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호 2012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법원장 시절 미술관 같은 법원 만들어,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 100여 점 전시
김경종법률사무소 김경종 변호사
김경종법률사무소 김경종 변호사

법원장 시절 미술관 같은 법원 만들어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 100여 점 전시
2010년 5월, 서울시 도봉구에 새롭게 문을 연 서울북부지방법원이 지역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면적 3만 8천㎡ 규모의 새 청사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미술품이 곳곳에 전시돼, 마치 조각공원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 청사 이전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김경종(법학 73-77) 동문, 당시 서울북부지방법원장이자 현재 김경종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다. 그는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돗자리를 들고 법원을 찾는 시민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2월 8일, 김 동문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북부지방법원 곳곳을 직접 안내하며 미술품에 대해 작가 약력부터 작품 의도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마치 전문 큐레이터처럼 열정적인 그의 모습에 “전문가가 아님에도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작가 직접 만나 설득하며 작품 섭외”
“청사 이전 1년 전부터 작가들을 직접 만나 작품을 섭외하고 설득했습니다. 예산이 제한된 상태에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죠. 전시 공간을 보여주며 작가 한 명 한 명과 교류한 덕분에 작품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졌어요.”
이렇게 섭외한 미술작품은 무려 100여 점에 달한다. 한·독미술기협회 민 부회장, 서울시립미술관 유조빙(회화 58-62) 관장, 문화공간 모악의 초대 작가 해표 등 국내 작가뿐 아니라 나오미 군지(동양화 86-91), 아스듀발 꼴메나르즈(Asdrubal Colmenarez) 등 해외 작가의 작품도 포함됐다.
회화 작품은 10호 소품부터 500호가 넘는 대작까지 다양하며, 야외 조각품 중에는 높이 10미터에 달하는 대형 작품도 있다. 각 작품 옆에는 작가 이름, 작품명, 작품에 담긴 의미 등을 세심하게 안내했다.
“국민과 소통하는 법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단순히 사건을 다루는 공간이 아니라, 화해와 휴식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요. 이곳이 도시 외곽이다 보니 주민과 법원 직원들이 문화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법원 간부들과 논의 끝에 ‘미술관 같은 법원, 공원 같은 법원’을 만들자고 결정했죠.”
이 같은 시도는 지역 주민과 법원 직원들뿐 아니라 참여한 작가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파리8대학 주임교수였던 아스듀발 꼴메나르즈는 “자신의 작품이 설치된 사례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미술전시 ‘마니프’ 조직위원장 맡기도
작가들과의 인연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그는 2011년 10월 개최된 서울국제아트페어 ‘마니프(MANIF)’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실무보다는 외빈을 응대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그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됐다.
“처음부터 미술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그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미술에 대한 소양이 넓어졌어요.”
197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동문은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울산지방법원장, 대전지방법원장, 서울북부지방법원장 등 주요 직책을 역임하며 바쁜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은퇴 후 그는 “이제는 ‘갑’의 위치가 아니라 ‘을’의 입장이 됐다”며 웃으며 말했다.
“모교 재학 시절, 잦은 시위로 학교가 자주 문을 닫는 바람에 대학생활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 자신을 마음껏 시험해볼 기회도 부족했죠. 이제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저를 위한 시간을 더 가져볼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