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95호 2011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영화 ‘의형제’의 장훈 감독, 두 편의 작품으로 각종 영화상 휩쓸어






영화 ‘의형제’의 장훈 감독 (디자인99-03)

두 편의 작품으로 각종 영화상 휩쓸어

2010년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영화 ‘의형제’는 2009년 제31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의형제’를 연출한 장훈(본명 장형석, 디자인99-03) 동문은 감독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기뻤다고 말한다. 이 상은 자신만이 아닌, 함께 고생한 스태프 모두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2008년 개봉한 그의 첫 영화 ‘영화는 영화다’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감독상을 받은 지 불과 2년 만의 성과였다. 데뷔 이후 단 두 편의 영화로 충무로를 단숨에 사로잡은 그를 지난달 18일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충무로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모교 졸업 후 취직을 하라는 부모님의 기대와 달리 장 동문은 ‘생고생의 결정판’이라는 영화계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연출부 막내로 시작해 온갖 심부름을 도맡아 했다. 이유는 단 하나,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목만 들어도 내용을 줄줄 꿸 정도의 영화 마니아도 아니었고, 영화 관련 활동 경험도 없었지만 사람과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영화의 매력에 끌렸다.

“대학생 때 삶에 대해 쓸데없이 생각하곤 했는데, 답을 찾지 못한 채로 그냥 취직하고 회사에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았어요. 답을 찾든 못 찾든, 영화는 그런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일이라 좋았죠.”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한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기덕 감독을 찾아갔다. 재학 시절 미대 학생회에서 축제 명사 초청 강연 대상으로 김 감독을 섭외하며 인연을 맺은 이후였다. 김 감독은 “네가 지금 하고 싶다고 해도, 진짜 해보기 전엔 모른다. 직접 해보고 결정해라”는 말로 그를 받아들였고, 그렇게 영화 인생이 시작됐다.

김 감독 밑에서 영화 ‘빈집’과 ‘사마리아’의 연출부로, ‘시간’과 ‘활’의 조감독으로 활동하며 그는 점점 영화에 빠져들었다.

“영화 일은 경쟁이 아니잖아요. 누굴 밟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죠. 스태프로 일하면서 서로 경쟁하지 않고 같은 꿈을 보며 일하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영화 한 편이 끝날 때마다 감독님이 ‘할 만하냐?’고 물으셨고, 저는 항상 ‘계속하고 싶어요’라고 답했어요.”

그렇게 영화계에 들어온 지 5년 만에 그는 첫 영화를 개봉했다. 제작비 6억5천만 원의 저예산 영화였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만든 ‘영화는 영화다’는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이 영화로 그는 제2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감독상과 제16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영화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계에서 첫 영화가 잘 안 되면 다음 영화를 못 찍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처음엔 부담이 컸는데, 나중엔 이게 마지막 기회일 거라 생각하고 찍었어요.”

그는 두 번째 영화 ‘의형제’로 대중과 평단의 신뢰를 다시 한 번 얻었다. 2010년 상반기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전국 54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남한 국정원 요원과 북한 간첩의 기묘한 동거를 인간미 있게 그려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31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제3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감독상, 제4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차기작 ‘고지전’, 올여름 개봉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라는 그는 액션영화 감독이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잘 담아내려 노력한다. 예쁜 화면보다는 어떻게 하면 인물의 감정을 더 잘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배우가 가진 면모 중 캐릭터와 맞는 부분을 찾아낸다.

“영화 작업은 뱃속의 아기를 키우는 것과 비슷해요. ‘어떤 아이가 나올까, 좋은 아이가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는데’라며 정성을 다하죠. 아기의 바람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레 맞는 걸 주게 되듯,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현재 그는 세 번째 영화 ‘고지전’을 제작 중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100억 원 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로, 올여름 개봉 예정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자이자 드라마 ‘선덕여왕’ 공동 집필자인 박상연 작가와의 협업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배우 신하균, 고수, 김옥빈 등이 출연하며, 휴전 협정을 앞두고 국경을 조금이라도 넓히려 치열하게 싸웠던 남북한 병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군인이지만 실제로는 군인이 아니었던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자동차를 좋아해 영화감독이 아니었으면 자동차 디자이너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그는, 영화감독을 계속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 성적에 따라 감독의 운명이 갈리는 현재 영화시장에서 그의 말엔 뒷맛이 씁쓸하다.

헐리우드 진출에 대해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지금 저한테는 어디서 뭘 하느냐보다, 어디에 있든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고, 같이 보면 즐거우면서도 약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도 투자 산업이기에 관객 수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것은 목표가 아니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려한 액션 속에서도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전하려는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연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