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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호 2012년 9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국내 사법사상 첫 시각장애 변호사 “사회적 약자 인권신장 위해 노력”



김재왕 변호사

국내 사법사상 첫 시각장애 변호사 “사회적 약자 인권신장 위해 노력”

지난 2월 국내 사법사상 첫 시각장애인 판사가 탄생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각장애 1급으로 앞을 전혀 못 보는 상황에서 텍스트 음성변환 등의 방법으로 공부해 전인미답의 자리에 올라선 주인공은 모교 법대 출신의 최영(법학00-06 서울북부지법 판사) 동문이었다.

최 동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라지기도 전인 지난 4월, 모교 로스쿨에서 또 다른 화제의 인물이 등장했다. 모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로스쿨에서 공부한 김재왕(생물97-03•법대원09-12) 동문이 시각장애 1급의 난관을 딛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올해 초 출범한 비영리 공익 인권 변호사 단체 ‘희망을 만드는 법(희망법)’의 창립 멤버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동문은 “사회적 소수자와 다수자가 함께 동등한 가치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희망을 만드는 법’ 창립멤버 ‘희망법’은 현재 7명의 구성원이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법률 상담, 공익인권 소송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김 동문은 장애인 인권, 공익인권 단체 지원 등의 영역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작년 8월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소수자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던 6명이 모여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사무실을 열기로 결의했어요. 지난 2월 개소식을 한 뒤로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적 지원, 우리나라에 대한 난민 신청자의 인정 소송, 성소수자를 위한 법률 지원 및 형사사건 변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또 장애를 가진 당사자로서 김 동문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법 체계나 사회적 인식의 수준이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법이나 제도 등에서 더디게나마 개선이 되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사회적 배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예로 들었을 때, 우리나라의 장애 개념은 개인의 손상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큽니다. 그렇지만 유엔의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서 정의하는 장애의 개념은 사회적 환경의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세계적 추세는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물질적, 제도적, 심적 장벽을 없애자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를 넘어서 제도나 환경 등 모든 기초에서부터 누구나 자유로울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추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존재하는 장벽조차 덜 걷힌 상황입니다.”

김 동문은 이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수준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라며, ‘희망법’ 역시 그에 기인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인권운동을 하는 여러 비영리단체가 그렇듯 저희도 재정 문제를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운영비의 많은 부분을 여러 공익기금과 후원금으로 충당하며 소송 당사자들에겐 최소 실비만 받다 보니 매달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요. 지금으로서는 ‘살아남는 것’이 목표이며 길게는 10년이든 20년이든 한결같이 공익을 위해 지속할 수 있는 ‘희망법’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뜻있는 동문 여러분들의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시력 잃었지만 인권감수성 눈 떠 김 동문은 대학원에 다니던 2003년 시력을 잃게 되자 진로를 바꿔 2005년부터 4년여 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 상담을 하며 변호사가 될 결심을 굳히고 2009년 모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 각고의 노력 끝에 뜻을 이뤄냈다.

그는 모교 재학 시절 학생운동과 학업에 모두 관심을 가진, 나무와 꽃이 많은 관악 캠퍼스를 무척 좋아했던 생물학도였다고 스스로를 회고했다. 남다른 감수성으로 세상을 보던 육안의 힘은 잃었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감수성의 눈을 누구보다도 밝게 뜬 김 동문은 후배 동문들에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 되어 달라”며 푸근한 웃음을 지었다.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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