재단의 정원 디자이너 엘렌 윌못(Ellen Willmott)의 조언으로 사과나무 아래 이른 봄에 개화하는 구근류를 많이 심었다 한다. 그리고 그 뒤로 작은 숲이 있다. 앤 해서웨이의 코티지 가든은 소박한 듯 화려한 모습이다. 지금은 셰익스피어 재단이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마을에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에 하나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셰익스피어가 우리에게 던진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문제를 풀지 못해서 그 단서라도 찾으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글·사진 문현주(농가정74-78) 가든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