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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호 2022년 12월] 뉴스 본회소식

“미술 시장, 주식과 같아…저평가 된 한국화·1세대 AI 작품 사라”


“미술 시장, 주식과 같아…저평가 된 한국화·1세대 AI 작품 사라”


선승혜(미학89-93)
대전시립미술관장



꾸준히 규칙적으로 운동하듯
전시회에서 과학예술 즐기면
몸도 마음도 확실히 젊어진다



신승백·김용훈 ‘넌 페이셜 포트레이트’ 일부.


“미술 작품을 계속 보면 뇌가 젊어집니다. 뇌가 젊어지면 말이 젊어지고 행동이 젊어지고… 몸과 마음은 연결돼 있으므로 마침내 육체도 젊어진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단, 어쩌다 한 번으론 안 되고요. 운동처럼 규칙적으로,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 번 미술관 한 곳씩 가시면 좋습니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이 11월 23일 서울 마포구 SNU 장학빌딩에서 열린 본회 수요특강 연단에 섰다. 그림은 고도화된 상징물로써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이 상호 소통하게끔 뇌를 자극하기 때문에 꾸준한 미술 작품 관람이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선 동문은 특히 “과학기술에 기반한 작품,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싶은 과학예술 작품을 보러 가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리 좋은 사람일수록 뇌를 자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교 동문은 다들 머리가 좋은 분들이라 평범한 전시회에 가면 ‘예전에 다 봤던 것, 시시한 것’이라고 생각하시기 쉬워요. 최첨단 과학예술 전시회만 쫓아 관람하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천지인 즉 자연, 사회, 사람으로 구분해서 인공지능(AI)을 접목한 과학예술 작품들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별 게 다 있네’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람’ 하면 가장 먼저 얼굴이 떠오르듯, 선 동문이 맨 처음 소개한 과학예술 작품도 얼굴을 소재로 했다. AI의 안면 인식 기술에 맞서 AI의 안면 인식을 거부하는 초상화를 선보인 것. 신승백·김용훈 작가의 ‘넌 페이셜 포트레이트’는 인공지능에 의해 얼굴이 인식되지 않게끔 하면서 초상화를 그린 작품들이다. AI는 얼굴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람은 얼굴로 인식하는, 인간만의 시각 영역을 찾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타카유키 토도의 작품 ‘시어(SEER)’는 로봇이 사람의 시선을 감지해 초점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고 눈썹과 눈꺼풀을 움직이면서 소통한다. 일본은 한국보다 10년 앞서 우울증이 사회적 문제가 됐던 까닭에 감정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레사 라이만-두버의 작품 ‘A(.I.) 메시아 창문’은 위키 갤러리에서 ‘그리스도’라는 태그가 붙여진 약 1만5000개의 이미지를 사용해 AI를 훈련시켜 제작됐습니다. ‘메시아’에 대한 AI의 해석을 이미지로 생성하고 스테인드 글라스 창에 배치해 완성됐죠. 이 작품 안에 들어가면 정말 성당에 들어온 것처럼 종교적으로 숙연해집니다. 종교적 공간 또한 디지털화될 수 있음을 암시하죠.”

선 동문은 또 기독교의 the ‘Garden’ of Eden을 에덴 ‘동산’으로 번역한 예를 들며 동서양의 자연관을 비교했다. 자연이란 같은 개념을 놓고도 서양에선 인위적 성격이 짙은 데 반해 한국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유럽을 비롯한 서양은 초상화가 그림의 대부분이었던 반면 우리는 제사 지낼 때 잠깐 초상화를 걸 뿐 산과 물 즉 산수화가 대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유럽인들은 코로나니 기후변화니 해서 자연을 생각하게 됐지만, 우리는 원래 한 번도 자연을 벗어나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인간 인식이 발전하면서 자연으로 온 게 아니라 항상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작가 다비데 콰욜라는 가든을 넘어 북유럽의 침엽수림을 데이터화 해버렸습니다. 기가 막힌 일이죠. 데이터를 맵핑해 전 세계에 보내면 지구 반대편에서도 그의 작품을 걸 수 있는 겁니다. 우리는 왜 우리의 산과 물을 데이터화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운 나의 학창시절, 그때 당시 서울대의 구석구석을 디지털화하고 맵핑하면 오늘날 재현해 그 안에서 동기들과 만나 회식하는 날도 멀지만은 않습니다.”

선 동문은 미술 투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저평가돼 나중에 가격이 오를 작품을 사는 게 가장 현명한 구입 방법”이라면서도 “자금 여력이 충분하면 그냥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을 사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이 ‘기계로 만든 것,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이란 인식 때문에 저평가돼 있다”며 1세대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과 서양 기술만 추종한 나머지 “말도 안 되게 저평가 된 한국화”를 미술품 투자처로 추천했다. 본회는 이날 참석한 동문 전원에게 선승혜 동문의 책 ‘한국화의 기초 세기의 전환기’를 증정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