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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호 2017년 10월] 뉴스 기획

살충제 파동 끄떡없던 서울대 평창 계란, 3~4개월 뒤에 받는다 해도 주문이 밀려요

평창캠퍼스 탐방 ①


살충제 파동 때도 끄떡없던 서울대 평창 계란

3~4개월 뒤에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주문이 밀려요


평창캠퍼스 실험목장의 계사동 외부 전경. 서울대 계란이 생산되는 곳이다.


지난 8월 ‘살충제 계란’ 파동이 있었다. 농식품부는 당월 18일 산란계 농장 1,239곳을 전수 검사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지자체에선 농약 표준시약을 모두 구비하고 있지 않아 부실조사 논란이 일었고, 이후 3일간의 보완조사 결과 농장 3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추가 검출돼 불신을 자초했다. 또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52곳 중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가 31곳으로 과반을 넘어 소비자에게 배신감을 안겼다. ‘정부 불신’과 ‘친환경의 배신’ 2중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명 ‘서울대 계란’이 급부상했다. 지난 9월 27일 모교 평창캠퍼스를 찾아 임정묵(수의학82-87) 목장장을 만나고 목장도 둘러봤다.



이익보다 소비자 신뢰 중시
초우량 송아지 보급 계획도



건강한 닭이 낳은 최고급 달걀



“플래시 터뜨리면 닭들이 놀랍니다.” 계사에 들어서 사진을 찍으려 하자 박경제 선임연구원이 주의를 줬다. 정중하면서도 단호한 그의 말투에서 목장의 닭들이 얼마나 세심하게 관리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냄새는 거의 없었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온도와 습도 덕분에 바깥보다 오히려 안락했다. 케이지 속을 들여다보니 일고여덟 마리의 닭들이 서로 몸이 닿지 않을 만큼 공간이 여유로웠다.


“일반 양계 농가에서는 한 케이지 당 많게는 스무 마리까지 넣고 키웁니다. 경제성을 생각하면 잘못됐다고 할 수만은 없어요. 그렇게 안 하면 적자 보기 쉽거든요. 그런데 닭들이 서로 밟고 다닐 만큼 비좁은 공간에서 크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그 결과 면역력이 떨어져 항생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저희는 애초에 사육밀도를 낮춰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이를 통해 면역력을 높여 항생제가 필요 없게끔 관리하는 것이죠.”(박경제 선임연구원)


산란계들이 사육되는 계사의 내부



눈에 띄는 특징은 또 있다. 모교 목장의 닭들은 성장 단계에 따라 약 120일 동안 네다섯 번의 ‘이사’를 다니는 것. 부화장 안의 달걀이 21일 후 부화하면 병아리를 곧장 계류장으로 옮겨 감별과 질병검사를 받는다. 건강한 병아리는 육추사로 옮겨 7주간 성장하고 어느 정도 자라면 중추사로, 14~15주가 지나 달걀 생산이 가능해지면 성계사로 옮긴다. 이렇게 닭이 옮겨갈 때마다 계사를 완전히 비워 살균·건조작업을 한다. 민간축사에선 한번 들여온 산란계를 죽을 때까지 가둬놓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가 생기고 살충제를 쓰게 된다. 모교 목장은 살충제 대신 계사를 비워 기생충을 잡는 셈이다.


항생제도 살충제도 사용하지 않고 기르는 건강한 닭이 최고급 달걀을 낳는다. 모교 목장은 총 1만8,000마리의 닭을 사육하는데 이중 종 복원사업에 활용되는 6,000마리를 제외한 산란계 1만2,000마리가 하루 약 7,500구의 달걀을 낳고 그중 4,200여 구가 출하된다. 모교가 매긴 달걀 값은 40구 기준 1만5,000원. 한 알에 375원 꼴이다. 살충제 파동 하루 전 달걀의 평균 소매가는 특란을 기준으로 한 알에 약 253원이다. 서울대 계란이 개당 120원 정도 비싼 셈. 그러다 살충제 파동으로 달걀 값이 올라 가격이 비슷해지자 서울대 계란을 찾는 소비자가 확 늘었다. 하루 평균 30~40건이었던 주문량이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30배가량 폭증, 한 달치 물량이 하루만에 밀려온다고. 이진술 선임주무관은 “지금 주문하면 3~4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기다리겠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모교 목장에서 생산되는 달걀은 전량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된다. 최고급 품질과, 일반농가의 달걀이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세 배 이상 값이 뛰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저렴하다고 볼 수도 있다.



서울대 목장우유도 판매 중





가파른 오르막길을 차를 타고 올라 계사 옆으로 나란히 위치한 소 축사에 도착했다. 해발 600미터. 웬만한 산의 꼭대기 높이임에도 불구하고 500여 평의 축사 여섯 동이 한우 암·수컷, 홀스타인 암·수컷 등 품종에 따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위치할 만큼 터가 넓었다. 574두를 사육할 수 있는 규모지만 현재는 290마리만 기르고 있다. 사육장 규모에 맞게 개체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지만 엄격한 품질관리 때문에 쉽지는 않은 상황. 소가 잘 걸리는 전염성질병 7가지를 수시로 검사해 양성 판정을 받으면 가차없이 도태시키기 때문이다. 젖소 축사로 안내하는 김회웅(수의학83-87) 수의사의 목소리엔 모교 목장의 비전에 대한 확신이 묻어있었다.


“평창캠퍼스 주변 축산 농가는 인근 파스퇴르유업에 주로 납품합니다. 1㎏ 당 단가가 1,160원 정도 되죠. 우리 목장에서 생산된 원유는 신생 유가공업체인 오뗄에 납품하는데 1㎏ 당 청정화비용 명목으로 223원을 더 받습니다. 원유값 납품항목에 청정화비용을 넣은 곳은 전국에서 서울대 목장이 유일하죠. 품질관리를 위해 많은 소를 도태시키기도 하고 또 그만큼 품질에 자부심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김회웅 수의사)


소규모 축산 농가에선 한 장소에서 소를 사육한다. 그러나 모교 목장에선 한 축사 안에서도 울타리를 설치해 소의 성장단계별로 거주공간을 나눴다. 닭의 성장단계에 따라 계사를 옮기는 것과 유사하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곧바로 허치로 옮기는데 허치는 원적외선 살균·보온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42일간 충분히 젖을 먹인 후 이유시켜 성장단계에 따라 울타리에서 울타리로 이동한다. 송아지는 태어나서 2개월 동안 질명 때문에 사망하기 쉬운데 이렇게 분리, 관리함으로써 생존율을 높인 것. 14개월이 지나 가임기에 들면 임신을 시키고 10개월 후 분만하면 원유를 착유한다. 임신기간엔 물론 별도의 공간에서 사육한다.



로봇착유기가 젖소에서 원유를 추출하는 모습



“소들은 모두 두 개의 장치가 탑재된 목걸이를 차고 있습니다. 장치 중 하나는 개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죠. 사료를 얼마나 먹었는지 그에 따라 얼마나 더 먹일 것인지 체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료의 양뿐 아니라 질도 조절합니다. 성장단계에 따라 개체별로 필요한 영양소나 요구량이 서로 다르거든요. 사료는 크게 풀로 만든 사료와 농후사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 둘을 배합해 맞춤형으로 먹이는 것이죠. 또 하나는 발정을 탐지하는 장치인데 소의 활동량 변화를 통해 발정징후를 파악함으로써 적기에 수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김회웅 수의사)



특수 발효시킨 메밀식품 개발
동문방문 땐 숙박편의 제공도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세움광장 전경



목장에서 내려와 평창캠퍼스 중앙에 위치한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이하 연구원)으로 이동했다. 길 안내를 하는 듯 양옆으로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연구원 정면으로 4차선도로가 캠퍼스 정문까지 뻗어 있었고, 후면으로 세움광장이 펼쳐져 3층 건물임에도 전망이 시원했다. 왼쪽 뒤편으로 방금 지나온 코스모스 길이 보이고 고개를 돌리면 맞은편 평원에 위치한 온실이 보인다. 오른쪽 창 너머엔 체육시설과 상록학생생활관이 눈에 들어온다.


연구원은 평창캠퍼스 중앙에 자리 잡은 만큼 목장·국제농업기술대학원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조직 및 기구를 갖추고 있다. 친환경경제동물연구소, 식품산업화연구소, 종자생명과학연구소, 디자인동물·이식연구소, 그린에코공학연구소 등 5개 연구소가 설치돼 있으며 디자인동물센터를 비롯해 온실, 산학협력센터, 숙소 및 체육관까지 연구지원시설로 분류돼 연구원에 소속돼 있다. 평창캠퍼스의 부지면적은 278만㎡로 관악캠퍼스의 약 67.5%에 해당되는데, 연구원이 그중 20%를 차지한다.


현재 캠퍼스 상주인원은 교직원, 연구원, 대학원생, 용역직원 등 총 350여 명으로 2014년 6월 준공 당시 230명에서 1.5배 늘었으며,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출범 3년 만에 313개 과제, 총 누적 연구비 399억원을 수주했으며, ‘실용화와 원천기술이 조화된 연구 개발’을 목표로 최근 2년 동안에만 국제공인 논문 190편, 국내특허 취득 120건을 올렸다. 주요 연구분야는 축산·식품·종자·환경 및 국제협력으로 요약되며, 이 분야를 중심으로 관악캠퍼스의 농생대 및 수의대 교수들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교류해 나간다. 평창캠퍼스에는 학부과정이 없고 박사과정은 아직 개설되지 않아 2년제 석사과정을 중심으로 교육 및 연구 일정이 세워진다. 무엇보다 현장 및 실습중심 교육과 연구가 이뤄진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평창캠퍼스는 다양한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대회 관계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기로 협약하는 한편 강원도내 교육지원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폐교 위기에 있던 신리초등학교가 활기를 되찾게 된 사례는 중앙일간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1980년대 전교생이 500명에 달했던 신리초등학교는 2007년 전교생이 15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2014년 평창캠퍼스가 설립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연구원 및 교직원 자녀가 잇따라 전학을 왔고 모교 교수와 학생들이 과외봉사활동을 하면서 현재는 전교생이 45명까지 늘어난 것. 지난 6월엔 모교 성악과 교수와 학생들이 학교를 찾아와 아이들에게 합창을 가르치고, 합동 공연을 열기도 했다.



한국 고유의 커피품종 개발 중


지역특산품인 메밀을 활용한 식품개발도 눈에 띈다. 김도만(식품공학80-85)·박태섭(동물자원과학92-96) 국제농업기술학과 바이오식품산업트랙 교수팀은 메밀 및 메밀 가공 부산물의 발효를 통해 강화된 발효 메밀을 생산하고, 이를 모교 목장 양계의 사료첨가제로 활용함으로써 계란 난황 내 기능성 소재의 성분을 강화시키는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식물에는 미량으로 존재하는 기능성 소재인 L-카르니틴과 가바를 천연 발효시킴으로써 그 함량을 늘린 것. 지역특산물을 화학적 처리 없이 고부가가치 소재로 개발 및 활용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는다. 향후 기능성 식품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계와 협력해 이미 출시된 제품도 있다. 국산 천연 통밀을 주원료로 한 식이섬유질과 김 교수팀이 연구 개발한 녹차 카테킨의 일종인 EGCG(EpiGalloCatechin Gallate) 혼합추출물을 첨가해 만든 ‘가벼우리’가 그것. EGCG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과 항바이러스 효능, 혈당과 콜레스테롤 조절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스틱형으로 나와 휴대가 간편하고 변비 및 잔변감 해소, 다이어트에 좋다.


연구용 시제품 단계까지 나온 발효커피도 김도만 교수팀의 작품이다. 사과, 딸기, 바나나 등 과일과 계피, 솔, 홍삼 등을 함께 발효시킨 커피로 독특한 맛과 향이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높이 평가 받았다. 향후 기술이전을 통해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연구실 복도 한쪽에서 재배 중인 커피나무를 가리키면서 “올해 말 캠퍼스 내 온실에 옮겨 심어 한국 고유의 커피체리, 커피빈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제자 자랑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제 막 1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100퍼센트 본인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했습니다. 기초연구는 물론 연구결과를 산업에 적용하는 감각까지 훈련하기 때문이죠. 평창캠퍼스의 학생들은 전부 기숙사 생활을 한 덕분에 대인관계 측면에서도 원만합니다. 기업에서 정말 좋아해서 ‘너무 빨리 취업하지 마라, 좀 더 배우고 천천히 나가라’고 농담 섞어 붙잡을 정도에요(웃음).”



나무로 만든 원유, 바이오오일


친환경·신재생 에너지정책이 발표되면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자원 발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준원(임산공학87-91) 국제농업기술학과 그린에코공학트랙 교수는 목질계 바이오매스에서 바이오에탄올을 추출하는 기술과 그 부산물인 리그닌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고온고압 상태의 용기에 나무를 잘게 갈아 넣고 질소를 주입시켜 산소를 차단하면 고분자인 바이오매스가 가스 형태로 분해되고 이를 냉각시키면 바이오오일이 만들어진다. 공정상 수분이 함유되는 것을 막기 어려운데 이 때문에 기존 원유에 비해 묽어 효율이 떨어진다.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 연료로는 쓰지 못하는데 최 교수는 이 수분을 없애는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바이오오일의 재료가 되는 목질계 바이오매스는 풍부하지만, 공정상 비용이 많이 들어 기존 화석 연료에 비해 생산단가가 비싸 아직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기술이 더 발전하고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 대체 에너지로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신재생에너지 사용촉진제도가 시행되면서 한전, 동서발전 등 대규모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에선 반드시 일정비율 이상 신재생 에너지를 쓰도록 의무화돼 있습니다. 지금은 연구단계에 있지만 기술이 좋아져 생산단가를 낮추는 등 경쟁력을 높이면 바이오오일도 향후 상품으로서 소비될 여지가 충분합니다.”(최준원 교수)


평창캠퍼스는 장평터미널에서 1㎞ 거리에 있으며, 셔틀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차가 없으면 교통이 다소 불편하다. 그러나 캠퍼스 동문으로 가는 길목에 KTX평창역이 올해 말 개통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경비실에 출입 목적을 밝히면 일반인도 출입할 수 있지만, 견학이나 방문코스가 준비돼 있지는 않으며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 또한 이용할 수 없다. 게스트하우스는 서울대 구성원과 입주기업 관계자들, 재학생의 가족들만 사용할 수 있다. 최인규(임산가공80-84)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장은 동문들에 한해 미리 방문 신청을 하면 캠퍼스 투어는 물론 게스트하우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나경태 기자





평창캠퍼스 방문 가이드



동문(단체)은 방문신청을 하면 평창캠퍼스의 첨단 연구장비 및 연구지원 시설을 견학할 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서울대 계란’이 생산되는 계사와 서울대 목장 우유의 원유가 생산되는 축사를 둘러볼 수 있으며 그밖에 산학협력단지, 상록학생생활관, 헬스장 등 부대시설에 대한 투어와 게스트하우스 이용 등 편의가 제공된다.


문의: 033-339-5667



▽관련기사: 평창캠퍼스 탐방② 임정묵 목장장 인터뷰, 평창캠퍼스 생산품 안내 

http://snua.or.kr/magazine/view.asp?seq=13563&gotopage=1&startpage=1&mgno=&searchWord=&mssq=0200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