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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2019년 11월] 뉴스 본회소식

대강당 메운 1000명, 화합의 멜로디에 기립 박수

본회 창립 50주년 기념음악회


지난 10월 30일 열린 본회 창립 5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성악가 사무엘 윤(왼쪽)·임선혜 동문이 듀엣을 선보였다.



대강당 메운 1000명, 화합의 멜로디에 기립 박수

본회 창립 50주년 기념음악회
성악가 임선혜·사무엘 윤 등
음대 동문·재학생 재능기부

우아한 국악 합주와 오케스트라, 아리아의 향연이 가을밤을 수놓았다. 동서양 고전음악의 고고한 아취로 품격을 드러내고, 불꽃 대신 웅장한 음악을 쏘아올리며 서울대총동창회의 반세기 역사를 자축했다.

본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지난 10월 30일 관악캠퍼스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본회가 주최하고, 음악대학동창회(회장 정태봉)와 음악대학(학장 전상직) 주관으로 국내외 음악계에서 맹활약하는 음대 동문과 재학생들이 오로지 재능 기부로 꾸민 자리였다. 바리톤 사무엘 윤(윤태현·성악90-94), 소프라노 임선혜(성악94-98) 동문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모교 음대 출신의 쟁쟁한 음악인들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평일 저녁인데도 1,000여 명의 동문이 가족, 지인과 음악회를 찾았다. 

강충모·윤경희·김연진 동문은 베토벤 협주곡을 협연했다

   
“딱” 고요한 공기를 가르는 간결한 박 소리로 공연이 시작됐다. 첫곡으로 국악과 동문 정악 연주단이 왕의 행차 때 쓰인 수제천을 연주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인 이 영(국악80-87) 동문이 악장 역할인 집박을 맡고, 연주자들은 조선시대 악공처럼 붉은 옷에 복두까지 갖춰 쓰며 신비롭고 유장한 궁중음악의 정수를 보여줬다.

국악과 동문과 재학생은 산조와 궁중음악인 수제천을 연주했다


이어진 무대는 담박한 빛깔의 산조. 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별신굿 전수자인 방지원(국악11입) 동문의 장구 장단에 가야금 김철진(국악11입) 동문과 재학생 박종찬(국악15입) 씨, 거문고 신지희(국악13입)·문 숙(14입) 동문이 ‘흩어진 가락 2’를 연주했다.

국악이 자아낸 고전미의 바통은 클래식이 이어받았다. 곡목부터 독주악기들의 화려한 활약과 조화가 기대되는 베토벤의 곡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C장조 OP.56’. 피아니스트 강충모(기악79-83) 동문과 바이올리니스트 윤경희(기악84-88) 동문, 첼리스트 김연진(기악99-03) 동문이 한데 모여 좀처럼 보기 어려운 무대를 선사했다. 음대 70·80·90학번 선후배가 모여 만든 훈훈한 장면이기도 했다. 장윤성(음악82-86) 모교 작곡과 교수의 지휘로 SNU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

이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바리톤 사무엘 윤 동문과 소프라노 임선혜 동문이 번갈아 무대에 오르며 오페라 아리아 명곡 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동문 관객 1,0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사무엘 윤 동문은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피가로가 전쟁에 차출된 시동을 놀리는 내용의 아리아 ‘더이상 날지 못하리’를 부를 때는 느닷없이 장윤성 지휘자를 지휘석에서 끌어내려 경례를 시켰다. 근엄한 마에스트로가 어리바리한 청년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홍엽처럼 붉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탄성을 자아낸 임선혜 동문은 청아한 기교로 ‘아시아의 종달새’라는 별명을 상기시켰다. 영화 파리넬리 삽입곡으로 유명한 아리아 ‘울게 하소서’를 애절하게 부르더니 두 번째 곡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음성’에서 통통 튀는 연기로 사랑에 빠진 여인을 표현했다.

오페라 ‘돈 조반니’의 ‘연인이여 그대 손을’ 차례가 되자 윤 동문과 임 동문은 유혹하는 청년과 시골 처녀로 분해 흥미진진한 ‘밀당’ 연기를 펼쳤다. 사뭇 궁금한지 등 뒤를 힐끔거리는 지휘자의 깨알 같은 연기까지 더해 장내에 웃음이 감돌았다. 두 동문이 앙코르 곡으로 깜짝 선물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끝나자 객석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성악가 신동원 정규남 전종욱 김래주 동문이 열찰을 하고 있다


중간 휴식시간을 맞은 공연장 곳곳엔 부부 동반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러 온 동문들이 눈에 띄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동문 부부는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너무 좋았다”며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너무나 잘하고, 성악가 분들의 코믹한 연기가 재밌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조화로운 구성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설균태(행대원88-90) 동문 부부는 “평소 자주 음악회를 보러 다니는데 어느 곳 못지 않게 수준 높은 공연”이라며 “초반의 국악 연주와 의상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2부는 축전에 걸맞은 화려한 시간이었다. SNU 윈드 앙상블이 웅장한 도입과 금관악기의 번쩍이는 음색이 인상적인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로 포문을 열었다. 지휘자 최경환(작곡72-80) 기악과 명예교수는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 등 장대한 스케일의 곡들을 거침없이 이끌었다.

무르익은 분위기에 테너 신동원(성악93-97) 동문을 비롯해 테너 정규남(성악97-04)·전종옥(성악98-05)·김래주(성악01-07) 동문이 등장했다. 모두 유수의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아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대학에서 후학도 양성하고 있는 걸출한 성악가들이다. 소프라노 한상은(성악98-02) 동문도 무대에 올랐다.

다섯 동문은 400여 개의 칸타타와 오페라, 가곡 등을 쓴 작곡가 최병철(작곡56-60) 동문이 본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작곡한 ‘진리의 빛’을 오중창으로 선보였다. 이어 네 명의 테너가 국민 가곡 ‘향수’로 감성을 지핀 데 이어 오페라 ‘투란도트’의 유명한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며 선 굵은 무대를 이어갔다. 클라이막스에서 ‘Vincero(승리하리라)’를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는 연기로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한 동문 관객은 “음대에서 강의한 적이 있는데 오늘 무대에 오른 성악가 동문들이 모두 제자여서 보러 왔다”며 뿌듯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두 시간만으로 아쉬운 마음을 헤아렸을까. SNU 윈드 앙상블은 리드의 ‘음악 축제 서곡’에 이어 귀에 익은 스타워즈 메인 테마 연주로 관객들을 배웅했다. 본회와 음대동창회, 모교 음대가 합심해 만든 이번 공연은 여러 동문의 후원과 협찬, 뜨거운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