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호 2022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강소기업 에피넷, 평창캠퍼스서 농작물 병해충 예측기술 실용화 주도
강소기업 에피넷, 평창캠퍼스서 농작물 병해충 예측기술 실용화 주도
박은우 (농생물73-77)
모교 농생대 명예교수·에피넷 연구위원
첨단기술로 방제 타이밍 도출
평창서 지역협력 활성화 기여
“나 기자, 고향이 어디예요?”
박은우 모교 농생대 명예교수가 기자의 답을 듣고, 검색창에 서울시 광장동을 입력했다. 해당 지역이 모니터에 클로즈업 되면서 색색의 네모들이 뿌려졌다. 네모들은 사과 갈색무늬병의 감염 위험을 지도상에 표시한 것으로, 빨간색은 매우 높음, 녹색은 높음, 파란색은 낮음을 의미한다. 사과뿐 아니라 배, 포도, 감귤, 논벼, 감자, 고추, 파, 마늘 등의 주요 병해충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에피넷’이 개발한 농작물병해충 발생위험 예측시스템을 통해서다. 에피넷 연구위원으로 평창군 지역사회와 소통 중인 박은우 동문을 7월 5일 평창캠퍼스에서 만났다.
“1990년대 중반, PC 통신이 전부였던 시절에 병해충 감시와 예찰 방식이 컴퓨터 기반 시스템으로 움직이게 될 것을 예견했습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정보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2002년 제자들과 함께 모교 식물병역학연구실에 차린 회사가 에피넷이죠. 창립하자마자 배 검은별무늬병 발생 예측 소프트웨어인 ‘PearScab’을 출시, 납품했습니다. 그 후 20년 동안 기상응용과 공간정보 기술 등을 더욱 첨단화시켜 다양한 농작물 병해충과 기상재해 조기경보 기술을 개발해 왔죠. 대표로서 출중한 리더십을 보여준 한용규(대학원99-01) 동문과 임직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에피넷은 전국의 기상·기후·토양 데이터와 특정 작물의 생육 데이터 등을 실시간으로 종합해 1.5㎢ 단위로 마치 일기예보처럼 최적의 병해충 방제 타이밍을 알려 준다. 수년 간에 걸친 실증실험에 따르면 농약 살포횟수를 약 20~50% 정도는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방제비용 절감을 통한 농가 소득 증대와 더 안전한 먹거리의 공급, 나아가 자연환경 보전과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농작물 재배는 자연재해와 가격변동의 영향이 막대해 선뜻 농약 사용량을 줄이긴 쉽지 않다. 농민이 감수해야 할 위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노련한 농민은 자신의 농사에 대해 수년, 수십 년 동안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전문기술자이자 농장경영자입니다. 최대 수익을 위해 나름대로 최적의 기술로 위기를 관리하죠. 그러므로 요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이터 농업을 실용화시키기 위해선 농업현장과 농민들의 의사결정 구조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연구성과의 실용성을 높일 수 있거든요. 제가 에피넷 연구위원으로서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이유죠. 병해충 발생위험 예측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농작물 병해충 진단과 방제 교육 및 컨설팅 등을 병행해 농약 살포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제체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박 동문은 또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서울대 평창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창캠퍼스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GBST)과 지난해 ‘평창군-GBST-에피넷 과학기술협력 MOU’를 체결, 지역협력 여건을 다졌고 이를 바탕으로 ‘평창군 날씨와 농작물 병해충’이라는 모바일 앱을 만들어 평창군민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평창군농업기술센터의 ‘원예작물 병해충 방제 교육사업’을 위탁받아 지역 농민 133명을 가르치기도 했다. 평창군이 ‘기업 친화적 농촌 지역사회’로 발전하는 데, GBST가 교육과 R&D 기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박 동문의 지론. 농생대 학장 시절 평창캠퍼스 설립을 주도한 그는 에피넷, 평창캠퍼스 두 조직에 걸쳐 서울대와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박 동문은 에피넷과 평창캠퍼스에 대한 깨알 같은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에피넷의 기술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입니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2009년 한국농림기상학회 기술진보상을 수상했고, 올해 5월 강소기업으로 선정됐죠. 충청남도와 계약을 맺고 병해충 발생위험 및 돌발 악기상 예보 정보를 휴대폰 문자로 제공하는 서비스, AgCastTM는 2008년부터 14년째 유지되고 있죠. 2017년엔 ISO 9001 국제공인 품질체계 인증을 받았고, 2018년부턴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의 라오스 농업기상 및 농작물 병해충 정보서비스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평창캠퍼스 또한 산학협력을 통해 견고하게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최근 농식품부와 강원도가 지원하는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를 GBST가 유치했다. 입주기업의 수와 활동이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벤처기업 육성과 지역협력을 위한 또 다른 기회가 부여된 셈. 관련 기관들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평창캠퍼스를 오가는 차 안에서 박 동문이 창밖을 가리켰다.
“캠퍼스 내 가로수로 심은 메타세콰이어 보이시죠? 10년 전 출범 당시엔 어린아이 손목만 했던 나무들이 저만큼 자란 거예요. 다시 10년 후엔 얼마나 더 울창하게 자라 있겠어요. 평창캠퍼스 또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서 농촌 지역사회의 경제, 문화, 교육,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 효과를 발휘할 겁니다.”
에피넷의 현장비즈니스 성공과 더불어 농업기술의 혁신, 평창군과 모교 평창캠퍼스의 발전이 기대된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