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49호 2015년 8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반기문 사무총장님께 드리는 편지

이상기(서양사학81-87)아시아엔 발행인·본보 논설위원

존경하는 반기문 사무총장님.

8대에 이어 9대 유엔사무총장 직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계시다는 평가가 많아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17개월 남은 임기, 마무리 잘 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총장님, 기억나시는지요? 유엔으로 출국하시기 전날, 그러니까 20061114일 총장님 환송회연에서 두가지 인상적인 사건이 있었지요. 하나는 고은 시인이 총장님께 호를 선사했지요. ‘석운’(昔雲).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녁 자는 오래된이란 뜻도 있어요. 오랜 꿈을 이루셨으니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잔치가 끝날 무렵 조중건 대한항공 고문이 축하노래를 불렀죠. 조 고문은 객석을 옮겨 다니며 이별의 노래3절부터 거꾸로 부르곤 무대 앞에서 마무리했지요. 3절 가사는 이렇습니다.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우리라/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존경하는 반기문 총장님.

2007121일 밤, 임시공관으로 초대해주신 총장님과 차를 마시며 이런 얘기를 주고받았지요. “퇴임 후 반기문재단을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무슨 돈이 있어야지요? 수천억 들 텐데...” “전 세계인이 1달러씩만 모으면 60억달러,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 그럴 수 있겠네요.” “몇 사람이 큰 돈 내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십시일반 모으는 게 훨씬 가치도 있고 보람도 많겠지요.”


그리고 20074월호 서울대동창회보의 이 난을 통해 반기문 파운데이션을 아시나요?’란 제목의 칼럼을 썼지요. 여러 분이 관심을 보여준 기억이 엊그제 일 같습니다.


어느 외신 여기자가 총장님 별명을 Slippery Eel이라고 붙여줬다며 그리 싫어하지 않으셨지요?

아마 내년 가을쯤 되면 한국에서 총장님 부르는 소리가 하나둘 들려올지 모릅니다. 그때 총장님 그 별명을 잘 활용하시면 어떨까요?


한반도의 남쪽 문제도 무척 중요하지요. 하지만 한반도 전체와 동북아시아 나아가 기후변화, 전쟁과 분쟁, 종교갈등, 질병과 기아로 신음하는 지구촌을 살리는 일이 총장님께는 훨씬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총장님께선 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갖고 활동하시는 분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반기문재단 설립,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개교 120년 서울대의 최고 자랑 중 하나인 유엔사무총장 배출이 이제 전 세계에 유례없는 ‘11달러 모금운동으로 이어지면 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보람된 일일까요? 총장님. 제가 좋아하는 시구로 편지를 마칩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20157월 마지막 일요일 밤 이상기 드림