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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호 2016년 3월] 뉴스 본회소식

人才로 일으킨 경제, 人才로 되살린다

특별기고 서정화 회장


세계적 장기불황의 시대다. 당분간 세계경제의 호황기를 만나기란 요원한 일이 되었다. 한국경제도 2010년 이후 2∼3%대의 저성장을 일상으로 경험하고 있다. 만성화된 불황은 오늘날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는 사회 전체의 불안성, 무기력과 무관하지 않다.


20세기 초반 실질주의(Substantialism)에 입각한 경제학을 주창한 칼 폴라니의 말처럼, 경제는 사회의 일부이며 사회와 함께 부침(浮沈)한다. 경제의 변동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통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으로 시야를 돌려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끊임없는 향상심(向上心)을 가지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지도자들과 지성인들이 있었다.


다양한 갈등요인에도 불구하고 민족자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협력하여 전진할 수 있었던 국민들이 있었다. 인재가 국가발전의 유일한 동력이었다. 따라서 이 사회에 위기가 찾아온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인재의 역량, 인재의 덕성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인재는 지도자층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인재란 곧 지도자층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지도자의 요건으로서 통찰력과 설득력을 제시하면서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예로 들었다. 그는 뉴딜정책을 통해 대공황을 극복하는 한편 국민들의 당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대의 변화를 앞서 예견하여 그에 맞는 국가발전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했다. 또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설득하여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창출했다. 이는 국민을 통솔하되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해내어 앞장세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욱 필요한 자질이다.


한편 국가의 발전에 필요한 인재는 지도자만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혁신은 경제주체 모두의 몫이다. 한국경제는 산업화 이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이 전략은 세계경제사 속에서도 특기할 정도의 성과를 이뤘고 대한민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경제불황 속에서 대기업들의 시장경쟁력이 날로 약화되는 지금, 한국 경제는 새로운 역동성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상식이다.


호황기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도 가장 활력이 넘치는 경제층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30대 기업 구성에는 거의 변동이 없다. 경제구조는 대기업 중심으로 고착화되었다. 그 결과 고용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퇴락해버렸으며 이는 오늘날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한 새로운 기술과 경영전략을 가지고 시장을 진화시킬 수 있는 강소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한 결과 세계제조업의 무게중심이 첨단프로그래밍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데도 분투하는 소수의 대기업들 외에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주체들이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인, 변혁 선도하는 지식인 돼야


대한민국이 선진국 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추종하는 것을 넘어서 시장의 변혁을 선도할 수 있는 창의적 지식인층과, 혁신적 기업이 필요하다. 이는 대학 등 교육기관의 노력과 첨단지식인 양성 및 중소기업 진흥을 위한 국가의 장기적이고도 진지한 정책 추진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청년들의 대다수가 안정성을 이유로 공무원이나 될 것을 지망하는 사회에 희망은 없다.


마지막으로, 국가에 필요한 인재란 민주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전례 없이 심한 국론 분열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막대한 국가적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금처럼 북한의 핵도발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전례 없이 심화된 상황에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확립 유무가 국가존망을 좌우하는 문제로 부각된다. 민주적인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법질서를 준수하고, 공동체적 관점에서 서로 타협하고 협력할 수 있는 성숙한 국민의식을 공유하는 다수가 절실히 필요하다.


서울대인은 대한민국의 중추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해왔다. 우리 민족은 자존과 번영을 희망하며 국망(國亡)의 와중에 서울대학교를 세웠다. 동란 중에도 서울대학교는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연구와 교육을 수행할 수 있었다. 우리 서울대인들은 국민들의 사랑과 존중을 책임감으로 받아 안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이제 산업화 이후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시대를 맞아, 사회와 함께 전진할 수 있는 지도층을 양성하고 앞장서서 국민을 존중하고 설득하여 협력과 창의의 정신을 공유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또한 우리 서울대인의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