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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호 2016년 8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해외 경제학자의 한국 경제 진단2

윤기향 교수 “노령화 진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
   해외 경제학자의 한국 경제 진단2
“노령화 진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


윤기향 미 FAU 교수



지난호 박상준 와세다대 경제학과 교수의 한국경제 진단에 이어 이번호에는 윤기향(법학65-69) 미 애틀랜틱대(FAU) 종신교수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2001년 FAU ‘올해의 교수상’ 수상자인 윤 동문은 경제를 쉽게 설명하는 능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 출간한 ‘시가 있는 경제학(김영사)’도 ‘근래 나온 최고의 경제학 입문서’라는 찬사를 받으며 많은 이들의 경제학 길라잡이가 돼주고 있다. 플로리다동창회장이기도 한 그를 통해 밖에서 보는 한국 경제의 문제와 해결 방안을 들어봤다. 



가정주부들 노동시장 참가토록 적극 유도
서비스산업으로 잠재성장률 끌어올려야 

-지난 7월 기준 19개월째 연속 수출 감소가 나타나는 등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다.
“서머스를 비롯한 일부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경제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선진국 경제가 만성적 경기침체를 겪는 것은 장기적인 추세로부터 일시적인 일탈이 아니라 하나의 패턴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성장국면뿐만 아니라 하강국면에서도 일본의 패턴을 따라가고 있는데 이는 성장수렴이론이 예측하는 것과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구조의 변화(인구증가의 둔화와 노령화)와 그에 따른 잠재성장률 둔화다. 나아가 생산활동의 자동화가 더욱 진전될 경우 고용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잠재성장률의 둔화는 ‘고용 없는 성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문제로 등장할 수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먼저 인구증가의 둔화를 저지하는 일이 시급하다. 인구증가를 촉진하는 데는 세제 혜택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녀세금공제 제도를 도입해 볼 만하다. 또 한국은 여성인구의 노동력 참가비율이 OECD 국가들 가운데 현저히 낮다. 미혼 여성뿐 아니라 가정주부들도 노동에 참가하도록 적극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서비스산업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삼고 이를 진작시키기 위한 과감한 정책을 실시한 싱가포르의 사례도 참고할 만 하다. 고용없는 성장 문제는 그동안 대기업-수출-제조업으로 편향되었던 성장추의 중심을 중소기업-소비-서비스산업으로 균형화 시키는 성장전략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소득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GDP(부가가치) 가운데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거의 3분의 2에 달하고 자본가에 돌아가는 몫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려가 높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조금씩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11월 1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세계경제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편입됐다. 이는 중국이 WTO의 룰 (rules)을 지킬 의무를 떠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은 그동안 다른 나라들에게 불공정한, 새로운 룰을 적용하는 등 세계무역 질서에 어긋나는 일탈을 종종 보여 왔다. 중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것도 한 예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반발로 중국이 경제 보복을 감행한다면 이는 분명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한 경제대국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볼 수 없다. 그러한 경제 보복은 중국에 대한 신뢰에 먹칠을 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세계무역 질서에 대한 심각한 후퇴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10월 6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같은 나라가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하게 할 수는 없다’고 천명한 바가 있으며 2016년 8월 2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싱가포르 수상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는 세계경제 질서의 규범을 따르지 않는 중국에 대한 강한 불신감의 표시로 볼 수 있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전망한다면.
“부동산 가격의 결정은 일반적인 상품 등과는 조금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먼저 부동산의 공급은 가격의 변동에 대해서 매우 비탄력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부동산가격의 변동에 따라 부동산 물량의 변동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반면 부동산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상당히 큰 편이다. 이러한 수요-공급 구조 아래에서 부동산 가격은 수요측면에 의해서 수시로 변할 수 있으며 변동폭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수요-공급의 구조에서 볼 때 작년과 올해 분양된 아파트가 2017년, 2018년에 입주가 완료된 후엔 추가 수요가 새로 형성되지 않으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추가 수요는 소득 증가, 인구 증가 및 미래에 대한 기대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요인들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현 상황에서 필요한 인재는.
“한국 사람들은 매우 영리(smart)하고 어느 다른 민족보다 부지런하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이 ‘창의적(creative)’이냐 하는 질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그 동안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있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비판하는 DNA가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유학생들은 미국의 아이비리그나 명문 대학에 입학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받는 데까지는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우월하다. 박사학위라는 것은 ‘지금부터 스스로 창의적인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자격증인데 많은 한국 학생들은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부터는 창의적인 연구에서 다른 나라 학생들, 특히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중국이나 인도 등에 뒤처지기 시작한다. 물론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유수한 학술전문지에 논문을 발표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국 학생들의 아킬레스건이다.”    

-내년 말 대선이 치러진다. 어떤 리더가 필요할까.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경제논리가 아니라 진영논리에 빠져 경제공약을 내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포퓰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그 결과 경제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하고 대증요법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성장이냐 복지냐 하는 문제도 바로 그러한 범주에 들어간다. 자본주의 4.0(Capitalism 4.0)을 쓴 칼레츠키가 그랬듯이 이제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장의 기능’(보수주의의 입장)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역할’(진보주의자의 입장)이 함께 가는, 조화를 이루는 정책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소명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김남주 기자


윤기향 교수는  
American Economic Review, International Economic Review,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Macroeconomic Dynamics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학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그가 쓴 논문들은 피인용 횟수가 300여 회 이상에 달한다.

모교 졸업 후 한국은행 조사제1부, 기획부 등에서 근무했다. 1985년 노던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88~1992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파이낸스 박사과정을 마쳤다. 미네소타대(모리스 캠퍼스)에서 조교수, 부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플로리다애틀랜틱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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