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수도병원 이명철 원장
순수 민간 출신 첫 군 최고 병원 수장
“과감한 혁신으로 군 의료계 신뢰 회복”

지난 2월 3일, 국군수도병원에 처음으로 민간 의사 출신 원장이 부임했다. 모교 의과대학에서 31년간 재직한 데 이어 모교 발전기금 부이사장, 가천대 길병원장 등을 지낸 이명철(의학 67-73) 동문이 그 주인공이다.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2월 21일 만난 이 원장은 “3주밖에 안 됐는데 두 달은 지난 것 같다”는 말로 근황을 요약했다. 군 조직의 지휘관을 맡은 만큼, 군 교육을 받고 국방부에 운영 계획을 제시하는 일 등으로 분주한 나날이었다.

60년 가까이 국군수도병원장은 현역 군인의 자리였다. 2009년 국군수도병원이 군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군 안팎에서 공개 채용을 통해 병원장을 뽑고, 재정과 인사 등의 자율권을 부여받았다. 이 원장은 순수 민간인인 자신이 선택된 것에 대해 “완전히 계급장 없는 사람이 혁신적인 마인드로 자유롭게 변화를 일으켜 보라는 뜻 같다”고 말했다.

830여 병상과 150명의 전문의를 갖춘 국군수도병원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현역 장병이 무료 진료가 가능한 군 병원 대신 민간 병원을 찾는다는 사실은, 군 의료에 대한 신뢰 부족을 보여준다. 이 원장은 민간 병원의 발전사를 잘 아는 동시에, 1978년부터 3년간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국군수도병원의 옛 모습을 직접 경험했다. 그런 그이기에 양쪽 병원의 발전 양상을 누구보다 뚜렷하게 비교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찾는 군 병원 만들겠다”

“1978년엔 국군수도병원이 모교 병원과 거의 같은 선상에 있었습니다. 진료 시스템도 잘 짜여 있었고, 모교 병원에 없는 장비가 여기에 있었죠. 지난 30여 년 동안 민간 병원이 45도 기울기로 가파르게 발전해 왔다면, 군 병원의 발전은 5도 기울기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격차가 큰데 민간 병원을 다녀본 사람들이 군 병원을 선호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죠.”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지만, 그는 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교육과 연구를 강화한 ‘아카데믹 메디컬 센터’, 호텔 같은 병원을 지향하는 추세에 맞춰 ‘군부대 같은 병원’의 이미지를 벗고, 친화적인 ‘환자 중심 병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군인과 민간인 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150병상 규모의 중증외상센터도 현재 준비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개선’이 필요합니다. 간호사와 장비를 확충하고, 민간 대학병원과 협력해 공동 연구 체계를 갖추고 우수 인력을 초빙하려고 합니다. 경직된 조직 문화도 탈피해야 하고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원장은 장기적으로 군 병원을 ‘개혁’하고자 한다. 임상의학연구센터 설립, 민간인의 접근성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안 등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특히 민간 병원 1년 예산의 절반 수준을 14개 국군병원과 각 전방 의무대가 나눠 쓰는 현실을 언급하며, 국방 예산에서 의료 항목의 비중이 낮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이어 “생명을 다루는 군 의료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전투력”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미국의 월터 리드 육군병원이나 중국, 대만의 군 병원처럼, 대통령도 아프면 찾는 그 나라 최고의 병원이 돼야 합니다. 군 의료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대외적인 소통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의료계 마당발’로 소문 자자

발 넓기로 유명한 이 원장의 휴대전화 주소록에는 2,800여 개의 번호가 저장돼 있다. 더불어 늘 가지고 다니는 두툼한 주소록은 3,000여 명의 연락처 목록을 스프링 제본한 것으로, 매년 꼬박꼬박 갱신하고 있다. 이처럼 굳건한 인적 네트워크는,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 그의 강력한 무기다.

또한 그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다. 국내 핵의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했으며, 가천대 길병원장 재임 시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뇌영상 분야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의 포부는 결코 허황되지 않다.

33년 전 군의관으로 복무했던 국군수도병원은 그에게 좋은 추억의 장소다. 내과 부장 등의 주요 보직을 열정적으로 수행했고, 두 자녀를 얻은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 찍은 사진을 보면 온통 웃는 얼굴뿐”이라는 그는, 돌아온 이 병원에서 다시 한 번 열정을 쏟을 예정이다.

“모교 재직 이후로 다시 국록을 먹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를 위한 도전을 하러 온 셈입니다. 국군수도병원과 군 의료의 새로운 도약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