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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호 2018년 12월] 뉴스 모교소식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인터뷰 <23> “추우면 따뜻한 곳 찾는 뇌신경원리, 곧 밝힌다”

김성연 화학부 조교수



“추우면 따뜻한 곳 찾는 뇌신경원리, 곧 밝힌다”




김성연

화학03-09

화학부 조교수




-연구 주제가 무엇인지.
“추위에 대응해서 따뜻함을 찾게 만드는 뇌 신경회로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목표다. 인간의 항상성에 관한 연구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모든 동물들은 추위나 더위에 대응해서 따뜻하거나 시원한 자극을 찾는 ‘행동적 체온 조절’을 한다. 생체 내부의 온도를 분자와 세포 기능이 원활하게 동작하는 범위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즉 생존하기 위해 뇌가 일으키는 본능적이고 강력한 반응이다. 너무 평범하고 당연해서 연구 대상이 될지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아직 이 현상이 어떠한 기작으로 일어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선행 연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근래 몇 년간 뇌가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기작까지는 일부 밝혀졌다. 그 이후의 과정들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체내의 온도 상태와 외부의 온도 자극은 각각 내장과 피부 등에서 감지된다. 뇌는 아마도 이 정보들을 비교해서 외부 온도 자극의 가치를 평가할 것이다.

가령 체온이 낮아졌을 때 따뜻한 외부 자극을 받으면 따뜻한 자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긍정적인 자극엔 접근하고 부정적인 자극은 멀리하는 행동을 유도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렇듯 온도 감지부터 행동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정확한 신경회로 기작을 밝혀낼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떻게 활용될까.
“인간이 어떻게 가치를 평가하고, 동기부여가 일어나는가 하는 뇌과학의 가장 오랜 질문 중 하나에 답할 수 있다. 이에 관한 수십년간의 연구 중에서도 온도처럼 자극 수용과 처리 부위가 뚜렷하고, 정량적으로 설정 가능한 변수를 사용한 연구는 없었다.

예를 들어 주변 온도를 10도에서 40도까지 서서히 증가시킨다면 국소적인 열 자극의 가치는 긍정적이다가 점차 중립적이 되고, 나아가 부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온도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회로를 밝혀내고, 이들의 활성화를 세포 수준에서 관찰해 열 자극의 가치가 어떻게 표상되는지를 알아낸다면 적어도 열 자극에 대해서는 가치와 동기가 신경회로에서 어떻게 생성되고 처리되는지 알아낼 수 있다.

뇌의 주요 기능인 항상성 조절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진일보할 것이다. 저체온증이나 고열 환자의 치료, 수술 중 체온 조절 등 임상 현상에서 응용 가능성도 있다.”


-연구는 순조로운지.
“실제 실험에서 온도라는 변수를 정확히 통제하고 미세하게 조절, 측정하는 것이 간단치 않지만 동료와의 토론과 학생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극복하고 있다. 뇌과학 연구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 덕에 그 어느 때보다도 뇌를 연구하기에 신나는 시기다. 이제까지 밝혀진 것보다 밝혀내야 할 신경회로가 훨씬 많기 때문에 모두 의미 있는 발견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또다른 항상성 조절 기능인 섭식행동은 선행 연구도 많고 임상 관련성 덕에 연구비 수주 기회도 많다. 반면 체온 조절은 새롭게 개척해야만 하는 분야였다.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해 지원 없이 어렵게 연구를 해왔는데 본 사업에 선정돼 걱정을 덜었다.”




*김 교수는 모교에서 화학과 생명과학을 복수전공한 김 교수는 학부생 시절 신경회로 연구에 혁신을 가져온 광유전학 기술을 접하고 그 기술을 개발한 스탠퍼드대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부터 모교 시스템 신경과학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한국연구재단과 국제적인 학술출판사 ‘엘스비어’로부터 올해의 신진연구자로 선정됐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