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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2018년 7월] 뉴스 모교소식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인터뷰 <19> ‘말라리아’에서 찾는 경제발전의 비밀

홍석철 경제학부 부교수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인터뷰 <19>

‘말라리아’에서 찾는 경제발전의 비밀


홍석철

경제92-00
경제학부 부교수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인지.
“연구 제목은 ‘질병과 발전: 역사 속 말라리아로부터의 교훈’이다. 말라리아는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의 발전을 위협했다. 오늘날에도 개발도상국에선 주된 유해 질병이다. 말라리아를 통해 질병이 인류 발전에 미친 영향을 경제사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경제사에서 질병을 다루는 이유는.
“본 연구는 19, 20세기 미국의 경험을 토대로 태아기나 영유아기 같은 생애 초기에 겪은 말라리아 질병 위험이 개인에게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정한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인적자본(교육수준, 소득, 경제적 생산성 등) 축적과 생애주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살펴본다.

인적자본은 경제 성장의 주요 요인이고, 인적자본이 언제 결정되는지에 따라 제한된 자원의 배분이 달라진다. 따라서 생애초기의 조건이 생애주기, 또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인적자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중요한 질문이다.”

-연구 결과가 어떻게 쓰일까.
“질병 퇴치의 장기적인 기대효과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단지 사망률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적자본의 축적,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질병 퇴치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도록 힘을 보태는 근거도 될 것이다. 아울러 생애 초기 조건이 생애주기와 세대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규명함으로써 생애초기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기대효과는 어떤 사회 변화나 정책의 예측력을 평가하는 기반이 된다. 기대효과를 단기적으로 보는지, 장기적으로 보는지에 따라 사회 변화와 정책의 타당성도 달라진다. 본 연구는 사회 복지정책 분야에도 시사점이 크리라 본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경제사 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연구하는 시대의 사회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정량 분석도 중요하지만 과거 인류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이해하고, 연구 결과를 그 시대적 맥락에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묻혀 있는 사료를 발굴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장점도 있다. 장기간에 걸친 영향을 실증적으로 연구한다면 개인에게서 장기적으로 얻은 자료를 분석해야 하고, 인과성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교란 요인도 통제해야 한다. 경제학을 역사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분야이기에 이런 실증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경제사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 사회 현상의 장기 변화에 관심을 두고 역사연구학회 등에서 활동했다. 이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포겔 시카고대 교수의 지도를 받으면서 사회 현상을 경제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고 지금까지 경제사 연구에 전념해 왔다. 경제사 연구는 과거 경험의 사실관계를 규명함으로써 복잡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해석할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본래 19~20세기 미국과 영국을 연구하는 서양경제사를 전공했는데 최근에는 조선시대와 한국의 근현대로 연구 주제를 확대하고 있다.”





*홍 교수는 모교에서 경제학 학사·석사학위와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 모교에 부임해 경제사와 보건의료경제학을 연구·교육하고 있다. 저서로 ‘The Changing Body: Health, Nutrition, and Human Development in the Western World since 1700(케임브리지대 출판부)’가 있다. ‘매경 이코노미스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